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출판사를 물은 게 아니다. ‘올해 가장 왕성하게 양서를 펴낸 출판사’를 물었다. 그 질문에 많은 출판 편집자가 김영사를 꼽았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출판 편집자 27명 가운데 김영사를 언급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2010년 한 해, 김영사의 무엇이 출판 편집자들의 마음을 흔들었을까.

김영사는 지난 한 해 동안 100여 종의 책(주니어김영사·비채·포이에마 같은 자회사 출판 브랜드의 것까지 합치면 200여 종에 이른다)을 펴냈다.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말콤 글래드웰 지음)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짐 콜린스 지음〉 〈성공은 하루 만에 잊어라〉(야나이 다다시 지음〉 같은 자기계발·경영서는 물론이고, 〈예수 평전〉(조철수 지음) 〈부처님 이야기〉(채지충 지음) 같은 종교서, 〈찰스 다윈 평전〉(재닛 브라운 지음) 〈스마트 스웜〉(피터 밀러 지음) 같은 과학서까지 장르에 제한이 없었다. 〈도덕, 정치를 말하다〉(조지 레이코프 지음) 〈간송 전형필〉(이충렬 지음) 같은 인문서도 활발히 펴냈다. 특히 대수장가(大收藏家)의 우리 문화재 수집 이야기를 담은 〈간송 전형필〉은 독자들의 호응을 크게 얻어 3만 부 이상 팔리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김영사의 최고 흥행작은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지음)였다. 다수의 출판 편집자가 올해 김영사에 주목한 이유로 그 책의 ‘성공’을 들었다. 하지만 단순히 ‘많이 팔린 책을 내놔서’가 아니다. 자기계발서도 문학서도 아닌 인문서가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는 귀하고 반가운 사실을, 김영사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보여줬기 때문이다. 안영찬 효형출판 편집팀장은 “십수년 만에 인문 분야 책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시장 읽는 기획력 강한’ 돌베개도 호평

김영사 못지않게 인문서 출판 터줏대감인 ‘돌베개’도 출판 편집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초정 박제가의 시문집을 완역한 〈정유각집 상·중·하〉(정민 옮김)와 선귤당 이덕무의 비평집 〈종북소선〉(박희병 옮김) 등 고전 분야 책들과, 〈운명이다〉(노무현·유시민 지음) 〈한국민주화운동사 1·2·3〉(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 같은 현대사 기록서들이 특히 많이 언급되었다. 김윤경 김영사 편집장은 “돌베개는 편집력이 탄탄하고 시장을 읽는 기획력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올해 〈4천원 인생〉(안수찬 외 지음) 〈거꾸로 보는 고대사〉(박노자 지음) 등을 펴낸 한겨레출판과, 〈세계문학전집〉 〈한국고전문학선집〉 등 전집류를 많이 출간한 문학동네도 출판 편집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한겨레출판은 “정기간행물의 자산을 단행본에서 잘 활용하고 있다”(김경태 북하우스 편집장)라는 평가를, 문학동네는 “현대 문학서를 왕성하게 펴내면서도 한국 고전문학 연구서를 새롭게 선보였다”(이은혜 글항아리 편집장)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길을 고집하는 ‘전문’ 출판사들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강미영 민음사 편집부장은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칼 세이건 지음) 〈어머니의 탄생〉(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희망의 자연〉(제인 구달 지음)같이 묵직한 과학 분야 책을 내는 사이언스북스에 대해 “막대한 매출과 베스트셀러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과학 분야 양서를 끊임없이 출간하고 있다”라고 호평했다.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칼 마르크스의 〈자본〉을 꼼꼼히 완역한 학술 전문 출판사 ‘길’에 경의와 응원을 보내는 출판 편집자도 많았다.

그 외 ‘경제학의 대중화를 위해 오랜 세월 기울여온 노력의 결실을 거둔’ 부키와 ‘비교적 시장에 휘둘리지 않고 양서를 펴내는’ 푸른역사, 그리고 ‘본격적인 총서들을 선보이면서 종합 인문학적인 색채를 여실히 드러낸’ 그린비를 꼽은 출판 편집자도 있었다. 또 ‘국내 인문학자 저자를 잘 발굴하는’ 글항아리, ‘〈김대중 자서전〉 등 묵직한 책을 펴낸’ 삼인, ‘한결같은 인문사회 과학 출판사로서의 소신과 스타일이 브랜드 경쟁력이 된 출판사인’ 후마니타스도 동료 출판사 편집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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