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진1980년 당시 고통스러운 기억과 마주한 시민군 이무헌씨.
계엄군들이 체포한 시민군을 고문했던 옛 상무대(5·18자유공원) 영창.

지금은 연락도 되지 않는 삼촌이며 숙모며 하는 동네 어른들이 모여 5공 청문회를 텔레비전으로 보던 날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충분히 젊은 그들이었는데, 어린 나에게, 우글우글 둥글게 모여 텔레비전을 보던 어른들의 모습은 온통 주름살로만 기억된다. 우그러진 몸으로 기나긴 시간을 통과해 여기까지 왔다. 주름 속에 숨어 형형히 빛나던 눈빛이 있었음을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다. 그 눈빛을 아직은 눈이 부셔 바로 쳐다볼 수 없다. 삼촌이며 숙모며 하는 동네 어른들이 진짜 노인이 되어버린 지금까지도 우리는 눈빛만을 빛내며 어두운 구석에서 텔레비전을 본다. 날이 밝아오고 있는지, 애써 궁금해하면서. 

기자명 사진 임종진·글 서효인(시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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