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서 교사 할 만해?” 고향인 울산에 내려가면 지인들은 이 질문을 꼭 빼놓지 않았다. 울산도 지방이면서 삼척에서 일한다 하면 약간 망설이거나 걱정하는 투로 말했다. 본인은 괜찮다는데 자꾸 걱정하는 남들이 늘어나던 차에, 강원도교육청이 제작한 홍보 영상이 화제였다.

“강원도 선생님은 너야 너, 너야 너. 아이들 가르칠 사람 너야 너.” 낯익은 얼굴들이 칼 같은 군무를 추며 예비 교사에게 호소하고 있었다. 제발 좀 강원도에서 임용고시를 쳐달라고 온몸으로 외치는 사람들. 교육청은 영상으로 모자랐는지 ‘강원도 선생님만 할 수 있는 101가지’라는 이색 포스터를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 뿌렸다. 출퇴근길에 바이크를 타고, 주말이면 서핑과 스킨스쿠버를 즐긴다나.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김보경 그림

이것이 도 단위 지역 교육의 현실이었다. 강원도는 작년까지 초등교사 임용고시 지원자가 3년 연속 미달이었다. 서울은 시험에 붙어놓고도 미발령 상태로 3년이 지나 임용 취소가 될까 봐 걱정이라는데, 여기는 미달 난 자리를 기간제로도 채우기 힘들어 명예퇴직한 선배들에게 줄줄이 전화를 돌리는 형편이었다. 

미달 난 자리, 기간제로도 채우기 힘들어

영상을 본 사람들은 오죽하면 교육청이 뮤직비디오까지 찍겠느냐며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남겼다. 긍정적인 반응보다 더 뜨거운 호응과 공감을 얻은 댓글은 지방에서 근무하지 않으려는 예비 교사를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댓글에 댓글이 꼬리를 물며 갖은 질타가 이어졌다.

강원도 벽지 학교에서 근무하며 교직경력 9년차임에도 여전히 직장 막내인 나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9년, 큰 도시에 규모 있는 학교 같았으면 부장교사를 하고 있을 연차였다. 일머리도 생기고 후배도 꽤 많을 테니 말이다. 사람들이 욕하는 그 교대생들을 그냥 현장에서 자주 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만큼 삼척에 신규 교사가 적었다.

신규 교사가 부족하면 아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 우리 학교만 해도 병가 중인 보건 교사의 빈자리를 구하지 못해 간단히 응급처치만 하고 있다. 반 아이가 조금만 아프면 학부모께 연락을 드려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드린다.

그뿐인가. 떠나려고 마음먹은 선생님이 교실과 학교에 정들 리 없다. 또 임용고시 준비하려면 문제집과 지도서를 끼고 살아야 하는데 수업 준비는 언제 하고, 상담은 제대로 하겠는가? 게다가 선생님이 합격 후에 갑자기 떠나겠다고 폭탄선언을 하면 학교에서는 허둥지둥 기간제 인원을 구해야 한다. 운이 좋아 다른 선생님이 1년이나, 적어도 학기 단위로 담임을 맡아주면 괜찮은데, 몇 달 몇 주밖에 일을 못하는 상황이면 그 반 담임이 계속 바뀐다. 자연스레 교육의 질은 하락한다.

교육청의 진심이 통해서였을까, 아니면 서울·경기 지역 임용 정원이 줄어서였을까. 올해 강원도 초등교사 임용고시 298명 모집에 325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은 1.09대1로, 미달을 겨우 면했다. 찾아보니 사정이 비슷한 충남·전남·충북·경북 지역도 모집 인원을 모두 채웠다. 수도권 임용절벽이 실감난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시골에 사는 어린이가 선생님을 만나지 못해 도시 지역보다 낮은 수준의 교육을 받아서는 안 된다. 강원도에서 교사 할 만하다. 월급 똑같고, 집값 싸고, 벽지 학교는 거의 도시에서 출퇴근하는데 차도 안 막힌다. 이렇게라도 후배님들을 많이 모시고 싶다.

기자명 이준수 (삼척시 도계초등학교 교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