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대통령이나 총리는 그 나라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권이 진짜 공영방송의 보도 논조에 개입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영국 BBC나 미국 PBS는 공정하고 독립적인 보도로 유명하다. 

반면 이탈리아 RAI는 여당과 야당이 채널을 나눠가지며 ‘불공정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공정성을 유지한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각국 유학생에게 자국 공영방송이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는지를 물었다. 이들의 답변을 취합한 결과 정부가 굳이 무리수를 두려고 마음먹으면 자기 편 사람을 사장에 임명하는 식으로 방송 장악에 나서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아 보였다. 

하지만 이런 무리수는 거센 정치적 역풍을 부르고 권력자 또한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관례적으로 공영방송 사장이나 보도국장은 중립적인 사람이 임명되고 있었다. 공영방송의 독립이란 방송법이 얼마나 완벽한지보다는, 권력자의 무리수에 사회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린 문제라는 거다.

 

 
기자명 뉴욕·신호철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sh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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