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법률이 부당해 보이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맞장구를 치며 수긍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어려웠다. 대개 공정성 훼손을 걱정했다.
반박하며 물었다. 왜 한국에서만 금지하고 처벌해야 하는지. 미국·캐나다·멕시코·영국·프랑스·독일·스페인·이탈리아·러시아·일본·오스트레일리아 등등 어디에서도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전면 금지하지 않는다. 해외 입법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후보를 낙선시켜 국가 위기를 끝내자고 독려하는 사설을 실었다. 대놓고 하는 반대다. 미국 매체들이 지지 혹은 반대 선언을 할 때 상세히 받아쓰고 비평하는 한국 언론들이, 왜 정작 우리 선거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맘껏 누릴 수 없을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은 어떤가. 수백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는 언론인인가, 아닌가. 페이스북에서 좋아요, 트위터에서 리트윗 바람을 일으키는 인플루언서는 어떤가. 1인 미디어를 표방하며 매일 포스팅하는 검색 1위 파워블로거는 또 어떤가. 레거시 미디어를 넘어서는 영향을 끼치고 있으니 역시 금지하고 처벌하면 되는가.
정치색, 편치 않아도 용기로 이해하자
헌법재판소에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2016년 6월30일, 마침내 위헌이라는 응답을 받았다. 규제되는 언론인의 범위가 모호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표현의 자유,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위헌결정이다. 이로써 전면 금지의 위헌성은 확인됐다.
위헌인 조항은 1981년 1월29일 제정된 국회의원선거법에서 싹텄다. 국회가 아닌,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의결됐다. 같은 취지의 규정이 대통령선거법, 지방의회의원선거법에 담기고 공직선거법으로 통합되면서 깊이 뿌리내렸다. 이렇게 선거에 대한 언론인의 직설은 긴 세월 통제되어왔다. 금지의 굴레에 오래 묶여 있었던 탓인지,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에도, 언론인이 사석에서라도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를 선명하게 밝히면 여전히 불편해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공평을 잃은 편파 언론, 진영 논리로 사실을 왜곡하는 불공정 보도를 용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객관의 외피를 입은 사실의 나열만으로 진실을 그려내기 어렵다는 뜻이다. 어느 위치에서 바라보는지, 시각과 시선이 때로 본질을 투사한다. 단지 뒤에서만 보고 “사실 코끼리를 직접 보니 코는 안 보이더라” 하고 일갈한다면, 현장에서 취재한 사실이라고 항변해도 진실 보도가 되긴 어렵다. 사실을 전하는 사람의 처지와 관점이 더해져 진실의 퍼즐이 완성된다.
복잡한 세상에서 코끼리 기사처럼 보도의 시선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사안은 별로 없다. 이미 뒤바꿀 수 없는 경험, 살아온 이력 혹은 학력, 보유한 재산처럼 세속적인 잣대에 따라 사안을 바라보는 위치가 다르게 안갯속에 고정돼 있다.
나는 여기서 세상을 보고 있노라고, 세계관·가치관·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의사를 밝히는 언론인이 있다면, 설령 위치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그 입장과 시각이 편치 않더라도 진실을 드러내려는 용기로 이해하고 감응하며 큰 박수를 보내면 어떨까. 우리 모두 사람인 이상 새처럼 날아 조감도를 그리긴 쉽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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