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기’ 좋아하는 동지들에게 [프리스타일] 김다은 기자 ‘미루기’는 불치의 병이다. 혼자선 치료가 안 된다. 게다가 ‘미루기’와 오랫동안 친애의 정을 나눠온 나로서는 이것을 박절하게 끊어내기가 쉽지 않다. 소심하게 몇 권의 책을 읽어보기도 했다. 〈쏟아지는 일 완벽하게 해내는 법〉 〈힘든 일을 먼저 하라〉 같은 책들. 효과는? 글쎄.책상 위에 할 일을 쌓아놓고 소파에 누워서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가 〈미루기의 천재들〉을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미루기 중증 환자들끼리만 아는 내밀한 이야기가 있을 터. 첫 등장인물은 미루기 세계의 영웅, 찰스 다윈이다. 비글호를 타고 세계 일주를 마치고 돌아온 북한의 ‘동족 관계’ 부정에 담긴 숨은 그림 남문희 편집위원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 남북기본합의서에 규정된 남북 관계 정의다. 굴곡은 있었지만 1991년 12월 탈냉전의 문턱에서 남북이 합의한 대로 30여 년간 이어졌다. 이제 신냉전의 파고 속에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 12월26~30일 개최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는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었다”라고 선언했다. 남북이 그렇게 부인하던 ‘나라와 노래 만드는 일터, 노들노래공장 [포토IN] 신선영 기자 “오늘은 뭐에 대한 노래를 만들어볼까요?” 2월19일 오후 노들노래공장(노노공)의 강사 만수씨(35·음악가 이민휘)가 노들장애인야학에 모인 중증 발달장애인 노동자 10명에게 물었다. ‘바다’ ‘친구의 마음’ ‘이사’ ‘고장’ 등 각자 떠오르는 단어들을 제안했다. 거수투표 결과 ‘바다’로 정해지자, 만수씨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바다 하면 뭐가 생각나요? 바다에 왜 가고 싶어요?” 후반부 가사를 지을 즈음, 바다 주제를 제안했던 황임실씨(47)가 화가 난다며 ‘아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가 안정을 되찾자 이윽고 가사가 정해졌다. 콰이강의 다리에 숨은 조선인의 슬픈 이야기 [역사의 뒤 페이지] 조형근 (동네 사회학자) 멀리서 경쾌한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밀림을 행군하는 장병들이 스코틀랜드 군가 ‘보기 대령 행진곡’을 부른다. 들으면 누구나 아, 하게 되는 익숙한 곡이다. 당당히 행진하며 부대가 들어오는 곳은 타이의 정글 속 포로수용소다. 말레이에서 일본군에 항복한 영국군 포로들이 도착한 것이다. 일본군은 전쟁물자 수송을 위해 한창 철도를 건설 중이다. 험준한 협곡을 흐르는 강에 열차가 지날 다리를 건설하면서 포로들을 동원한다. 포로들은 기어코 다리를 완성한다. 그리고 완공 날, 영국 특공대가 다리를 폭파한다. 영화 〈콰이강의 다리〉(1957) KBS를 향한 박성태·장성철의 당부 “윤석열 다큐, 자막 조심해…” [김은지의 뉴스IN] 장일호 기자 ■ 방송 : 시사IN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IN〉(월~목 오후 5시 / https://youtube.com/sisaineditor)■ 진행 : 김은지 기자■ 출연 :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김경율 불출마, 한동훈이 ‘사천’ 부담 덜고 마음껏 공천할 수 있도록 길 터준 것”“공정하고 투명한 공천? 그걸 왜 대통령실이 신경 쓰나… 그것도 당무 개입”“도어스테핑에서 다큐멘터리로 점프, 대통령직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걸 드러내”“‘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합창? 왜 사랑이 필요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김건희 리스크’를 키운 건 여권이다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2023년 12월28일, 이른바 ‘쌍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흔히 ‘김건희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으로 부르는 법이다. 법안이 통과되자 대통령실은 법안이 이송되는 즉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진작부터 예견된 수순이다.여권은 ‘총선을 겨냥한 악법’이라고 비판한다. 그런데 김건희 특검법은 느닷없이 등장한 게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안을 처음 발의한 게 2022년 9월이다. 국민의힘의 반대로 처리가 무산됐다. 그러다가 2023년 2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들의 1심 판결이 났 독도에서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김흥구·글 임재정(시인)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1번지.독도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우리가 새나 고래가 아니어서가 아니다. 거친 바다가 푸르고 깊어서는 더욱 아니다. 격동의 세계정세에 시달려 품고 있던 영토를 조금씩 놓치며 목숨을 부지하기 바빴기 때문이라 하자.그럼에도 우리는, 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늘 독도에 살고, 거기 머문다. 밤엔 북두칠성이 우리네 꿈인 듯 능선에 걸리고, 낮이면 숱한 새들의 행색을 한 우리들이 바위와 하늘을 가득 메운다. 해녀들이 머물렀고 일본의 침탈에 맞서 의용 수비대가 목숨을 걸었던 곳, 첫 주민인 최종덕 어부의 목을 축여 “법 테두리 밖에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지예” [세상에 이런 법이] 오지원 (변호사) 꽤 오래전, 마트에서 물건을 정리하던 직원이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혹시 텔레비전에 나오시는 분인가요? 너무 낯이 익는데.” “아··· 제가 세월호 참사 관련 일을 하는 변호사라··· 정말 아주 가끔···.” 그 직원은 내 말에 정말 반가워했다. “어머, 저희 같은 사람들은 법이 보호를 안 해주는데 어떻게 이런 변호사가 있어요.”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는 그 말이 가시처럼 걸려 내려가지 않았다. 법의 보호를 받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고 느끼고, 자신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며, 내가 그들을 위해 일한다고 느끼는구 ‘괴물은 누구일까?’에서 시작해 ‘괴물이 나였구나’로 끝난다 임지영 기자 아직 영화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대형 스크린에 등장했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관객에게 첫선을 보인 뒤 11월 개봉한 그의 신작 〈괴물〉 시사회 자리였다. 유선 이어폰을 낀 고레에다 감독이 도쿄에서 화상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괴물은 누구게?” 극 중 두 아이가 함께 외우던 대사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이자 관객을 향한 물음이기도 하다. 감독에게도 같은 질문이 던져졌다.〈괴물〉의 상영이 시작된 지 10여 분, 마치 2023년 한국을 예견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쪽 운동화를 잃어 ‘칼라베라 카트리나’ 가면을 쓰고,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외치다 [시선] 이명익 기자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인 11월25일, '친족성폭력 생존자'들이 시민들과 함께 '제3회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를 열고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 '칼라베라 카트리나' 가면을 쓴 채, 종로 보신각에서 광화문으로 행진했다. 가면은 '죽음 같은 삶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뜻을 담고 있다. 참가자들은 "국가는 대답하라, 생존자가 여기 있다",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하라" "오늘 하루 우리 서로의 집이 되어주자" 같은 구호를 외쳤다.친족성폭력은 대부분의 피해자가 가정 내에서 미성년자일 때 발생한다. 가해자가 가족이기 때문에 당시의 경 노란봉투법 제안한 시민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배춘환(노란봉투 캠페인 제안자) 10년 전, 시민 배춘환씨가 〈시사IN〉 편집국에 4만7000원을 보내왔다. 47억원의 손해배상이 청구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게 힘을 보태달라는 뜻이었다. 노란봉투법은 그 4만7000원에서 시작되었다. 지난 11월9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란봉투법을 제안한 시민 배춘환씨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그 편지를 싣는다.윤석열 대통령님께저는 10년 전 겨울에 한 통의 편지를 썼습니다. 해고된 노동자들에게 수십억원의 손해배상이 청구됐다는 기사를 본 은행을 한 번도 가본 적 없다는 그 청년의 말을 듣고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김동인·주하은·박미소 기자가 영국·미국의 ‘금융 이해력’ 교육 현장을 취재하고 돌아왔다. 금융이 발달한 두 나라에서는 학교 혹은 비영리단체에서 어떻게 금융 교육을 할까?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그 취재의 결과물이다.2021~2022년 동안 국내에서 했던 취재가 쌓여 이 기획을 하게 되었다. 부채 문제를 취재하던 김동인 기자가 2021년 초에 금융 상담 현장에 있는 전문가에게 ‘악성 채무 문제로 찾아오는 청년이 늘었다’는 말을 들었다. 특히 불법 사기대출 피해가 많았다. 혹시 ‘작업 대출’이나 ‘내구제 대출’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았는가? 가까워지는 북한과 러시아, 어떻게 볼 것인가 남문희 편집위원 보스토치니 북·러 정상회담(9월13일)에 대해 국내와 미국의 온도차가 느껴진다. 미국 측 전문가들은 지난 7월12일 이뤄진 고체연료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포 18호의 배후에 러시아의 기술지원이 있었다는 의심을 강하게 갖고 있다. 따라서 보스토치니 이후 무엇이 더 튀어나올지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반면 국내 일부에서는 옛 소련 시절 이래 러시아가 동맹국에조차 첨단 군사기술을 넘겨준 적이 없다며 다소 느긋해한다.러시아가 동맹에조차 첨단 군사기술을 이전한 적 없다는 것은 대체로 맞는 말이다. 그러나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 이국의 전쟁에 대한 평범한 영국인의 마음 [역사를 읽는 시간 ②] 탕수육 (필명·한국 현대사 연구자·팟캐스트 ‘역사책 읽는 집’ 진행자) 결혼, 취업, 진학, 정치. 명절에 온 가족이 모였을 때 절대로 꺼내서는 안 되는 대화 주제들이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이번 추석에는 ‘역사’도 이 목록에 추가해야 할 것 같다. 독립운동가를 추모하는 일을 두고도 편을 나누어 싸울 수 있음을 요 몇 주 동안 새삼스레 확인하고 있으니까. 그러니 온 가족이 둘러앉은 추석 밥상을 세대와 진영 간의 싸움으로 얼룩지게 하고 싶지 않다면 섣불리 역사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 것이 지혜롭겠다.사실 역사에 대한 해석이 정치적 입장에 따라 갈린 것이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예컨대 식민지근 증거로 따져본 홍범도의 자유시 참변 가담설 이종태 기자 국방부는 당초 육군사관학교 충무관 앞 독립운동 유공자 5인의 흉상을 모두 독립기념관 수장고로 이전하려 했다. 추가로, 충무관 1층 로비에 있는 박승환 참령 동상도 이전 대상이다. 박 참령은 이토 히로부미와 이완용이 조선 마지막 군주인 순종의 조칙을 위조해 대한제국 군대를 해산하자 자결로 저항한 인물이다.이에 대해 ‘독립운동 지우기’라는 여론이 일자, 홍범도 장군 흉상만 교외 이전할 방침이다. 주된 명분은 그의 ‘자유시 참변(1921년 6월28일) 개입’이다. 홍범도가 참변의 가해자들 편에 서서 독립운동을 궤멸시켰다는 것. 자유시 참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라 프론테라김희순 지음, 앨피 펴냄“세계화는 우리들 사이에 놓인 장벽을 허물어뜨리지 못했다.”책 제목은 스페인어로 ‘국경’이라는 의미다. 장벽과 철조망 따위로 가로막힌 3100여㎞ 경계.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선은 국지적 경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책은 지리적으로 형성된 국경선을 두고 미국과 멕시코라는 두 세계가 조우한 역사를 풀어내며 최근 팬데믹 국면까지 논란이 된 두 나라 간의 갈등 양상을 설명한다. 우리에게는 너무 먼, 아무 관련 없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국경을 무대로 한 미국과 멕시코의 공생과 긴장 관계, 그 “축구가 너무너무 좋아서”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너의 꿈이 될게지소연·이지은 지음, 클 펴냄“축구가 너무너무 좋아서 여전히 잘하고 싶고, 더 오래 하고 싶다.”2002년 월드컵 때 박지성 선수를 보며 꿈을 키웠던 아이는 스스로와 한 약속을 지켰다. 열다섯 살,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 “자신의 인생 반 이상을 국가대표 선수로 뛴” 지소연 선수를 인터뷰한 책이 나왔다. 이 책의 띠지에 적힌 추천사를, 바로 그 박지성 선수가 썼다. “지소연은 최고의 축구선수다.” 한때 자신의 우상에게 ‘최고’라는 찬사를 받기까지 고군분투했던 여정이 담겼다. 그는 이제 또 다른 선수의 우상이 부모가 창피했던 열두 살 우리들에게 [비장의 무비]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시작은 종이 한 장이었다. 가정환경조사서. 엄마 아빠의 나이, 학력, 직업, 종교 따위를 모두 적어 내던 종이 한 장. 담임쌤이 앞으로 불러내 그걸 들고 이것저것 물어볼 때 다른 친구는 막힘없이 대답하는데 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던 기억을, 아프지도 않으면서 아픈 척 양호실에라도 달려가 숨고 싶던 그 불편한 마음을, 언젠가는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꼭 꺼내 보이고 싶었다.커서 영화감독이 되었다. 첫 장편영화를 만들 기회가 왔다. 내가 잘 아는 오래전 나의 마음을, 나를 잘 모르는 지금의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여주는 게 좋을까. 궁리 끝 끝나지 않은 전쟁을 이제는 끝내기 위해 [여여한 독서] 김이경 (작가) 1953년 7월27일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됐다. 올해가 정전 70주년이다. 이를 기념해 한국전쟁 관련 책을 읽기로 했다. 이런 식의 의미 부여가 아니라면 그 무겁고 무서운 역사에서 계속 눈을 돌릴 테니까. 여러 책 중 인류학자 권헌익이 쓴 〈전쟁과 가족〉을 골랐다. 박완서의 소설로 시작하는 도입부를 보고 쉬 읽겠지 했는데 웬걸, 300쪽을 읽는 데에 일주일이 걸렸다. 문학·역사학·철학·정치학·인류학 등을 넘나드는 저자의 너른 지식이 버겁기도 했고 무엇보다 소설·영화·일기·문집·증언 등 다양한 자료로 전하는 전쟁의 경험을 마주하기 시사IN 제827호 - 극한 기후 극한 노동 차형석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 리뷰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김다은 기자 기자들의 시선/이오성 기자 포토IN/한국으로 피란 온 우크라이나 고려인의 희망COVER STORY IN뜨겁고 불안하고 숨 막히는 2023 여름 노동 이야기폭염과 폭우가 교차하는 극한의 여름 기후 속에서, 열악한 환경에 놓인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이 더욱 위협받고 있다. 비닐하우스 이주노동자, 마트 배송 기사, 급식실 노동자, 플랫폼 라이더, 도로공사 현장지원직 등 다양한 형태의 극한 여름나기 노동을 취재했다. 찜통 비닐하우스에서 24시간을 산다 노동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