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쪼그라들게 하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 차성준 (남양주다산중학교 교사) 얼마 전,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의 의무를 강조하는 두 법률안이 동시에 발의되었다. 하나는 교원이 학생을 교육할 때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해 학생을 선동하는 행위와 정치적·파당적·개인적 편견을 전파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됨을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다른 하나는 위와 유사한 교원의 의무 규정을 신설해 이를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교원은 당연퇴직시키겠다고 한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헌법 제 ‘맨땅에 헤딩’하는 아이들 진로 교육 차성준 (남양주다산중학교 교사) 어느 날 지인의 결혼식에 방문했다가 진로 코칭 지도사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한 전문가를 만났다. 카투사 출신인 그는 군대에서 알게 된 청년들이 자신의 특성에 대한 이해나 미래 설계 없이 대기업 입사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을 보면서 진로 코칭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대학교도 그러한데 중고교라고 다를까? 실제 내가 가르친 학생들에게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지원할 때 자기소개서를 쓰는 과정에서 ‘왜 이 학교에 지원하는지’ ‘이 전공에 왜 관심 있는지’ 물어보면, “잘 모르겠어요”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이상을 대답하지 못한다. 이렇 이름만 검색해도 뜨는 교직원 개인정보 차성준 (남양주다산중학교 교사) 얼마 전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이 빼곡하게 기록된 주소록이 학교 메신저를 통해 교직원 전체에게 발송됐다. 교사뿐 아니라 급식실의 교육공무직원부터 행정실 직원, 사회복무요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한 구성원이 주소록을 보낸 직원에게 ‘과도한 정보공개가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지만 크게 문제시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학교 내 구성원들의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았다. 특히 교사의 경우, 재직 학교와 부서 등을 파악하는 게 꽤 쉬웠다. 시·도 교육청의 스승 찾기 서비스를 통한 검색과 학교 홈페이지 열람 정도면 가능했 원격교육이 만들어낼 ‘더 좋은 교육’ 차성준 (남양주다산중학교 교사) 원격교육이 이처럼 화두가 된 적이 있을까. 처음에는 모든 게 쉽지 않았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과 원격수업이라는 학교 현장에 갑자기 찾아온 과제. 잘 적응하는 교사도 있었지만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해야 하는 일이기에, 교사들은 원격수업을 위한 각종 연수 내용을 빠르게 흡수했다. 나이와 상관없이 영상을 녹화하고 편집하는 기술을 익혔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 영상 업로드가 잘 안 되어 업로드하기 쉬운 유튜브를 시작한 이들도 많다. 학교에서는 보안상 제약이 많던 와이파이를 다시 구축했으며, 정보화 기기에 대한 지 환경 교육이 여전히 제자리인 까닭 차성준 (남양주다산중학교 교사) 지난해 9월 환경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전국 중·고교 환경 과목 채택률은 2010년 16.7%에서 2018년 8.4%까지 떨어졌다. 환경 전공 교사 임용 건수는 2009년 이후로 단 한 명도 없었다.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환경 교육의 필요성이 나날이 높아지는데도 환경 교육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사회 과목에서 환경이라는 주제는 2009,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실천적인 환경 교육을 하기 위한 자료는 부족하다. 중학교 2015 개정 교과서만 보아도 그렇다.중학교 1학년이 주로 사 수능 감독관에게 의자를 줘야 하는 이유 차성준 (남양주다산중학교 교사) 지난 11월 수능시험이 끝났다. 처음으로 감독을 맡게 되니 긴장돼서 동료와 모의 시연을 해볼 정도였다. 한두 가지 실수나 각종 민원에 시달렸던 교사들의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수능 당일 가장 피하고 싶은 감독은 단연코 1교시다. 감독관이 오전 8시10분에 입실해 20분간, 수험생이 본인이 맞는지 확인하고, 착용한 시계가 아날로그시계인지 아닌지 점검한 뒤 전자기기 일체는 수거한다. 그리고 오전 10시에 OMR 카드를 수합하고 확인해서야 퇴장할 수 있다. 장장 2시간이다. 2교시는 감독관 입실 뒤 110분이 걸린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 비평준화 지역 아이들의 슬픔 차성준 (남양주다산중학교 교사) 3월 학교 근처 고등학교의 내신 점수 소식이 중학교 3학년 담임들에게 전해진다. 학교 이름 옆에 195, 190… 같은 내신 점수가 서열화되고 표가 만들어진다. 점수가 높게 나온 학교일수록 이른바 ‘명문고’라 불린다. 이런 학교에 중학교 내신 점수가 월등히 높거나 수능 준비에 최적화된 학생들이 많이 지원한다. 중학교 최종 성적이 나오기 전까지 ‘가내신’이라고 불리는 점수가 산출된다. 경기도에서 가내신은 점수 산출 시점까지의 중학교 교과 성적(150점) 및 비교과 활동(50점, 출결 상황, 봉사활동, 학교활동)을 200점 만점으로 수 교사에게 반바지를 허하라 차성준 (남양주다산중학교 교사) 올해도 덥지만 지난해 여름은 폭염으로 특히 더 힘들었다. 학교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이 나오는 교실은 살 만하지만 교실 밖을 나가는 순간 덥고 습한 공기가 엄습했다. 너무 더운 나머지 반바지를 시도하는 ‘용기’를 내는 교사도 있었다. 어느 학교의 한 교사는 반바지를 입고 출근했다가 교감 선생님에게 지적을 받고 집에 가서 긴바지로 갈아입고 오기도 했다. 학생들의 하복 반바지 착용이 예정된 학교였는데도 말이다.필자도 매년 여름만 되면, 운동복(반바지)을 입을 수 있는 체육 교사가 부럽다. 여름에 시원하다는 리 반항과 방황 없는 중학생은 없다 차성준 (남양주다산중학교 교사) 근래 들어 부쩍 표정이 안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어떤 날은 반 학생들에게 “오늘 아무 일 없이 퇴근하는 게 선생님의 작은 소원이야”라고 말할 정도이다. 학급의 여러 규칙을 반복해서 어기는 아이들이 많다. 수업 시간에 허락 없이 교실 밖으로 이탈하는 학생 수도 다른 반에 비해 돋보였다. 평소에 늘 ‘업(up)’되어 있고, 수업 시간에 잘 집중하지 못하며, 재잘재잘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근심이 늘었다. 다른 교사에게 지적을 받는 일도 너무 잦다. 아이들이 ‘너무나’ 밝다 보니 교사는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반티’ 맞추기, 만만찮네 차성준 (남양주다산중학교 교사) 정신없이 3월을 보내던 무렵, 학급 ‘특공대원’(학급 1인1역으로 각종 이벤트 기획 및 진행 담당) 중 한 명이 “반티(학급 티셔츠)를 언제 정하느냐”라고 물어왔다. “체육대회가 5월인데 벌써 정하니?”라고 묻자 “2학년이 벌써부터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러다가 우리가 하고 싶은 걸 걔네들이 먼저 차지하면 어떡해요?”라고 대답한다. 특공대를 통해 반티에 관한 의견을 조사했다. 학생들마다 선호하는 디자인과 색상이 각기 달라서 쉽게 정할 수 없었다. 그러다 겨우 정한 반티 디자인을 다른 반이 선점했다는 소식에 결국 그 결정을 포기해야 했다 전교생이 세운 ‘존중의 약속’ 차성준 (남양주다산중학교 교사)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다가 올해 새로운 지역의 중학교로 전입을 왔다. 새 학기를 시작하기 전 교직원이 모여 연수를 진행했다. 올해 모든 학급에서 ‘존중의 약속’을 세우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제까지 담임으로서 재량껏 학급 규칙을 반 학생들과 논의해 결정하곤 했는데 이번 학교에서는 모든 반에서 공통되게 진행하자는 의견이었다. 또 ‘긍정 훈육’ 측면에서 ‘타 반 학생 출입 금지, 출입 통제’ 이런 말을 쓰지 말자는 의견이 나왔다. 금지보다는, ‘이곳은 1학년 학생들이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2~3학년 학생들은 1학년 학생들의 공간을 존중해주세 새 학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위하여 차성준 (포천 일동고등학교 교사) 학기 말, 담임선생님과 아이들은 제 나름대로 이별을 준비한다. 선생님은 학급 영상을 만들고, 학생들은 롤링페이퍼를 작성하면서 그간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빠르게는 1월, 늦게는 2월에 종업식을 한다. 곧 헤어질 인연, 다시 맞이할 새로운 만남에 앞서 기대와 두려움을 느낄 시기이다. 누군가와 1년이라는 시간을 같이 보낸다는 일은 특별하다. 특히 학창 시절을 보내는 아이들에게는 중요한 문제이다. 아이들이 많이 보는 인터넷 동영상 BJ들이 매년 2월에 하는 단골 멘트가 있다. “공감 누르면 반 배정 잘된다. 안 누르면 망한다.” 그만큼 교사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차성준 (포천 일동고등학교 교사) 얼마 전 한 대학에 교직 특강을 다녀왔다. 교직 과목을 수강하는 대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도 있었고, 아직 교직 선택을 망설이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의 질문은 이러했다. “생활지도를 꼭 해야 하나요?” “안정적인 소득 측면을 제외하고도 여전히 교사를 선택하실 건가요?” “학생과 심한 갈등을 겪은 경험이 있나요?” “여교사의 경우 남학생 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많이 돼요.” 주로 교직에 대한 두려움이 묻어나는 질문이었다.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현장을 바라보며 교사가 되려는 일베 학생을 대하는 교사의 자세 차성준 (포천 일동고등학교 교사) 지난해 고등학교 1학년 사회 정치 단원에서 모의 대선 블라인드 투표를 한 적이 있었다. 정책을 분석하고 후보자의 이름은 모른 채 기호만 적어서 투표를 하게 했다. 흰 종이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름들이 등장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 ‘기분 좋다’는 표현, 전두환씨의 광주 폭동 발언 등 ‘일베’ 회원들이 흔히 사용하는 표현이 범람했다. 익명성을 토대로 한 백지 모의 투표에서 몇몇 아이들은 이러한 표현으로 장난을 쳤다.올해 1학기, 퀴즈 애플리케이션으로 팀명을 만들어 모둠 퀴즈에 참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 ‘전라 노이어 자소서에 담지 못한 진짜 진로 차성준 (포천 일동고등학교 교사) 입시 시즌이다. 이때가 되면 많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자기소개서(자소서) 첨삭을 받으러 찾아온다. 상담을 하다 보면 자소서를 ‘갈아엎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머리를 싸매고 끙끙 앓던 어떤 학생은 “자소서 없는 학교에만 원서 내면 안 되나요?”라고 묻는다. 학생생활기록부에 한 줄이라도 더 적을 수 있는 활동을 닥치는 대로 한 학생도 있다. 모두 자신의 진로와 그동안 해온 활동을 자소서에 어떻게 녹여내야 할지 혼란스러워했다.“왜 이게 관심 있었는데?” “어떤 공학자가 되고 싶은데?” “이 전공에서 네가 관심 있는 분야는 뭔데?” 일확천금의 꿈에 빠지는 학생들 차성준 (포천 일동고등학교 교사) “아, 2대0에 100만원 걸었으면!” 지난 6월, 한국과 독일전이 2대0으로 마무리된 다음 날 복도를 지나다 한 학생이 내뱉는 탄식을 들었다. 농담이 아니었다. 실제로 많은 청소년들이 도박을 하고 있다.동아리를 지도하던 어느 날, 한 학생이 불법 스포츠 토토에 빠져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한 교사는 그 학생이 교실에서 후배들에게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장면을 봤다고 했다. 열변을 토하다 교사와 눈이 마주친 학생은 후배들에게 “선생님 말씀 잘 들어!” 하고 도망치듯 나갔다. 어리둥절했지만 ‘별거 아니겠거니’ 하고 말았다던 동료 교사의 자녀의 진로를 결정하는 과정에 부모란? 차성준 (포천 일동고등학교 교사) 지연(가명)이라는 학생과 상담을 했다. 친구 관계, 학업, 가족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오다가 진로로 흘러갔다. 지연이는 말했다. “딱히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 게 없어요.” 그런데 이야기를 더 해보니 지연이는 분명 관심 분야가 있었다.“뭘 그리거나 예쁘게 꾸미는 게 재미있긴 해요. 디자인 같은 거….”“어? 아까는 관심 진로가 없다고 했는데 사실 이쪽에 관심이 많구나?”“중학교 때 관심이 많았는데 부모님이 반대해서 접었어요.”지연이 이야기를 듣고 군대에서 만났던 후임병이 떠올랐다. 언젠가 숙소에서 병사들이 모여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 그래도 마지막까지 널 지켜줄게 차성준 (포천 일동고등학교 교사) “쟤 또 쌤한테 일렀어?” “아 진짜 ××.” 저만치서 들리는 아이들의 대화가 발을 무겁게 한다. 올 한 해 내내 붙들고 고민했던 문제이다. ‘은따(은근히 따돌림당하는 아이)’에 관한 이야기다.평범한 학생이지만 사소한 이유로 친구들에게 ‘은따’로 찍힌 아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가 자신에게 전혀 우호적이지 않은 아이, 그래서 점점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있다.“선생님, 는 휴대폰 안 냈어요.” 이렇게 친구들의 작은 비행을 신고하는 학생은 이들 세상에서 ‘일러바치는 고자질쟁이’다. 이 같은 제보를 했다는 사실이 학교 가기 싫을 수 있지만 잠깐만… 차성준 (포천 일동고등학교 교사) “안 가.”“엄마랑 같이 가.”“아무리 애들이 괴롭혀도 축구에 꽂혀서 견딜 만했거든. 근데 축구부에 들어간다는 희망이 사라지니까 괴롭히는 애들이 무서워. 맞을 때마다 아파.”“일단 집에 가자. 선생님한테 말씀드리고 와.”KBS 드라마 〈공항 가는 길〉 8화에 등장했던 장면이다.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떼쓰는 학생의 모습이 쉬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동료 교사에게 “학생들은 언제 학교에 오기 싫어질까?”라고 질문하자 그는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면 당연히 학교에 오기 싫겠지”라고 답했다. 그러고 나서도 동료 교사는 많은 이유를 꼽았다 모두를 위한다는 모둠 활동에 모두가 지친다 차성준 (포천 일동고등학교 교사) “또 모둠이에요?” 몇 년 전부터 ‘학생 중심 수업’ ‘배움 중심 수업’ 등이 강조되면서 모둠 활동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신규 연수나 교과별 직무 연수, 학교에서 진행되는 공개수업에는 모둠 활동이 빠지지 않는다. ‘학생 중심 수업’이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둠을 구성하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2학기가 시작되어 새로이 모둠을 꾸렸다. 참여도가 높은 학생 6명을 먼저 뽑았다. 이들을 중심으로 각각 무작위로 6개 모둠을 만들었다. 그러나 모둠이 한 번에 결정된 적이 없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