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날수록 아들 생각만 난다는 아버지는 후회로 가득합니다. 참사 당일, 서울에 사는 아들을 보러 갈 생각이었지만 ‘같이 탁구를 하자’는 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탁구를 안 하고 그냥 서울로 갔더라면, 우리 아들하고 나하고 같이 돌아다니고 했으면 우리 아들 거기(이태원) 안 갔을 건데 그것이 그렇게 후회가 되는 거예요.”
1988년, 막내아들로 태어난 형주씨는 누구보다 살가운 아들이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전북 김제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형주씨는 “집 안의 기둥”과 같았습니다. “음식도 무슨 음식을 먹으면 안 돼, 이런 거 먹으면 콜레스테롤 많아서 동맥경화도 오고 그런다면서 그냥 음식도 가르쳐주고. 스마트폰에 제가 뭘 못하면 ‘이건 이렇게 해’ 다 해결해 주고 그래서 오만 것까지 다 정이 들어있었어요 걔한테.” 형주씨가 얼마 전 서울로 올라가 어머니와 함께 살기 시작한 뒤로는 아버지가 서울을 오갔습니다. 그럴 때면 늘 기차역 플랫폼까지 따라와 손을 흔들어주곤 했습니다. 10월30일, 일산의 한 대학병원에 아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가면서 아버지는 ‘살아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람과 달리 아들은 병실이 아닌 영안실에 누워있었습니다. 아버지와 똑같이 사서 나눠 가진 양말을 신은 채였습니다.
함께 살던 집에는 아들의 손길이 닿은 유품들로 가득합니다. 아버지는 좋아하던 탁구도 그만뒀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함께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으며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유족들이 서로에게 건네는 말들은 유일한 위안거리입니다. 아버지는 다정했던 아들을 그리워하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우리 형주가 그냥 이 세상에서 지워진다는 것이 너무 슬펐어요. 그래서 좀 글이라도 올려서 우리 형주를, 우리 형주라는 사람이 있다라고 사람들이 기억해 주셨으면 해서…” 아버지는 아들을 생각하며 글을 적었습니다. 제목은 ‘아버지의 짧은 후회’입니다.
※이태원 참사 2차 피해 우려가 있어 이 기사의 댓글 창을 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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