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환경미화원들이 정년을 연장하는 연금개혁에 반대해 3월6일부터 3월28일까지 파업을 벌였다.ⓒAFP PHOTO
프랑스 환경미화원들이 정년을 연장하는 연금개혁에 반대해 3월6일부터 3월28일까지 파업을 벌였다.ⓒAFP PHOTO

3월28일,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며 3주 넘게 계속되던 프랑스 환경미화원 파업이 막을 내렸다. 프랑스 노동총동맹(CGT)은 이날 공식 발표에서 “더욱 강력한 파업으로 돌아오려면 노동자들과 재논의·재정렬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파업 중단의 원인으로 참여 인원 감소를 꼽았다. 3월24일 파리 시청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수거되지 않은 거리 위 쓰레기는 1만500여t에 달했다. 파리시는 파업이 중단된 다음 날인 3월29일 아침, “평소 수요일보다 25% 더 많은 총 137대의 쓰레기 수거 차량이 운영됐다”라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예고했다.

3월6일 시작된 환경미화원 파업은 강한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일주일이 채 안 된 3월12일 기준으로 파리 거리에는 쓰레기 5400t이 방치되었다. 파리 이외에도 낭트, 르아브르, 렌 등 프랑스 주요 지방의 환경미화원들이 파업에 동참해 프랑스 길거리 곳곳이 쓰레기로 가득 찼다. 총 20개에 해당하는 파리 지역구 중 시립 청소업체가 담당하는 9개 구에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다. 사립업체인 피조르노(Pizzorno)가 담당하는 파리 15구도 파업에 동참했다. 노동총동맹 노조 대표 나빌 라트레슈는 3월13일 프랑스 3TV 인터뷰에서 “환경미화원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라면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의 불만을 보여주기 위해 파업을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밖에서 일하고, 쓰레기차 뒤에서 냄새를 맡으며 암 같은 직업병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 청소일은 고된 일이다”라고 말했다.

소각장 운영도 중단되었다. 생활폐기물 수거 및 소각장 업체인 식톰(Syctom)은 일드프랑스 지역 주요 소각장인 이브리쉬르센, 이시레물리노, 생투앙을 폐쇄하고 운영 중단을 선언했다. 해당 소각장들은 일드프랑스, 파리 지역의 쓰레기를 하루 6000t 정도 소각한다. 파업에 돌입하면 쓰레기 수거뿐 아니라 소각까지도 어려워질 것으로 예견되었다. 3월14일 라디오 프랑스앵포와의 인터뷰에서 노동총동맹 교통부문 사무총장 파브리스 미쇼는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봉쇄에도 일했던 환경미화원들의 노력을 인정해달라. 청소업 때문만이 아니라 프랑스 국민 전체를 위한 파업이다. 불공정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파업이므로 인내해주고 동참해주시라.”

이번 연금개혁안이 실행되면 현재 57세인 환경미화원 정년이 2년 늘어난다. 노동총동맹이 제출한 파업 예고안은 이번 연금개혁안의 여파를 이렇게 설명한다. “과반의 청소 노동자들은 기대수명이 전체 노동자들보다 12년에서 최대 17년까지 낮다.” 이시레물리노 소각장에서 일하는 35년 차 노동자 앙드레는 3월15일 라디오 프랑스앵포와 한 인터뷰에서 “원래 55세였던 정년이 57세가 됐다. 이제는 59세가 될 예정인데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55세면 이미 어깨나 무릎이 쇠약해져 일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3월19일 라디오 RTL에 출연한 환경미화원 브루노 드자제르는 39세에 일을 시작한 본인의 예를 들면서 “63세나 64세에 트럭 뒤에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달리는 모습을 상상해보시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에 적용되던 특별연금제도가 폐지되면 근속연수를 채우기 위해 노동기간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염려했다.

이미 청소 노동자들의 실제 은퇴 연령은 늦춰지던 추세였다. 2003년 자크 시라크 정부의 프랑수아 피용 노동장관이 이끌던 연금개혁에서도 정년이 기존에 비해 2년 늘어났다. 청소 노동자의 급여는 현재도 최저임금(Smic) 정도인 1700유로(약 244만원) 수준이다. 게다가 청소 노동자의 80% 이상이 이주민이라서 각종 사회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적 갈등으로 번진 청소 노동자 파업

청소 노동자 파업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도 일었다. 파리 길거리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자 정부와 우파 성향 정치인들이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교통장관 클레망 본은 3월14일 프랑스 2TV에 출연해 “문제는 환경미화원 파업이 아니다. 안 이달고 시장 본인도 파업을 하고 있다”라며 쓰레기 수거 조치를 취하지 않는 파리 시장을 비판했다. 공화당(LR) 의원이자 파리 7구 시장(한국의 구청장과 유사한 역할)인 라시다 다티는 같은 날 프랑스 3TV에서 “쥐가 들끓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쓰레기 수거는 해야 한다”라며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을 비판했다.

3월18일 프랑스 경찰은 최루가스를 동원해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해산했다.ⓒAFP PHOTO
3월18일 프랑스 경찰은 최루가스를 동원해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해산했다.ⓒAFP PHOTO

같은 날 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로랑 누네즈 파리 경찰청장에게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이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것’을 요구하라고 지시했다. 다음 날인 3월15일 AFP 보도에 따르면,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파리 경찰청장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공식 서한을 보냈다. “법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은 정부의 권한인데 정부 스스로 만든 문제를 지자체에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역설적인 일이다. 파리의 환경미화원들이 2년 더 일하고 싶지 않아서 파업을 하는 것은 정당하다. 현재의 갈등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업무개시명령을 통해 공권력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다.”

3월15일, 결국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정부 명령을 어길 시 환경미화원들은 최대 징역 6개월 또는 1만 유로(약 1436만원)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공공질서에 큰 문제가 발생할 때 정부가 시를 대신해 해당 명령을 시행할 수 있다. 3월16일 아침 경찰은 비트리쉬르센 지역에서 파업 시위를 벌이던 환경미화원들을 최루가스를 동원해 해산시켰다. 해당 영상이 트위터를 통해 퍼지자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굴복하지않는 프랑스(LFI)’의 클레망스 게트 의원은 “공권력에 의한 업무개시명령, 폭력과 난폭함으로 유지되는 권력”이라면서 정부 대처를 비판했다. 좌파연합 뉘프(NUPES)의 산드린 루소 의원은 “경찰의 행위가 수치스럽다”라고 말했다. 3월16일 프랑스 3TV에 출연한 니콜라 보네울랄즈 공산당 의원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갈등을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한 정치적 무능력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3월22일 라디오 ‘프랑스 블뢰’ 보도에 따르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으로 쓰레기 수거차 130여 대가 동원됐다. 운영을 중단했던 3개 소각장 중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이브리쉬르센을 제외한 나머지 두 곳은 3월24일 파업 중단을 의결하고 업무를 재개했다. 도시의 핵심 기능을 마비시킨 파업은 마무리되었지만, 해결 과정은 개운치 않았다.

기자명 파리·이유경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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