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중턱에서 바라본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외교부 장관 공관이었던 이곳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라 관저로 리모델링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6개월 뒤인 11월7일 입주했다. ⓒ시사IN 조남진

생일을 기념해 모처럼 호텔에서 묵은 날,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습니다. 큰맘 먹고 빌린, 하루 방값이 저의 보증금 대출이자보다 비싼 공간에서, 열한 평 반지하 저희 집이 무사할지만을 밤새 걱정했습니다. 그날 누군가가 실제로 반지하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제가 외박하며 제 집을 염려하던 그 시각에.

저는 바로 그달 말에 이사할 예정이었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새 집의 첫째 조건은 ‘지상에 있을 것’이었어요. 그런데 이 집이 빠지기는 할까, 과연 나 말고 누가 이런 곳에 살고 싶어 할까 전전긍긍했습니다. 누군가 이사를 와야 제가 그 집을 나갈 수 있었으니까요. 새 계약자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나 주었습니다. 그런 집이나마 누군가는 여전히 필요로 하더군요. 제가 그랬듯이요.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있는 것은 대단한 특권입니다. 채광 좋고 물 안 새고 외풍 적은, 집의 기본적인 조건조차 어떤 사람들에게는 어처구니가 없는 사치니까요. 대통령님도 이사 축하드립니다. 진짜 몹시 부럽습니다. 저는 대통령이야말로 마음대로 거처를 바꿀 수 없는 직업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서울 지역의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가 발생한 8월9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상인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김흥구
8월8일 수도권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가족 3명이 침수되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숨진 가족이 살던 주택 반지하의 길고 좁은 창문에 달려 있던 철창이 빠져 있다.ⓒ시사IN 신선영

 

기자명 사진 조남진·김흥구·신선영, 글 박서련(소설가) 다른기사 보기 chanmool@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