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500일 추모문화제에서 유가족들이 보라색 풍선을 들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이태원 참사 500일 추모문화제에서 유가족들이 보라색 풍선을 들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봄볕 아래 찬 바람이 불던 날, 이태원 참사 500일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참사 500일을 이틀 앞둔 3월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 앞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는 유가족들을 비롯한 시민 200여 명과 강민정,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새진보연합 의원, 권영국 녹색정의당 국회의원 비례 후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영입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날 열린 ‘이태원 참사 500일 진실을 찾아 다시 떠나는 길, 3월에 태어난 별들을 기억하며’ 추모문화제에서는 3월에 태어난 희생자들의 생일을 함께 기렸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에서는 이날부터 매달 한 번씩 시민들과 희생자들의 생일을 함께 기억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이태원 참사 500일 추모문화제가 3월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이태원 참사 500일 추모문화제가 3월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이정민 운영위원장이 슬픔에 잠겨 있다. 그의 딸 이주영씨의 생일은 3월13일이다. ⓒ시사IN 박미소
이정민 운영위원장이 슬픔에 잠겨 있다. 그의 딸 이주영씨의 생일은 3월13일이다. ⓒ시사IN 박미소

추모제가 시작되자,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태원특별법 거부권을 행사한 정권을 규탄하며 “내년 2주기 때에는 우리가 웃으면서 반드시 특별법을 가지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를 기다리고 힘을 냅시다. 여러분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 이후, 발언대 앞 테이블에는 보랏빛이 도는 케이크와 8명의 영정사진이 올려졌다. 사회자의 목소리를 따라 사람들이 그들의 이름을 불렀다. “3월에 태어난 이현서님 기억하겠습니다. 3월에 태어난 이주영님 기억하겠습니다. 3월에 태어난 이경훈님 기억하겠습니다. 3월에 태어난 김지현 프란체스카님 기억하겠습니다. 3월에 태어난 이동민님 기억하겠습니다. 3월에 태어난 안민형님 기억하겠습니다. 3월에 태어난 김세리님 기억하겠습니다. 3월에 태어난 안소현님 기억하겠습니다.” 이름을 외친 후, 몇몇 유가족이 편지를 읽었다.

김지현 프란체스카씨의 어머니 김채선씨(왼쪽부터), 이동민씨 어머니 최행숙씨, 이주영씨 어머니 최진희씨가 영정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김지현 프란체스카씨의 어머니 김채선씨(왼쪽부터), 이동민씨 어머니 최행숙씨, 이주영씨 어머니 최진희씨가 영정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이주영씨 어머니 최진희씨가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이주영씨 어머니 최진희씨가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편지를 낭독하는 최진희씨. ⓒ시사IN 박미소
편지를 낭독하는 최진희씨. ⓒ시사IN 박미소

희생자 이주영씨 어머니 최진희씨가 먼저 편지를 읽었다.

“매주 너를 만나러 갈 때마다 이번 주는 꼭 좋은 소식을 가져가야지 다음 주는 꼭 좋은 소식 가져 올게라며 되뇌며 흘려보낸 시간이 벌써 500일이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주영아, 너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 아빠가 되기 위해서 평생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절도, 고행의 길도 온몸을 던져서 해봤단다. 비록 너와 생이별할 수밖에 없었던 그 이유를 찾는 데는 실패하였지만, 우리 가족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란다. 이쁜 내 딸 주영아, 지금쯤이면 행복한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어야 할 너를 생각하면 불쌍하고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에 미칠 것만 같구나. 그렇지만 주영아 내년 3월 네 생일에는 주영아 우리가 해냈어, 우리가 이겼어라고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 힘들겠지만 외롭겠지만 그때까지만 잘 참고 기다려줘. 사랑한다. 내 딸 주영아.”

유가족들이 편지를 낭독하는 최진희씨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유가족들이 편지를 낭독하는 최진희씨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김지현 프란체스카의 어머니 김채선씨가 딸이 써준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김지현 프란체스카의 어머니 김채선씨가 딸이 써준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김지현 프란체스카씨의 어머니 김채선씨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한 후,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한 딸이 쓴 편지를 읽었다.

“아름다우신 어머니 오래오래 함께 살고 싶습니다. 요 며칠 전 배꼽을 만지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작고 웃기게 생겼지만 굉장히 소중한 것이구나. 엄마와 내가 이걸로 이어져 있었다니. 작고 연약해서 누구에게 기댔던 시절이 있었다니 믿기지 않아요. 저를 위한 희생 얼마나 컸는지 이제 알아요. 언제나 제가 엄마의 휴식보다 우선이고, 제 식사가 엄마 식사보다 먼저였죠. 사랑과 경이로움으로 가득 찬 멋진 세상을 저에게 보여주신 엄마, 엄마가 생각한 것보다 엄마는 절 훨씬 더 행복하게 해주셨어요. 온 세상에 이렇게 외치고 싶어요. 사랑해요. 엄마 정말 고마워요.”

유가족을 바라보는 시민들. ⓒ시사IN 박미소
유가족을 바라보는 시민들. ⓒ시사IN 박미소
이동민씨 어머니 최행숙씨가 편지를 낭독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이동민씨 어머니 최행숙씨가 편지를 낭독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이동민씨 어머니 최행숙씨가 뒤이어 편지를 읽었다.

“먼지처럼 한없이 나약한 우리지만 용기 내서 끝까지 너희들의 피맺힌 그날 밤의 절규의 소리를 저버리지 않게 싸워나갈 거야. 힘이 부족한 엄마 아빠를 용서하고 끝까지 기다려주렴. 사랑하는 나의 아들 동민아, 네가 생일인 이달 3월에는 생일 맞은 친구들이 많구나. 외롭게 있지 말고 형과 동생들이랑 함께 그곳에서 행복한 생일을 맞이했으면 좋겠구나. 짧은 기간 우리 곁에 머물다 떠난 너지만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웠고 행복했었다. 부디 그곳에서 못다 한 꿈들 다 이루면서 모든 것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거라. 오늘 밤 엄마 꿈에 나와주렴. 우리 손 잡고 또 영화 보자. 사랑한다. 우리 아들.”

추모제가 끝난 후, 이태원 참사 희생자 김의진씨 어머니 임현주씨가 말했다. “지금까지도 연대해주신 시민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진실을 위해서 끝까지 싸울 겁니다. 그리고 무능하고 무도하고 무책임한 이 정부에 대해서 저희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겁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500일, 유가족들이 진실을 향해 다시 길을 떠난다.

3월에 태어난 희생자들의 영정과 보랏빛 생일 케이크가 테이블에 놓여 있다. ⓒ시사IN 박미소
3월에 태어난 희생자들의 영정과 보랏빛 생일 케이크가 테이블에 놓여 있다. ⓒ시사IN 박미소

 

기자명 박미소 기자 다른기사 보기 psalms27@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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