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건을 수사한 안미현 검사가 또 다른 수사 외압을 받았다는 정황이 〈시사IN〉 취재 결과 확인됐다. 사정기관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안 검사는 강원랜드 채용 비리 청탁 혐의를 받고 있는 염동열 의원(자유한국당) 대면조사에서 이례적으로 배제되었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과 함께 부정 청탁자로 지목된 염 의원은 지난 1월27일 피의자 신분으로 춘천지방검찰청에 소환됐다. 염 의원은 지난해 12월27일과 1월5일 두 차례 소환에 불응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19일 염 의원의 보좌관 박 아무개씨가 구속 기소되자 안미현 검사는 수사에 속도를 냈지만, 염 의원은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다 1월10일 염 의원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자유한국당 위원으로 선임됐다. 염 의원은 1월27일 검찰에 출석했다.

정작 사건을 수사한 안미현 검사는 이날 조사실에 들어가지 못했다. 검찰 윗선은 “기수가 낮다”라며 안 검사를 대면조사에서 배제했다. 이미 춘천지검에서는 안 검사보다 기수가 더 낮은 검사가 황영철 의원(자유한국당)을 조사했다. 안 검사는 조사를 직접 맡을 수 없다면 옆에서 보좌라도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

ⓒ연합뉴스3월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 사무실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결국 사건 담당자인 안 검사는 다른 방에서 대기하며 조사를 도울 수밖에 없었다. 대면조사를 진행한 선배 검사는 안 검사보다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해 이중으로 조사가 진행되었다. 염 의원 답변에 허점이 있거나 진실이 의심되는 경우, 선배 검사는 조사를 중단하고 안 검사에게 추가 사실을 확인했다. 비효율적이고 이례적인 대면조사였다. 이 사건에서 검찰 윗선이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는데, 그 와중에 안 검사가 대면조사에서도 배제된 사실이 추가 확인된 것이다.

염 의원 소환조사 이틀 뒤인 1월29일 수사팀 회의에서 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안미현 검사는 권성동·염동열 의원과 관련한 대포폰(차명 전화) 통화 내역 등 증거 목록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또 받았다. 연이은 수사 외압에 안 검사는 1월30일 “그것을 빼야 한다면 그것을 빼야 한다고 마음먹으신 분들이 하셔야 된다고 봅니다”라며 차라리 직무에서 빼달라는 요구를 검찰 내부 메신저에 남겼다.

이번 사건에서 법조 브로커로 의심되는 최○○씨가 수사 외압 의혹을 밝혀줄 ‘키맨’으로 꼽힌다. 최씨는 강원랜드 채용 비리 혐의로 구속된 채 재판을 받고 있는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의 측근이다. 그는 최흥집 전 사장이 사장직에 있던 2012년 강원랜드에 특채로 입사했다. 당시 최씨는 대관 업무를 담당했다. 최흥집 전 사장은 2014년 강원랜드에서 퇴직하기 직전까지 그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기 위해 인사팀장에게 압력을 넣는 등 각별히 챙겼다.

최씨는 검찰의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가 진행되자 최흥집 전 사장에게 대포폰으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대포폰에 녹음된 통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장님, 권(성동) 의원과 통화해보셨어요?(최○○)” “권 의원하고 내 상황을 이야기했다(최흥집)” “어저께요? 뭐라던가요?(최○○)” “(검찰) 조사받고 왔고 지금 어찌될지 모르겠는데 좀 챙겨봐야겠다고 하니 알겠다고 하더라(최흥집)”(〈시사IN〉 제544·545호 ‘지원자 이름과 청탁자 이름이 나란히’ 기사 참조).

ⓒ연합뉴스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왼쪽)과 염동열 의원이 국회에서 인사하는 모습.
또 다른 통화 내용에는 현직 고검장(통화 당시 신분. 현재는 변호사)이 불법 후원금 모금 수사 상황을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도 있다. 고검장이 남경필 경기도지사 보좌관이 연루된 후원금 쪼개기 사건 처리 결과를 최씨에게 미리 알려준 내용이었다. 최씨는 최흥집 전 사장과 통화하면서 “한 사람은 벌금 300만원, 200만원 등이 나오게 된다고 전날 ○○형(통화 당시 현직 고검장)한테 전화가 왔다. 어디 얘기하지 말고 그리 알고 있으라고 했고, (남경필) 지사님께 보고했다”라는 내용을 말했다. 통화에 등장한 ‘○○형’은 이후 염동열 의원의 변호사로 선임되었다.

수사 당시 현직 고검장까지 등장하면서 안 검사는 최○○씨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국회 대관 업무를 맡은 최씨가 강원랜드 채용 비리와 관련된 국회 청탁 창구였다는 의혹이 일었다. 그가 1차 수사 마무리(2017년 4월20일 최흥집 전 사장 등에 대한 불구속 기소) 직전 권성동 의원 보좌관과 자주 연락을 했다는 통화 기록도 발견됐다.

권성동·염동열 의원 국회 사무실 압수수색

안미현 검사는 최씨를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 안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대검에 영장 청구 계획을 보고했지만 반려됐다. ‘본류 수사’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그사이 최○○씨는 해외로 출국했다. 현재 최씨의 소재는 파악되고 있지 않다. 〈시사IN〉은 검찰이 확보한 최씨의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해보았다. 전화를 받은 남성은 “현재 이 번호는 최○○이 사용하지 않고 있다. 나도 최○○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최○○씨 가족이나 친구냐고 묻자, 그는 전화를 끊었다.

한편 검찰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월8일 수사단은 권성동·염동열 의원의 서울 여의도 국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나섰다. 수사 외압을 폭로한 안미현 검사도 다섯 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원활한 수사를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권성동 의원과 사개특위 위원인 염동열 의원이 직위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료 의원들도 수사를 받는 이들이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사개특위에 검찰 수사 중인 사건의 피의자가 있다. 오염된 칼로 수술할 수는 없다(노회찬 정의당 의원).” “권성동 법사위원장에 대해 성역을 두고 있는 게 아닌가(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반면 두 의원은 “야당 법사위원장을 겨냥한 표적수사(권성동 의원)”라거나 “검찰의 무리한 강압수사(염동열 의원)”라며 반발했다. 권성동·염동열 의원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가 임박했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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