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단지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지난 3월24일 정부는 구제역 경보를 ‘심각’ 단계에서 ‘경계’로 낮추고 사실상 종료 선언을 했지만, 그 여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구제역으로 전국 11개 시·도 75개 시·군에 묻힌 가축 약 350만 마리의 사체는 2차 환경오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실이 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올해 2월 구제역 및 조류인플루엔자(AI)로 매몰된 가축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이다(표 참조). 2월 현재까지 구제역으로 소·돼지·사슴·염소 320여만 마리, AI로 닭·오리 160여만 마리가 매몰되었다.

환경단체 조사에서는 ‘오염 가능성’ 높아

2차 오염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전조는 이미 나타났다. 경남 김해, 경기 안성, 충북 진천 등 각 지방 시민단체들의 침출수 고발이 이어졌다. 조원진 한나라당 의원실이 낸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 침출수는 전국에서 692만7686ℓ가량 나왔다. 1t 트럭 6928대가 실어 나를 양이다. 구제역 매몰지 근처 지하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점점 커지자 정부는 조사에 들어갔다. 지난 5월30일 국립환경과학원은 매몰지 주변 관정 지하수의 경우 조사지 전체 네 곳 중 한 곳(25%)꼴로 오염되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가축 매몰로 인한 침출수 때문은 아니라고 밝혔다. 축산 분뇨나 비료 따위로 오염되었다고 추정했다.


ⓒ양산시 제공날이 풀리면서 구제역 침출수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위는 매몰지를 조사하는 경남 양산시 공무원.

시민단체와 야당은 6월2일 이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시민환경연구소와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기 포천·안성, 충북 진천의 지하수가 침출수로 오염되었다. 시민환경연구소가 분석한 세 지역의 20곳 중 9곳에서 가축사체 유래물질(NRN) 수치가 1 넘게 나왔다(NRN은 가축이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암모니아 등을 말하는데, NRN 수치가 1이 넘으면 침출수에 의한 오염 가능성이 높다). 유원일 의원은 “관정과 관측정은 다르다. 그런데 환경부 조사에서는 관측정 조사가 빠졌다. 관측정은 매몰지 주변에 설치해 침출수가 유출되는지 여부를 보는 것인데, 관측정 조사를 안 했으니 환경부 조사에서는 당연히 구제역 문제가 드러나지 않은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한 관계자도 시민환경연구소의 반박에 수긍한다. 그는 “침출수 여부는 관측정을 조사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이번 조사의 의미는 구제역으로 국민들 사이의 퍼진 지하수 공포를 불식시켜주는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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