앞서 예를 든 정보·전산 담당자의 학교 생활을 보면 답이 나온다. 명칭이 정보니까 최신 I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수업을 하는 교사처럼 보이겠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정보 담당 교사는 학교 IP 대장과 서버실을 관리하며 노후 전산장비를 폐기한다. 매달 보안 유지를 위해 파일 암호화와 ‘내 PC 지키미’ 상위 점수를 동료들에게 독촉하고, 프린터 토너 같은 소모품을 구입한다. 정보 담당이었던 2014~2015년도 초과근무 사유의 절반 이상은 수업 준비가 아니라 정보 업무 추진이었다. 과연 이런 것들이 교사가 할 일인가?
오죽했으면 신규 교사 컨설팅 자리에서 “왜 교대 교육과정에 행정 업무는 빠져 있나. 이게 진짜 교직 실무 아닌가?”라는 말이 나왔을까. 거기다 학교 밥을 꽤 먹다 보면 또 다른 불만도 슬슬 생긴다. “왜 법적으로 ‘교무’를 담당해야 할 윗분들은 부장과 계원에게 일을 위임하고 실무에서 손을 떼려 하는가?” 연공서열이 우선되는 공직 사회에서 상급자 실무 열외 관례는 자연스럽다. 관리직은 오랜 교직 생활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수고했어. 나도 젊었을 땐 고생 많이 했지. 한창 일할 나이잖아” 같은 말들이 통용되는 한, 평교사의 업무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선생님 일하시는 데 방해하지 말자”
교육부와 교육청은 매년 교원 업무 정상화 대책을 마련해 발표한다. 지자체나 외부기관에서 감당해야 할 업무와 교사의 업무를 나누는 법적 근거가 미비하기에, 특별교부금으로 새로운 사업이 학교에 날아오면 교사 중 누군가는 이 일을 떠안아야 한다. 전산·복지 업무가 대표적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법령 정비를 통한 업무 조정이 시급하다.
“선생님 일하시는 데 방해하지 말자.” 그림책을 읽어주기로 한 어느 아침 활동 시간, 오전까지 나가야 하는 긴급 공문을 처리하느라 약속을 어겼다. 토라진 애들이 얼른 책 읽자고 조르자 담임을 이해한답시고 반장이 했던 말을 잊을 수 없다. 교사에게 수업 준비와 상담, 학생 지도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이상한 업무로 반 아이들에게 덜 미안해지고 싶다. 빨리 승진해서 결재만 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하고 싶다. 출근해서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이 업무 포털 사이트 열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저 가르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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