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마크업’은 거대 기술기업 감시를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미디어 스타트업이다. ⓒ더마크업 홈페이지 갈무리

페이스북이 지난 10월28일 사명을 ‘메타’로 변경한다고 공식 발표한 뒤 그 이유에 대한 수많은 설명과 분석이 쏟아졌다. 내부 직원의 폭로 이후 비윤리적 기업으로 낙인찍히며 주가가 폭락한 것이 결정적 이유겠지만, 여기서 그 내용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페이스북이 사명을 바꾼다고 밝힌 다음 날,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은 9월26일 치러진 독일 총선 이전에 어떤 메시지들이 각 정당 지지자들의 페이스북 뉴스 피드에 전달됐는지 분석해 보도했다. 그 내용에 따르면, 극우 성향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 지지자들에게는 기후위기, 이민, 코로나19 등과 관련해 AfD 대표의 공격적 발언이 주로 전달됐다. 그에 비해 다른 정당 지지자들에게는 같은 주제와 관련해 ‘정상적인’ 언론들의 보도가 주로 전해졌다. 예를 들어, AfD 지지자들에게는 “기후 히스테리” “기후 독재” 등의 단어가 들어간 포스트들이 집중적으로 전달됐다. 또한 각 정당 지지자들에게는 자신의 지지 정당 외 다른 정당을 공격하는 포스트들이 훨씬 더 많이 뉴스 피드에 게재됐다. 페이스북이 뉴스 피드를 통해 우리를 양극단으로 갈라놓고 있다는 결론이다.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이 보도를 위해 ‘시민 브라우저’ 데이터를 활용했다. 시민 브라우저 데이터는 거대 기술기업 감시를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미디어 스타트업 ‘더마크업(The Markup)’의 ‘시민 브라우저 프로젝트’(https://themarkup.org/citizen-browser)를 통해 수집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허위 정보가 어떻게 확산되는지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2020년 10월 시작됐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에게 ‘더마크업’이 만든 브라우저를 제공하고 이들의 브라우저 이용 내역을 일일이 수집한다. 표본 할당을 통해 구성된 참여자들에게는 소정의 보상비가 제공된다. 이를 통해 소셜미디어들이 이용자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하는지, 어떤 커뮤니티, 상거래 사이트, 광고 등이 추천되는지 알 수 있다. 물론 개인식별정보는 삭제된다고 밝혔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더마크업은 민주주의의 근본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일단 이용행위를 봐야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을 감시하려는 시도가 많아져야 하는 이유

페이스북 직원의 폭로가 있기 전에도 기술 감시를 통한 문제 지적은 있어왔고, 앞으로도 여전할 것이다. 페이스북의 사명 변경 후 주가가 반등한 것에서 보듯이 이 문제는 일단은 잘 보이지 않게 됐다. 메타로 사명을 변경하며 페이스북은 미래 기술 방향을 제시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인터넷이라고 강조했다. 완전히 새로운 인터넷에서 혐오표현, 허위 정보, 극단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페이스북이 이를 무시했다는 게 이번 내부 폭로에서 드러났다.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의 매슈 잉그램은 “저커버그는 메타버스에 대한 그의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 사명을 변경한 것일 수 있지만, 그 사랑은 짝사랑에 머무를지도 모른다”라고 지적했다. 깊은 반성과 개선이 우선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잘못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는 ‘시민 브라우저 프로젝트’처럼 기술을 감시하려는 시도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남이 아니라 나부터 먼저 기술을 차갑게 지켜봐야 한다.

기자명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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