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편집자들은 김영사를 ‘올 한 해 가장 왕성하게 양서를 펴낸 출판사’로 꼽았다. 직원 110명과 함께 김영사를 이끌어가는 박은주 대표(53·사진)에게 소감을 물었다.

김영사가 올 한 해 출판 편집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스스로 평가하기에도 그럴 만한가?
인문서 시장이 침체돼 있는데, 그 시장을 다시 되살리는 단초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저로서도 올 한 해가 반갑고 기뻤다. 특히 〈정의란 무엇인가〉와 같이 무거운 주제를 다룬 책이 1만~2만 부가 아닌 60만 부나 팔리면서 인문학 서적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뿌듯하다. 아울러 인문서 시장에서 우리뿐 아니라 다른 다양한 출판사도 함께 주목받아 매우 기쁜 한 해였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기획·편집 과정이 궁금하다.
출판업에서는 시장을 2~3년 앞서간다. 국내 저자든 해외 저자든 양서를 쓰는 저자들의 행보에 주목하고, 그들의 저술 활동을 기획 단계에서부터 지켜본다. 〈정의란 무엇인가〉도 마찬가지다. 하버드 강의 내용을 책으로 엮을 계획이 서 있었던 2007년, 이 책이 다룰 ‘정의’라는 주제가 눈에 들어왔다.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옳은 행동·생각·정부인지, 어떤 사람이 옳은 지도자인지에 대해 우리 사회가 한번은 논의해볼 시점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저 없이 〈정의란 무엇인가〉의 출판을 결정했다. 초기에 계약해 선인세도 아주 낮게 낼 수 있었다.

〈정의란 무엇인가〉가 이렇게 인기를 끌 줄 예상했나?
대박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다만 ‘정의’라는 주제에 공감하는 분이 2만~3만명만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기대 이상이다. 우리 김영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정의로움,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논의에 갈증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김영사는 ‘베스트셀러 출판사’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에 대해 억울하지는 않다. 모든 사람이 생각과 취향, 시각이 다르고 어떤 책이 좋은 책인가에 대해서도 다 생각이 다르다. 다만 나와 김영사 직원들이 생각하는 좋은 책이란 사람들이 가진 편견과 선입견을 뛰어넘게 도와주는 책, 시대를 앞서가는 책, 불편한 마음을 열린 마음으로 바꿔주는 책이다. 어떤 분야, 어떤 시각만으로 책을 내고자 고집하는 건 내 생각과 다르다. 귀 기울여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인물과 이야기라면 뭐든 책으로 출판해 다양한 시각을 사회에 들려주고 싶다. 이런 게 다른 분들의 생각과 다를지도 모른다.

2010년은 김영사를 비롯한 출판계에 어떤 해였나?
올해는 아이폰, 아이패드, 전자책과 같은 것들이 이끈 혁명이 지난 어떤 해보다 현실화되고 구체화된 해이다. 많은 출판인이 혼돈스러워하지만, 여기서 새로운 기회를 보는 이도 많다. 그래서 2010년은 새로운 출판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의 해였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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