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정상인’입니까? 그럼 특권층입니다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 “승섭, 너는 스스로를 정상적인(normal)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지난해 미국에서 연구년을 보내는 동안 인종차별을 연구하는 사회학자 데이비드 윌리엄스 교수(하버드 대학)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민자이자 흑인인 그는 제 첫 박사논문을 지도한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그가 뜬금없이 던진 질문의 의미를 헤아리기 어려워서 한참 망설이다 “그런 것 같다”라고 답했습니다. 그가 살며시 웃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나도 나를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그건 우리가 특권층이라는 뜻이야.”모든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호모 사피엔스라는 미국의 흑인 범죄율은 무엇을 말하는가 김승섭(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 당신은 합리적인 사람입니다. 누구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요. 일터와 학교와 가정에서 상대방의 피부색과 성별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지 않습니다. 과연 당신은 그럴까요?응급의학과 의사인 녹스 토드 박사 연구팀은 1993년 미국의사협회지에 큰 논쟁을 일으킨 논문 〈인종에 따른 부적절한 응급실 진통제 처방(Ethnicity as a Risk Factor for Inadequate Emergency Department Analgesia)〉을 발표합니다. 연구팀은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대학 응급실에 긴뼈 골절로 인해 지난 2년 ‘오줌권’을 위한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승섭(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 목이 말라도 물을 마시지 못했습니다. 화장실을 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는 동안 자신을 대신해줄 사람은 없었습니다. 닭을 자르고 포장하는 라인의 속도가 느려지거나 멈추면, 일이 지연되는 시간만큼 손해가 생기는 현장이었습니다. 관리자들은 노동자들이 최대한 화장실에 가지 않게 하거나 가는 시간을 지연시키려 했습니다. 저임금을 받으며 더럽고 위험한 이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 상당수는 노동비자가 없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였습니다. 혹시라도 관리자에게 밉보여 일자리를 잃을까 봐 전전긍긍했습니다. 그들은 화장실을 가지 않기 위 2019년 대한민국 ‘고롱고사’는 어디인가 김승섭(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 아프리카 남동쪽에 위치한 모잠비크에서 내전이 시작된 것은 1977년이었습니다. 포르투갈 식민지로 5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내고 독립을 쟁취한 지 채 2년이 지나지 않은 때였습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진영 간 싸움을 대신한 ‘냉전의 대리전’이기도 했던 모잠비크 내전은 이후 15년간 계속됩니다. 전쟁은 소련이 해체되고 냉전이 종결된 1992년에야 끝났습니다. 병원과 학교를 비롯한 수많은 시설이 파괴되었을 뿐 아니라 100만명 넘는 사람들이 기근과 전쟁으로 사망한 뒤였습니다.이 비극으로 인해 희생된 것은 인간만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어떤 700원 때문에 그들은 눈을 잃었다 김승섭(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 병원 창가에는 환자복을 입은 두 젊은 여성이 나란히 앉아 밖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이 몇 시인 것 같아?” 현순씨는 창밖 풍경이 해가 땅에 닿아 있는 어스레한 오후 6시 같다고 답한다. 그 말을 들은 진희씨는 자기가 바라보는 세상은 해가 땅 밑으로 사라진 깜깜한 밤 9시라고 말한다. 지금은 해가 하늘 높이 떠 있는 토요일 오후 2시다. 오래전 의학 교과서에서 ‘메탄올이 시신경을 망가뜨린다’는 설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내용을 가르치며 교수님은 1960년대 노동자 중에서는 메탄올을 사용해 일하다 세상을 보지 못하게 된 경우도 있었 혈액형 따지는 것은 식민 지배의 잔재? 김승섭(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 1903년 일본 오사카에서 대규모 박람회가 열렸습니다. 이 박람회에서는 오늘날 상상하기 어려운 전시가 진행됩니다. 박람회의 ‘학술 인류관’에서 타이완 원주민 2명, 아이누인 7명, 터키인 1명, 그리고 조선인 2명 등을 포함한 총 28명의 살아 있는 사람을 전시했습니다. 부스별로 다양한 지역의 거주 형태를 재현한 건물을 세웠고, 그 건물에서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전시를 보게 된 조선인은 모욕감을 느낍니다. 조선인들은 일본 정부에 항의했고, 일본 외무성은 조선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조선인 전시를 중단시킵니다.당시 30년 전에 머무른 에이즈에 대한 인식 김승섭(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 당신은 에이즈(AIDS·후천면역결핍증) 환자와 이웃으로 지낼 수 있나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스웨덴인 6.1%, 미국인 13.9%가 ‘에이즈 환자를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라고 답했습니다. 같은 대답을 한 한국인은 무려 88.1%였습니다. 스웨덴의 14배, 미국의 6배가 넘는 수치입니다(2010~2014년 제6차 세계가치조사). 만약 이 조사가 진행된 시점이 1980년대라면, 에이즈 환자에 대한 압도적으로 높은 거부감을 일견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30년 전에는 HIV/AIDS 감염 원인을 알 수 없었습니다. 병 가장 아픈 사람이 앞에 나선 싸움 ‘미투’ 김승섭(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 미투 운동을 지켜보며 며칠째 잠을 설친 친구가 힘겹게 말했습니다. “그때 내가 조직에서 미친 사람 취급받더라도 ‘지금 뭐 하는 짓이냐, 이건 성희롱이다’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어. 선배들이 사회생활 처음 하냐며 넘어가라고 하니까, 그래야 하는 줄 알았는데.” 자신이 싸우지 못하고 넘어갔던 시간이 쌓여 지금 젊은 여성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자책이었습니다.집에 돌아오는 길에 몇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왜 상처받은 사람들이 자신을 괴롭힌 폭력에 맞서 싸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괴로워하는지, 왜 피해자들이 사회적 낙인 트랜스젠더들이 투표장에서 겪는 일 김승섭(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 2015년 공익인권변호사로 활동하는 한가람 변호사가 보낸 메일을 받았습니다.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스스로를 여성으로 정체화한 한 트랜스젠더의 병역 면제 취소 관련 소송에 전문가 소견서를 제출해줄 수 있겠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트랜스여성은 정신과에서 오랜 기간 상담을 받고 성주체성 장애(Gender Identity Disorder) 진단을 받았지만, 고환 절제술과 같은 외과 수술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병무청에서 현역 입영 판정을 받았습니다.당시만 해도 저는 연예인 하리수씨 외에는 트랜스젠더에 대해 아는 게 없었습니다. 논 덜 다치고 더 죽는다? 이상한 산재 통계 김승섭(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 김승섭의 ‘없음’에서 ‘있음’으로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 김승섭 교수(고려대 보건과학대학)가 이번 호부터 격주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사회역학자의 눈으로 본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사회적 약자들을 데이터로 살펴봅니다. 데이터를 통해 ‘없음’에서 ‘있음’으로 가고자 합니다. 문제 해결은 그곳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첫 번째 글은 한국 산업재해 은폐 실태와 실제 규모를 규명합니다. 학생 한 명이 손에 붕대를 감은 채 수업에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습니다.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화상 정치를 넘어선 과학 김승섭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 고등학교 2학년 때, 서점에서 〈전태일 평전〉을 샀다. 그 책을 들고 집으로 오면서 점점 마음이 불편해졌다. 왜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두려웠다. 목차에 등장하는 노동자, 근로기준법, 나를 따르라… 이런 단어들이 낯설고 무서웠다. 나는 끝내 그 책을 읽지 못하고 환불했다. 〈천안함의 과학 블랙박스를 열다〉를 읽으며 20여 년 전 느꼈던 그 감정이 되살아났다. 누군가에게는 이 학술서도 참 두려운 이야기겠구나.2010년 3월26일 백령도 앞바다에서 대한민국 해군 초계함이 침몰하고 젊은이 4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처참하고 비극적인 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