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날씨가 ‘예사롭지’ 않다. 마스크 없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시민이 많아졌다. 겨울에는 언제나 ‘빨간색(위험)’이었던 대기환경지수(AQI:Air Quality Index)가 이젠 ‘초록색(좋음)’이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이 한몫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제19차 당 대회에서 녹색발전 촉진과 환경오염 개선을 위해 ‘생태문명 건설’을 중점 업무로 지정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환경오염 예방(汚染防治)을 3년간 중점 과제로 제시했다.

목표는 구체적이었다. 징진지(京津冀:베이징·톈진·허베이성) 주변 지역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를 2016년 대비 25%로 낮추고, 심각한 오염 일수를 20% 이상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북부 28개 도시에서 난방용 연료를 석탄에서 가스로 바꾸고 있다. 약 300만 가구의 석탄 난방이 전기 난방으로 교체되었다. 최근 중국 핵공업그룹(CNNC)은 석탄 난방을 대체할 수 있는 열공급 원자로 ‘옌룽(燕龍)’을 개발 중이다.
 

ⓒAP Photo최근 베이징의 대기환경지수는 ‘초록색(좋음)’이다. 톈안먼 광장에서 보이는 중국의 맑은 하늘.

법도 정비했다. 중국 재정부와 환경부는 1월1일부터 ‘환경보호세법’을 시행했다. 즉 대기오염 물질, 수질오염 물질, 고체 폐기물, 소음 등에 세금을 부과한다. 납세 대상은 중국 내에서 직접 오염물을 배출하는 기업과 기타 생산 경영자다. 그동안 납세 대상에서 제외됐던 중소기업들도 환경보호세를 내야 한다. 세금은 오염 물질 배출량에 따라 누진적으로 부과된다. 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기업은 종전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고, 오염 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기업은 감세 혜택을 받는다.

올겨울 한국은 ‘삼한사미’

중국은 그동안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체계적인 준비를 해왔다. 2010년 제12차 5개년 계획에서부터 7대 전략 산업에 전기자동차 등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을 포함했다. 공업신식화부(공업정보부)는 가솔린과 디젤 자동차 생산을 줄이기 위한 시간표를 짰다. 2017년 중국의 신차 판매량은 2016년 대비 3% 증가에 그쳤으나 전기자동차 등 신에너지 자동차 판매량은 53% 증가했다.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신에너지 자동차 구입에 보조금을 지급한 정책이 효과를 낸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에 일정 수준의 전기자동차 제조와 판매를 의무화하는 정책도 곧 시행된다. 그사이, 공급 과잉을 유발하고 있는 석탄 분야의 부실기업을 과감하게 정리했다. 석탄산업 실직자에 대한 종합지원 대책도 마련해 재취업 활동을 도왔다. 물론 ‘대기오염과의 전쟁’ 과정에서 부작용도 있다. 예를 들면 석탄을 천연가스(LNG)로 대체하면서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이번 겨울 한국에서는 추위와 미세먼지가 번갈아 찾아온다며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말이 유행했다. 미세먼지의 원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중국에만 그 책임을 떠넘겼다. 정작 베이징에서는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늘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베이징 시민들은 변해가는 하늘 빛깔에 고무되어 있다.

기자명 베이징·양광모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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