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 사장이다. 어떤 손님의 무리한 요구를 거절했다가 악플 세례를 받기 시작했다. 그의 가게에 대한 부당한 평가들이 인터넷에 퍼졌다. 참다못한 A는 변호사를 찾았고, 그 변호사로부터 민형사 조치가 다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형사 고소와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나, 결과는 불기소와 패소. A는 그 악플러에게 소송비용도 물어줘야 했고, 변호사를 앞세워 손님을 겁박한다는 오명까지 써야 했다.

B는 아내와 이혼하고 싶었다. 아내 역시 B에 대한 마음이 떠난 것 같았지만 먼저 이혼을 생각할 사람은 아니었다. B는 자칭 ‘이혼 전문’ 변호사를 찾아가 이혼소송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소송을 맡겼다. 그 변호사는 ‘재판상 이혼 사유’를 만들어내느라 아내에 대한 온갖 거짓 주장을 늘어놓았고, 이에 분노한 아내는 ‘절대 이혼 불가’ 입장을 취했다. 결국 B는 소송에서 진 후, 거액의 위자료를 준비해서 협의이혼을 시도해야 했다.

C는 식품 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였다. 어느 경쟁사가 자신의 제품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것을 보고 소송을 결심했다. 변호사에게 수억 원을 배상받고 싶다고 말한 것이 고스란히 소장에 적혔다. 하지만 법원은 그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배상금만 인정했다. C는 변호사 수임료, 상대 회사가 청구한 소송비용, 소송 중에 받은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소를 제기하지 않는 편이 더 나았을 거라 생각했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 걸린 변호사 사무실 안내판. ⓒ시사IN 이명익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 걸린 변호사 사무실 안내판. ⓒ시사IN 이명익

결과적으로 A, B, C 모두 변호사를 잘못 만났다. A에게 변호사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해야 했다. 그 악플러의 댓글에 형사 범죄나 민사상 불법행위가 될 만한 내용은 없었기 때문이다. B에게 변호사는 ‘재판상 이혼 사유’가 없으니, 처음부터 협의이혼을 시도해보라고 해야 했다. 거짓된 이혼 사유를 만들어내려다 사이가 더 악화되면 협의이혼 과정도 더 험난해진다는 조언까지 필요했을지 모른다. C에게는 변호사가 소송을 권할 만했다. 하지만 그 청구액은 상대 회사의 허위 비방에 따른 손해임을 입증할 수 있는 액수로 제한해야 했다. 소송에서 주장한 청구액과 법원이 인정한 배상액이 크게 차이 날 경우, 역으로 상대방에게 소송비용을 물어주게 될 수 있다는 조언까지 필요했다.

변호사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

법이 할 수 있는 건 생각보다 적다. 소송 때문에 더 지연되고 더 악화되는 분쟁도 많다. 모든 소송에는 돈이 들기 마련이고, 소송 중에 당사자에게 상당한 스트레스가 가해지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그러한 법의 한계 혹은 소송의 한계를 누구보다 변호사가 잘 알고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법원에 가지 말아야 할 사건, 재판에서 하지 말아야 할 주장을 잘 걸러내는 ‘필터링’을 변호사가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A, B, C처럼 미리 불측(예측할 수 없는)의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생긴다.

적극적 사법 필터링은 변호사가 사회 공익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한정된 사법 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분배되도록 하는 것, 즉 판사들이 애먼 사건에 힘 빼지 않도록 하는 것이 변호사들이 우리 사회에 기여해야 하는 최소한의 역할이다.

하지만 변호사들 간에 경쟁이 과열되고 그들의 밥벌이가 예전만 못해서일까. 그 최소한의 역할마저 하지 않으려는 변호사들을 꽤 본다. A, B, C와 같은 사례가 그리 드물지 않다는 얘기다.

그래서 좋은 변호사 찾는 방법을 묻는 사람들에게 종종 말한다. 일단 많은 변호사를 만나보고 가장 신뢰가 가는 이에게 사건을 맡기라고. 당장 소장이나 고소장부터 접수하자는 변호사, 무조건 이긴다고 말하는 변호사는 일단 거르라고. 당신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적는 변호사보다 그 주장의 입증 가능성과 법률적 이점을 엄격하게 따지고 신중하게 판단하는 변호사를 신뢰하라고. 요컨대, ‘필터’ 구실을 제대로 하지 않는 변호사를 먼저 ‘필터링’하는 것이 좋은 변호사를 찾는 첫 단계라고 말한다.

기자명 임자운 (변호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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