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종 대표ⓒ시사IN 이명익
안기종 대표ⓒ시사IN 이명익

‘환자단체연합회’에는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등 9개 환자 단체가 속해 있다. 안기종 대표(사진)는 2010년 출범 당시부터 환자단체연합회를 이끌며 보건의료 분야에서 환자·이용자·보호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지금은 완치되었지만 그의 아내 역시 한때 백혈병으로 투병 생활을 했다. 전공의 집단 사퇴 3주 차에 접어든 3월13일 서울시 영등포구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실에서 안 대표를 만났다.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환자 불편·피해 사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어떤 내용들이 들어오고 있나?

검사, 수술, 항암 치료, 이식 등이 연기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아주 다급하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환자들의 진료가 미뤄지는 것 같지는 않다. 어느 정도 일정을 조정해도 큰 지장은 없는 수준의 치료들이다. 물론 연기되는 것 자체가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는 피해이다. 그러나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환자가 직접적으로 건강상 위해를 입었다고 할 만한 케이스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전공의가 1만명(전체의 92.9%) 넘게 현장에서 빠지면 의료 대란이 발생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는 아직 아니라서 우리가 보기에도 좀 의외였다. 2020년 전공의 파업 때보다도 현장에서 PA 간호사들이 맡고 있는 역할이 커진 것 같다. 교수, 전임의(펠로), PA 간호사들로 중증·응급 진료가 돌아가고 있는 걸로 보인다. 안전사고와 의료사고 위험이 높아졌겠지만 사회적 관심이 크고 언론의 관심도 집중되다 보니 더 조심하는 것 같다. 그래서 사실 더 걱정이 된다. 적은 인력이 긴장감 속에서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으니 피로감이 극에 달했을 것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겠다.

일각에서 얘기가 나오는 것처럼 교수님들이 이탈하기 시작하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어질 것이다. 그런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하더라도 시간이 갈수록 사고 위험은 높아지게 돼 있다. 정상적 의료시스템 안에서도 항암 치료 사이클이 돌아오는 3~4주쯤에는 여러 사건이 발생한다. 3월19일이면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4주가 된다. 항암을 할 때마다 암세포를 30%에서 20%로, 20%에서 10%로 줄여나가게 되는데 스케줄대로 못하게 되면 다시 늘어날 수 있다. 그걸 ‘관해가 풀린다’고 한다. 이런 케이스가 발생하면 전공의 집단행동 때문에 생긴 피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때는 단체에서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어떤 대응을 준비하고 있나?

환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연락을 해오면 기자회견을 한다든지 해서 그 목소리를 적극 알릴 생각이다. 그 민원은 단순히 한 명의 민원이 아니다. 여러 명이 그런 일을 겪는 가운데 한 명이 용기를 낸 것이다. 당연히 법적 대응도 해나갈 것이다. 변호사를 선임해 병원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하고 민사상 책임도 물어야 한다. 국가 역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정부에도 문제 제기를 할 생각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식 날짜가 연기된 환자가 그 센터에 연락을 한 적이 있었다. 그분은 치료받을 수 있는 다른 병원으로 연계해준다든지 하는 도움을 기대하고 연락한 것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운영하는 그 센터는 피해 신고를 받고 법률적 지원을 해주는 곳일 뿐이었다. 거기서 신고를 하겠느냐고 하기에 굉장히 불쾌감을 느꼈고, 그래서 그냥 끊었다고 하더라. 신고를 하면 자기가 치료받던 병원과 의사 선생님이 조사를 받게 되지 않나. 지금 있는 의사 선생님들은 떠난 의사들의 자리를 대신하면서 정말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그분들 사기를 떨어트리는 상황은 환자 입장에서도 바라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환자는 정부로부터 어떤 의료적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그저 이 사태가 해결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지금 상황이 많이 답답하겠다.

전 세계적으로 의사면허를 가진 그룹이 집단행동이나 파업을 하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비우지는 않는다. 2014년, 2020년 파업 때도 이곳 인력까지 빼지는 않았다. 전공의들이 응급실, 중환자실 환자들을 남겨두고 떠난 것은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용납하기 어렵다.

정부와 의료계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환자단체연합회와 9개 소속 단체들이 요즘 제일 자주 하는 얘기가 “우리는 볼모가 아니다”이다. 양쪽 다 환자를 앞세우고, 환자를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각자 주장의 도구로밖에 인식하지 않는 것이 사실 아닌가. 양극단에서 타협의 여지가 없는 주장만 하고 있다. 환자들이 볼모·인질이 되는 순간 전공의들은 테러범이 되는 거고, 정부는 테러범을 진압해 인질을 구출하는 역할이 된다. 그런 프레임에 휘말리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우리는 환자다. 정부는 환자가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의사는 당연히 환자 곁에서 치료를 해야 한다. 그 얘기만 명료하게 전하고 싶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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