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래한국당 대변인단이 3월25일 국회에서 첫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단에 선 이가 비례대표 후보 5번인 조수진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한선교 전 대표가 주도한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공천 반란’은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미래통합당을 탈당하고 한 전 대표의 후임으로 ‘파견’된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는, 3월20일 추대되자마자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위원 전원을 교체했다. 새로이 구성된 공관위는 3일 만에 비례대표 명단을 새로 꾸렸다. 기존 후보 25명이 교체되고 상위 순번 20명 중 12명이 바뀌었다. 당 안팎에서 구설에 오른 이들은 빠지거나 밀렸다. 그 자리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영입한 인사들이 채웠다. 그런데 소동 끝에 살아남은 후보 몇몇은 행적이 심상치 않다.

조수진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3월16일 첫 공천 심사에서 1번을 받아 이목을 끌었다. 새 명단에서도 조 전 논설위원은 5번에 들었다. 수년간 채널A 방송 패널로 활동해온 그는 최근 정부·여당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대깨문’ 발언은 그 대표 격이다. 2월19일 채널A 〈정치데스크〉에서 그는, 더불어민주당에 공천을 신청한 김남국 변호사에 대해 “언행을 보면 ‘대깨문’이라는 단어 있지 않습니까? (…) ‘머리가 깨져도 문재인.’ (…) 김남국 변호사의 저런 행동을 보면 ‘대깨조’예요. ‘머리가 깨져도 조국’”이라고 말했다. 3월5일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이 발언에 대해 행정지도인 ‘권고’를 의결했다.

우연히 터진 사고가 아니다. 2월17일 〈뉴스톱10〉에서 조수진 전 논설위원은 “비주류, 쓴소리를 용납하지 않는 정당이 지구상에 유일하게 한 군데 있다. 공산당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금태섭 의원을 단수공천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면서다. 2월19일에는 조국 전 장관에 대해 “희대의 파렴치 인물이다. 10가지 넘는 혐의로 온 가족이 재판에 연루되어 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이런 분은 없다”라고 말했다. 2월26일에도 “대깨문”을 언급하며 “일종의 종교”라고 말했다. 야당에게는 상대적으로 관대했다. 지난해 5·18을 앞두고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이 ‘황교안 대표가 광주에 오면 상대하지 말라’는 취지로 발언하자, “신종 지역주의” “지역주의를 일깨우는 아주 잘못된 망령”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8월, 조수진 전 논설위원은 세월호특별법 처리를 위해 단식하던 문재인 의원을 이렇게 비판했다. “국회를 뒤로하고 광장에만 나온다면 ‘국회의원’이라는 이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식은 엄연히 신군부의 야당 탄압처럼 분명한 명분이 있었다. 문재인 의원이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해 국정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도 있는데 단식을 하는 건 맞지 않다(채널A 〈정용관의 시사병법〉).” 황교안 대표의 지난 1년간 행보에도 들어맞는 비판이다.

〈동아일보〉에 남긴 글은 자승자박이다. 2006년 2월25일 조수진 기자는 “악취 풍기는 ‘막말 정치’”라는 칼럼을 냈다. 조 기자는 여야의 날선 공방을 “배설물”이라고 칭하며, “공격을 해도 격조 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라고 썼다. 2012년에는 같은 지면에 ‘선거철 기자는 두 부류다. 종군 기자와 참전 기자다’라는, 이낙연 민주당 대변인(전 국무총리)의 2002년 발언으로 칼럼을 시작했다. 조 기자가 비판한 이는 〈중앙일보〉 논설위원 출신 이상일 전 의원이었다. 칼럼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편들고,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 발표 전날 사직했다는 이유다. 조수진 기자는 “정치의 제1선에 위치한 정치부 기자들은 언론 윤리를 생각해봐야겠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지면이나 TV 화면을 참전의 장으로 활용한다면 ‘언론의 중립성’은 끊임없이 의심받고 흔들릴 것이다”라고 썼다.

8년 후인 지난 3월15일 그는 미래한국당 공천심사에서 받은 질문과 본인 답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자신이 “지난주까지 현직 기자”였다고 적었다. 미래통합당(용인병) 후보로 출마한 이상일 전 의원이 당선된다면 국회에서 상봉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이완용에 빗대기도

7번 정경희 전 국사편찬위원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이다. 2013년 책 〈한국사 교과서 어떻게 편향되었나〉에서 1980년대 말부터 등장한 민중사학이 역사 교과서의 편향성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2014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그는 “‘일제시대’를 북한식 용어인 ‘일제강점기’로 바꾼 것도 민중사학자다. ‘일제강점기’는 ‘미제강점기’와 짝을 이루는 북한식 용어인데 민중사학자들이 이 용어를 택했다는 것은 북한의 역사 해석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 치하 언론 보도에도 일제강점기라는 용어는 다수 남아 있다. 그가 참여한 국정 역사교과서는 각종 왜곡과 오류로 비판받았다(〈시사IN〉 제482호 ‘교과서라 부르기도 민망한 원고 뭉치’ 기사 참조).

세계사 전공자인 정 전 위원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국정교과서를 폐기한 뒤에도 토론회 등에서 의견을 드러냈다. 2018년 4월6일 자유한국당 이종배·전희경 의원실이 개최한 ‘역사과 교육과정 및 집필 기준 시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경희 전 위원은 제주 4·3 사건에 대해 “발단은 5·10 총선거 저지를 위한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력 봉기다. 그 과정에서 무고한 도민들이 희생된 것은 안타깝지만, 엄밀히 말해 대한민국 수립을 저지하려는 정치적 움직임이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8일 ‘대한민국 역사 정체성 토론회’에서는 “광주민주화운동과 1987년 민주화운동의 결과로 한국에 민주주의가 가능할 수 있었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가 만든 “허구적 신화”라고 주장했다. 발표에서 그는 역사관 주장을 넘어 정부에 색깔론을 제기했다. “현 정부 요직 인물들 상당수가 사회주의 운동 전력이 있는 사람들임을 고려할 때 현 정부 자체가 사회주의로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8번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합참) 차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이완용에 빗댔다. 2018년 국회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그는 “문 대통령이 말하는 평화는 결국 굴복을 뜻한다. (…) 북한에 굴복하자는 이야기를 평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면 이완용 역시 평화주의자 아닌가?”라고 말했다. 2019년 6월에도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이완용이 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 전 합참 차장은 문제 발언이 많다. 2019년 〈미래한국〉과 대담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깔아놓은 중화학공업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전두환 정권 때였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분들을 굉장히 폄하한다. 물론 북한의 공작도 있겠지만, 우리 지성계 자체에 그런 분위기가 분명히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하늘이 보내준 천사”라고 했다. 12월20일 〈신동아〉 인터뷰에서는 “지금 군 수뇌부는 능력이 없다. 용기는 나중 문제다. 국방·외교에 1차적인 것은 지적 능력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기본 정신을 위배하고 있다”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24일 광화문 집회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오로지 김정은의 행복을 위해 살고 있는 문재인의 범죄행위를 더 이상 감출 수 없다. 한국당을 위시한 자유 우파들은 연말까지 문재인을 끌어내려야 한다. 한 줌도 안 남은 좌파 쓰레기 문재인 집단은 지금 즉시 김정은 품을 떠나 자유대한으로 오라. 그러지 않으면 하야, 탄핵, 죽음뿐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연구원장을 지낸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2번)는 2000년대 초중반부터 보수 단체에서 활동해왔다. 2005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윤 교수는 여기서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독재와 인권 탄압은 나중 세대가 거둘 편익을 위해 치러진 일종의 비용이다. 무조건 잘못됐다고 매도하는 자학사관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최승재(14번) 전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2016년 연합회 이름을 걸고 사드(THAAD) 배치 찬성 시위에 참여해 입길에 올랐다. 허은아(19번)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장은 2006년, 2009년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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