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겪은 일을 그냥 잊고 지나가면 안 됩니다. 금년 가을이 될 수도 있고 내년이 될 수도 있고, 똑같은 일이 생길 수 있어요. 의료는 물론이고 국가 시스템, 공공기관, 국민의 민낯까지 다 드러난 사건입니다. 이제 우리 자신의 모습을 알았으니 이걸 바탕으로 다음을 대비해야 합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김홍빈 교수가 말했다.
5년 전 반성이었다. 확진자 186명, 사망자 38명을 낸 2015년 메르스 사태가 마무리돼가던 즈음이었다. 지승호 전문 인터뷰어와 의료인 1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감염내과 전공의, 임상 의사, 예방의학 전문의,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활동 의료인들은 서로가 겪고 느낀 메르스 사태에 대해 두서없이 의견을 쏟아내다가 전체를 조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지역 중소병원장,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 응급센터장, 인문의학자, 빈곤의료 운동가, 예방의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의료인 18명을 추가로 불러 모았다. 각자 자리에서 경험한 후회와 반성, 깨달음을 인터뷰해 책에 담았다. 이른바 ‘메르스 사태 최전방에서 돌아온 의료인들의 증언’이다.
이 책은 2016년 5월20일 첫 쇄를 찍었다. 메르스 전시(戰時)를 지나, 아무도 감염병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지 않던 시기였다. 일상을 회복한 다음에는 처절했던 순간을 복기하는 일이 고통스럽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기자부터도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나면 더 이상 코로나19 기사를 쓰기 싫다. 쳐다보기도 싫고, 그저 어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무책임한 유혹을 떨쳐내고 공중보건 위기에 의료계와 사회의 대응을 되짚어본 의료인들이 있었다. 그들 덕분에 5년 뒤 그보다 더한 일이 벌어졌을 때 그나마 ‘더 나은 처음’이 될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지나고 나서도 이런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새로운 전염병이 또 우리 앞에 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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