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표정이 안 좋다. ‘거사’ 하루 만에 일이 꼬였다.

월요일인 1월10일 최고위원회의가 만장일치로 ‘정동기 불가’를 선언하는 ‘거사’를 치를 때까지만 해도, “이제야 당 지도부가 청와대에 할 말을 한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화요일 안으로 자진사퇴하지 않겠느냐”는 장밋빛 예측도 한나라당에서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청와대 역시 당이 반기를 든 데는 불쾌해하면서도, 정동기 카드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기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하루 만에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말이 180도 바뀌었다. 당이 사퇴를 압박한 월요일 저녁 “거취 결정이 청문회(1월19일~20일)까지 가는 건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까지 멀리 갈 필요는 없고…”라며 자진사퇴를 암시했던 정 후보자는, 다음날인 화요일 아침 “(청문회) 준비할 건 해야죠”라며 태도를 바꿨다. 사퇴 선언을 기다렸던 한나라당은 뒤통수를 맞았다. 

당 지도부 역시 청와대의 ‘노기’가 심상찮다고 판단하고 몸을 낮췄다. 같은 날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불가피할 경우 (정부에 대해) 견제할 것은 제대로 견제하고 보완해 나가겠다”라는 표현을 회견문 초안에 넣었다가 실제 회견에서는 뺐다. 이 표현이 빠진 이유에 대해서도 즉답을 피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청와대의 강경 기조가 곳곳에서 감지되는 모양새다.

화요일 하루, 한나라당의 반응은 “일단 지켜보자”로 모아졌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강행돌파가 무리라는 건 청와대도 알 거다. 모양새 때문에 하루이틀 묵히려는 것 아니겠나”라고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놨다. “사실 타이밍으로만 따지면 즉시 사퇴하는 게 가장 좋고 끌면 끌수록 부담인데, 청와대 체면도 생각해 줘야 할 문제라….”

주요 당직을 맡은 또다른 수도권 의원 역시 “결국 저쪽(청와대)에서 정리해 줄 거다”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정리’ 시점이 언제가 될 것 같으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우리도 골치 아프다”라며 답을 하지 못했다. 예상 외로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당은 빨리 털고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일단은 대통령 체면을 고려해 청와대로 공을 넘긴 모양새다. 청와대가 ‘체면 치레’가 아닌 진심으로 ‘강행 돌파’를 선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관측이지만, 그 낮은 가능성이 실현된다면 그때는 한나라당으로서도 선택지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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