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 시사IN 편집국
  • 호수 619
  • 승인 2019.07.26 12: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미동맹의 진화
허욱·테런스 로릭 지음, 이대희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동맹은 국가들이 공동의 안보 문제에 대처할 필요가 있을 때 주로 시작한다.”


지난 65년(1953~2018) 동안 한·미 동맹의 여정을 간결하고 포괄적으로 일별할 수 있는 책이다. 당초 북한 등 공산주의 세력의 남진을 차단할 안보적 목적으로 탄생한 한·미 동맹의 구도는 ‘후원자(미국) 대 고객(한국)’이었다. 그러나 한국이 빠른 경제성장과 더불어 이에 걸맞은 민주주의 체제와 역량, 자신감으로 국제관계에서 더욱 적극적 행위자로 나서게 되자 두 나라의 동맹관계는 서서히 바뀌어나간다. 한·미 관계가 ‘후원자-고객’에서 ‘전략적 동반자’로 진화한 것이다. 책은 이런 관계 변화의 이론화로 내재적 성장과 정치 발전이 어떻게 비대칭적 동맹에서 협력적인 동반자 관계로 변환하는 길을 터주었는지 설명한다. 특히 한국의 민주화는 한·미 동맹의 진화에 결정적 사건이었다.



아들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아베 교코 지음, 이경림 옮김, 이너북스 펴냄

“여보, 마사토가 사람을 죽였대.”


‘세움’은 국내 수감자 자녀와 가족을 지원하는 단체다. 단체가 하는 일을 설명하면 피해자 자녀도 돕지 못하는데 수감자 자녀를 도와야 하느냐는 질문이 이어진다. 범죄 뒤에는 억울한 피해자도 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범죄자와 동일시되는 가해자 가족도 있다. 이들은 가해자가 아니지만 원죄를 함께 짊어진다. 대부분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애쓰며 묵묵히 살아간다. 일본의 비영리단체 월드오픈하트 이사장인 저자도 가해자 가족 모임을 지원한다. 그는 일본 사회, 가해자 가족 삶의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갑자기 걸려온 경찰의 전화로 일순간 삶이 바뀐 이들은 이웃과 친척에게 폐를 끼칠까 봐 스스로 목숨을 끊지도 못한다.



밀양을 듣다
김영희 외 지음, 오월의봄 펴냄

“어떻게 들어야 하는가?”


책의 기획을 담당한 김영희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는 구술 서사 수집과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학술 연구자다. 그가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 건 5년 전이다. 반대 운동에 나섰던 ‘밀양 할매’들은 자신들의 싸움이 탈원전과 탈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러한 행동이 미래를 향한 싸움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탈원전을 사회적 이슈로 만드는 데 기여했지만 그 결과 만들어진 공론화위원회에서 이들은 발언권이 없었다.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을 함께했던 활동가와 연대자, 마을 주민, 연구자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았다. ‘누군가의 말은 그 말을 들으려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자리를 통해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온다.’



타임캡슐
김수박 그림, 울트라미디어 펴냄

“X세대의 IMF.”

그들 앞 세대는 전대협 세대로 불렸다. 하지만 이들은 한총련 세대로 불리지 않는다. X세대라 불린다. 외환위기(IMF 구제금융)가 닥치고 외신들이 ‘한국은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다’고 비아냥거릴 때 ‘그래도 우리는 그 샴페인 맛을 봤다’며 자위했던 세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으면서 이 날라리 세대가 기억의 타임캡슐을 꺼냈다.
저자의 장점은 결정적인 한 장면을 소환하면서 그때의 복잡한 감성을 복구하는 것이다. 전작 <메이드 인 경상도>에서는 수학여행지에서 마주친 전라도 학교 학생들과 경상도 학교 학생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교차하는 장면으로 지역감정이 빚어낸 상처를 드러냈다.



시조, 서정시로 새기다
맹사성 외 지음, 고정희 외 옮김, 아시아 펴냄

“강호에 봄이 드니 미친 흥이 절로 난다.”


맹사성·이현보·이황·정철·신흠· 윤선도·신계영·이휘일·황진이· 김천택·박효관. 조선 시대를 풍미한 어벤저스급 시인들의 시조를 엄선했다. 시작은 맹사성의 <강호사시가>다. “강호에 봄이 드니 미친 흥이 절로 난다/ 탁료 계변에 금린어 안주로다/ 이 몸이 한가해옴도 역군은 이샸다.” 500년 동안 꾸준히 불렸던 시조를 읽으며 우리의 심성을 들여다보게 된다.
이를 영역해서 한 번 더 읽으면, 읽는 맛이 새롭다. 영역은 영국 중세문학을 전공한 영국 학자 저스틴 M. 바이런데이비스가 맡았다. 그와 시조를 전공한 고정희씨는 모바일과 온라인으로 소통하며 까다롭게 번역 작업을 진행했다. 고어라 뜻이 잘 와 닿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영역된 부분을 읽으면 오히려 의미가 선명해진다.



잊혀진 전쟁의 기억
정연선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국내 문제들이 병사들의 배낭 속에 넣어져 해외로 나가곤 했다.”


미국인들에게 한국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이나 베트남전쟁만큼 존재감이 크지 않다. 그래서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소설도 제2차 세계대전이나 베트남전쟁에 관한 것만큼 많지 않다. 그래도 한국전쟁 참전 미군들은 ‘제한전쟁’이니 ‘국지적 분쟁’이니 하는 말로 격하되는 것에 분노한다. 그들에게는 20세기 미국이 관여한 전쟁 중 가장 참혹한 전쟁이었다.
저자는 70여 권의 미국 소설 속에 한국전쟁이 어떻게 기억되고 어떻게 재해석되었는지 살폈다. 전사자 3만3600여 명과 부상자 10만명 이상을 낸 이 전쟁이 그들에게 남긴 상처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왜 들어보지도 못한 극동의 조그만 나라에 와서 싸워야 했는가.’

탐사보도의
후원자가 되어주세요

시사IN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