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전 총리는 언론인 출신 정치인이다.ⓒAP Photo
보리스 존슨 영국 전 총리는 언론인 출신 정치인이다.ⓒAP Photo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주요 신문·방송사 출신 언론인 다수가 각 당의 공천을 받고 있다. 한국에는 언론인 출신 정치인을 칭하는 소위 ‘폴리널리스트(politics+journalist)’라는 조어까지 존재하는데, 이 용어는 언론인 출신 정치인에 대한 꽤 부정적인 평가를 내포하고 있다.

언론인에게도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을 텐데 정치인이 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일까? 언론인은 민간인임에도 공직선거법에 따라 현직 신분을 유지한 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이해충돌의 가능성 때문이다. 규범적으로 언론인이 추구해야 할 최우선의 이익은 공공의 이익이며, 이를 위해 권력에 영합하기보다 감시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폴리널리스트는 언론 활동 중 공익보다는 사익, 즉 정당 공천을 받고자 하는 목적을 위해 특정 정파에 우호적인 언론 활동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공천 직전까지 취재·보도 활동에 임했다면 이해충돌 지점이 존재할 가능성은 더 크다.

하지만 매우 정파적인 한국의 언론 상황에서 특정 정치 성향을 대놓고 드러내는 언론인이 없는 것도 아닌데 정치 성향이 맞는 정당의 공천을 받는 게 무슨 문제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관련 논의를 살펴보면 모든 언론인의 정계 진출이 엄격한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언론인도 사실성·공정성 같은 저널리즘의 기본을 지키려 노력하는 ‘원칙파’와 그렇지 않은 ‘논평가’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데, 원칙을 지키며 보도 활동을 해온 언론인일 경우에는 정계 진출을 조심해야 한다는 소리다. 미국기자협회의 관련 규정을 봐도 “공정하다고(impartial) 여겨지기를 원하는 기자들”은 공직 진출을 삼가라고 조언한다. 대표적 언론인 출신 정치인인 보리스 존슨 영국 전 총리는 기자 시절 저널리즘 원칙을 거스르고(〈더 타임스〉에서 인용 조작으로 해고된 적이 있다) 노골적으로 정치색을 드러낸 정파적 논평가였던 터라 정계 진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즉 돌려 생각해보면 언론계에서 정치계로 직행하는 이들은 공정한 언론인이었다고 인정받기 원하는 부류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당선되지 않더라도 언론계로 복귀하지 말라

언론인의 빈번한 정계 진출은 언론이 독자적 역할을 정립하고 수행하기보다는 늘 무언가의 도구로 사용되어온 한국적 현실을 반영하는 터라 더 씁쓸하다. 언론은 개화기에는 계몽의 도구, 경제발전기에는 발전의 도구, 민주화 운동기에는 민주화의 도구였다. 언론과 정당이 동일한 정치적 지향점을 추구하는 관계를 의미하는 ‘언론-정당 병행성’이 높은 한국 상황에서 폴리널리스트의 확대는 현재 언론이 정치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 같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며 언론인 생활을 했다고 여기는 분들이 굳이 폴리널리스트의 길을 가려 한다면 몇 가지 부탁하고 싶다. 첫째, 국회의원에 당선될 경우 언론에 대해 알은체하며 함부로 언론 정책에 손대지 말기 바란다. 이미 많은 언론인 출신 정치인들이 언론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언론 자유를 옥죄는 저격수로 활약했다. 본인들처럼 언론을 정계 진출의 도구로 이용하지 않고, 오늘도 원칙을 지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거의 동료 언론인에게 실망과 좌절감을 안기지 않으면 좋겠다. 둘째, 혹 당선되지 않더라도 언론계로 복귀하지 않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특정 정당을 출입하다가 그 정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한 후 낙선하고, 언론계로 돌아와 다시 해당 정당을 비롯한 정치 관련 보도를 하는 것은 문제다. 이해충돌의 가능성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명백히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자명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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