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조 록 밴드 ‘더 프라텔리스’의 공연 모습. ⓒWikipedia
3인조 록 밴드 ‘더 프라텔리스’의 공연 모습. ⓒWikipedia

축구를 좋아한다. 어릴 때 본격적으로 배우면서 축구선수를 꿈꾼 적도 있다. 시청·관람하는 주요 경기는 당연히 K리그다. 특별히 응원하는 팀은 국내에도 해외에도 없다. 축구만 재미있게 해주면 그걸로 충분하다. 몇 년 전 친구 둘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으로 가서 경기를 봤다. 버킷 리스트를 마침내 현실화한 순간이었다. 함께 응원하고 경기를 보면서 토트넘 응원가를 마음껏 불렀다. 방법은 간단하다. 루이 암스트롱의 ‘웬 더 세인츠 고 마칭 인(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 1938)’에서 ‘세인츠(Saints)’를 ‘스퍼스(Spurs)’로 대체하기만 하면 된다. 최근 손흥민 선수 응원가가 된 크랜베리스의 ‘좀비(Zombie, 1994)’도 방법은 동일하다. 후렴구의 ‘좀비’를 ‘소니(Sonny)’로 바꾸면 끝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외에도 축구 응원가는 무진장 많다. 그중 독자 여러분이 잘 모를 만한 곡들로 소개한다.

 

Chelsea Dagger / 더 프라텔리스(2006)

이름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존 프라텔리가 이끄는 3인조 밴드다. 다른 두 명의 이름은 배리 프라텔리와 민스 프라텔리. 가족일 거라고 추측하면 오산이다. 리더의 본명에 맞춰 가명을 똑같이 지은 것이다. 과거 라몬스(Ramones)라는 밴드가 썼던 방법이기도 하다. 이 곡, 스코틀랜드 최강팀인 셀틱 FC의 응원가로 오랫동안 불렸다. 현재 한국인 선수가 3명이나 소속된 클럽이기도 하다. 여러분도 후렴구를 들어보면 “이 곡 알지” 할 것이다. 광고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제목은 존 프라텔리 아내의 별명에서 따온 것이다. 전직 댄서인데 활동명이 ‘첼시 대거’였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첼시 FC에서 응원가로 사용한 적은 없다.

 

I Predict a Riot / 카이저 치프스(2004)

‘리즈 시절’이라는 말,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리즈 유나이티드(Leeds United FC)라는 축구클럽에 기원을 둔 표현이다. 과거 앨런 스미스라는 축구선수가 있었다. 리즈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꽤 잘해서 당시 박지성 선수가 뛰고 있던 빅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전격 이적했다. 그런데 희한하게 이때부터 부상 및 부진으로 실력이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국내 팬들이 “저 친구의 리즈 시절이 있었지”라고 말한 것이다. 물론 영국 쪽에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다. 어쨌든 이 곡, ‘아이 프레딕트 어 라이엇(I Predict a Riot)’은 리즈 팬들이 응원가로 부르는 노래다. 시원시원하게 질주하는 후렴구를 반복해서 떼창 한다. 이 노래를 애창하는 이유는 기실 별것 없다. 이 곡을 발표한 카이저 치프스가 리즈에서 결성된 밴드여서다.

 

It’s Only Us / 로비 윌리엄스(1999)

팝을 어느 정도 들었다면 이 곡을 모를 수 없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담긴 곡이라 설명해본다. 이 곡, 로비 윌리엄스가 게임 주제가로 발표해서 화제를 모았다. 바로 축구 게임 〈피파 2000〉이다. 원래 로비 윌리엄스는 게임 음악을 만들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회사 측에서 삼고초려를 했고, 결국 다음과 같은 조건으로 승낙했다고 전해진다. 첫째, 비록 1부 리그에는 없지만 자신이 응원하는 팀인 포트 베일 FC(Port Vale FC)를 게임 속에 구현해달라. 둘째, 바로 나, 로비 윌리엄스도 게임 속에 구현해달라. 게임 회사가 오케이한 뒤 작곡해 발표한 이 곡, 영국 싱글차트 1위에 오르면서 엄청나게 히트했다. 결국 서로에게 윈윈이 된 셈이다.

기자명 배순탁 (음악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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