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섭의 ‘없음’에서 ‘있음’으로 혈액형 따지는 것은 식민 지배의 잔재? 김승섭(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 1903년 일본 오사카에서 대규모 박람회가 열렸습니다. 이 박람회에서는 오늘날 상상하기 어려운 전시가 진행됩니다. 박람회의 ‘학술 인류관’에서 타이완 원주민 2명, 아이누인 7명, 터키인 1명, 그리고 조선인 2명 등을 포함한 총 28명의 살아 있는 사람을 전시했습니다. 부스별로 다양한 지역의 거주 형태를 재현한 건물을 세웠고, 그 건물에서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전시를 보게 된 조선인은 모욕감을 느낍니다. 조선인들은 일본 정부에 항의했고, 일본 외무성은 조선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조선인 전시를 중단시킵니다.당시 30년 전에 머무른 에이즈에 대한 인식 김승섭(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 당신은 에이즈(AIDS·후천면역결핍증) 환자와 이웃으로 지낼 수 있나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스웨덴인 6.1%, 미국인 13.9%가 ‘에이즈 환자를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라고 답했습니다. 같은 대답을 한 한국인은 무려 88.1%였습니다. 스웨덴의 14배, 미국의 6배가 넘는 수치입니다(2010~2014년 제6차 세계가치조사). 만약 이 조사가 진행된 시점이 1980년대라면, 에이즈 환자에 대한 압도적으로 높은 거부감을 일견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30년 전에는 HIV/AIDS 감염 원인을 알 수 없었습니다. 병 가장 아픈 사람이 앞에 나선 싸움 ‘미투’ 김승섭(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 미투 운동을 지켜보며 며칠째 잠을 설친 친구가 힘겹게 말했습니다. “그때 내가 조직에서 미친 사람 취급받더라도 ‘지금 뭐 하는 짓이냐, 이건 성희롱이다’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어. 선배들이 사회생활 처음 하냐며 넘어가라고 하니까, 그래야 하는 줄 알았는데.” 자신이 싸우지 못하고 넘어갔던 시간이 쌓여 지금 젊은 여성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자책이었습니다.집에 돌아오는 길에 몇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왜 상처받은 사람들이 자신을 괴롭힌 폭력에 맞서 싸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괴로워하는지, 왜 피해자들이 사회적 낙인 트랜스젠더들이 투표장에서 겪는 일 김승섭(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 2015년 공익인권변호사로 활동하는 한가람 변호사가 보낸 메일을 받았습니다.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스스로를 여성으로 정체화한 한 트랜스젠더의 병역 면제 취소 관련 소송에 전문가 소견서를 제출해줄 수 있겠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트랜스여성은 정신과에서 오랜 기간 상담을 받고 성주체성 장애(Gender Identity Disorder) 진단을 받았지만, 고환 절제술과 같은 외과 수술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병무청에서 현역 입영 판정을 받았습니다.당시만 해도 저는 연예인 하리수씨 외에는 트랜스젠더에 대해 아는 게 없었습니다. 논 덜 다치고 더 죽는다? 이상한 산재 통계 김승섭(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 김승섭의 ‘없음’에서 ‘있음’으로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 김승섭 교수(고려대 보건과학대학)가 이번 호부터 격주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사회역학자의 눈으로 본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사회적 약자들을 데이터로 살펴봅니다. 데이터를 통해 ‘없음’에서 ‘있음’으로 가고자 합니다. 문제 해결은 그곳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첫 번째 글은 한국 산업재해 은폐 실태와 실제 규모를 규명합니다. 학생 한 명이 손에 붕대를 감은 채 수업에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습니다.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화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