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
마이클 돕스 지음, 허승철 옮김, 모던아카이브 펴냄

“1991년 12월25일 크렘린에 게양된 소련 국기가 내려오면서 소련 시대가 끝났다.”

소련이 무너졌다.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는 세계사적 격변이었다. 냉전 시기 미국과 어깨를 견주던 초강대국이 사라졌고, 이후 새로운 민족국가 20개가 국제연합(유엔)에 가입했다. 소련 붕괴는 세계지도가 바뀌는 사건이었다.
언론인 출신 작가인 저자는 이 거대한 변동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북아일랜드 출신인 그는 외교관인 부모와 함께 어린 시절을 모스크바에서 보냈다. 1980년 〈워싱턴포스트〉에 입사해 모스크바 지국장을 역임하며 동유럽 공산권 국가의 사건·인물을 취재했다. 사하로프부터 고르바초프까지 ‘소련 붕괴’의 주연들을 만났다. 소련의 마지막 12년을 담은 이 책은 그 취재의 결과물이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지음, 해냄 펴냄

“광장을 촛불로 물들여도, 정권을 교체해도 우리의 현실이 제자리걸음인 이유.”

‘우월한 자가 열등한 자를 지배하는 것이 정의다.’ 이 문장에 동의하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인간은 평등하지 않고 민족에도 우열이 있다.’ 이 문장에는 인간의 존엄성이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우열반’을 나누는 한국 교육에서 이러한 불평등을 신념으로 하는 파시즘이 보인다고 지적한다. 독일 유럽연구센터 소장인 김누리 교수(중앙대)는 독일이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 사회를 비추어 한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위대하고 동시에 취약한지 묻는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은 정치 민주화만 이루었다. 정치의 광장에서는 부당한 국가권력에 맞서보지만 일상적으로는 불의에 저항하지 못한다. 높은 자살률, 긴 노동시간, 입시 지옥 등 우리 삶이 불행한 이유는 사회·경제·문화 민주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꽃 보고 한 걸음 구름 보고 한 걸음
한국의료복지사회적 협동조합 연합회·그림책미술관 시민모임 지음, 만만한책방 펴냄

“오늘 돌봄을 하는 내가, 내일 돌봄을 받게 되지요.”

3월13일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한 간병인이 숨졌다. 그가 돌보던 환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사망한 지 20여 일 만이었다. 당뇨를 앓던 77세 간병인의 시급은 4200원이었다. 취재를 하면서 전화로 연결된 경남 지역의 한 간병인은 “나이가 많은데 할 수 있는 일이 그거(간병)밖에 없으니까, 그 돈이라도 받고 하는 거지예”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 온갖 ‘돌봄’은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선택한 일이라기보다 어쩔 수 없이 내몰린 상황에 가깝다.
물론 소신을 가지고 일하는 돌봄 종사자들도 많다. 자부심으로 어르신을 돌보는 12명이 모여 이 그림책을 냈다. 이들의 긍지가 꺾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돌봄’이라는 사회적 뜻을 다시 생각해볼 때다.

 

 

 

 

더 패치
존 맥피 지음, 윤철희 옮김, 마음산책 펴냄

“그럴싸한 글을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책상 앞에 앉아본 적이 없다.”

〈뉴요커〉 전속 작가로 서른두 권의 책을 냈고, 퓰리처상을 받았으며,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45년간 글쓰기 수업(‘창의적인 논픽션’)을 진행해온 저자의 책이 국내에 처음 번역됐다. 저자가 그동안 써왔던 글 25만 단어를 샅샅이 훑어 75%를 잘라내 개고해서 엮은 이 책은 자신이 평생 써온 글이 어디에서부터 출발했는지를 밝히는 일종의 ‘메타 자서전’이다. 지질학이나 청어 떼 같은 지루하고 낯선 주제를 그 분야의 문외한인 독자에게도 중요한 주제가 되게 만드는 저자의 재능은 어디에서 왔을까. ‘두려움 가득한 작업실에서 두려움에 굴하지 않고’라는 부제는 일종의 힌트다.

 

 

 

 

 

 

 

 

 

진보 집권 경제학
한성안 지음, 생각의길 펴냄

“진보 진영은 정부의 실패를 외면하면 안 된다. 규제완화로 회귀해서도 안 된다.”

이미 한국 경제는 예전처럼 선진국의 제도와 해법을 베껴서 발전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한국만의 해법이 필요하고 심지어 한국의 해법이 글로벌 경제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을 정도로 한국 경제가 어느새 성큼 성장해버린 것이다. 저자는 여전히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신고전학파 경제학과 진보 성향의 케인스경제학 및 제도경제학을 비교·설명하면서, 새로운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하려 노력한다. ‘실행 가능한 경제정책을 제시할 수 있는 진보적 경제학’이 이 책의 목표다. 경제학 지식이 깊지 못한 이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기존 진보와 보수의 경제 논리를 알기 쉽게 서술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체계화했다.

 

 

 

 

 

 

 

기다림의 기술
벨 보그스 지음, 이경아 옮김, 책읽는수요일 펴냄

“내가 결코 아이를 가질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깨달은 건 봄이었다.”

‘난임’에 관한 개인적인 이야기는 노스캐롤라이나 동물원에서 시작한다. 저자의 시선은 철창 속 임신을 한 고릴라에 닿았다가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만든 종합병원 진료실, 그리고 그곳에 앉은 자신에게 이른다. 이윽고 “성공 확률은 15~18%”라는 의사의 진단이 내려진다. 저자는 난임·불임에 관한 가장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심리학·사회학·생물학적 관점에서 임신과 출산, 모성 신화에 관한 담론을 깊이 있게 파고든다. 아이가 없는 것에 대한 솔직한 심정과 고통을 드러낸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 대안 가족을 꾸리는 여성들, 비출산을 결심한 이들의 이야기를 두루 아우른다. 여성의 몸, 그리고 임신·출산에 대한 대안적 담론을 넓혀간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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