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조선중앙통신

코로나19에 덮여 북한 뉴스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한다. 그 와중에도 짚어봐야 할 소식은 있다. 3월5일 청와대가 발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 관련 뉴스 역시 그렇다.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친서는 하루 전인 3월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위로와 문 대통령의 건강에 대한 염려, 안부 등을 담고 있다. 문 대통령과의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강조했다고도 한다. 지난해부터 남쪽에 대해 날 선 태도로 일관해왔던 북한의 태도로 보자면 이례적이다. 어쨌든 다행스럽다.

친서에서 무엇보다 눈에 들어온 것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해 진솔한 소회와 입장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더 이상의 설명은 없다. 단서는 있다.  

친서가 전달되기 4일 전인 2월29일 〈조선중앙통신〉이 리만건 노동당 조직지도부장 해임 소식을 전했다. 당 중앙위 간부들의 관료적 행태와 김일성고급당학교에서 벌어진 부정부패에 대한 관리 책임을 물었다고 한다. 석연치 않았다.

이유야 어떻든 2016년 5월 당 군수공업부장이 된 이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세력과 군수산업을 대변하는 대미 강경파의 핵심 인물을 쳐냈다(〈시사IN〉 제652호 ‘미국과의 외교 위해 강경파 밀어냈나’ 기사 참조).

지난해 11월 북한 내에서 벌어진 대미 외교 논쟁에서 주체파로 일컬어지는 강경파들이 외무성의 대화 노선을 물리치고 연말의 당 전원회의를 강행했다.

연말에 트럼프 대통령과 극적 회동을 하고 올해 9월 유엔총회 연설 계획까지 세웠던 김 위원장의 대담한 구상을 틀어버린 것이다.

그 이후 전개된 미국과 이란 갈등이나 미국 대선 분위기, 코로나19 확산 등을 보면 강경파의 기대나 희망과는 무관하게 정세가 흘러가고 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외무성을 내친 것을 두고두고 통탄했을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 대선이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로 귀결하면 북한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강경파의 핵심 리만건 제거와 문 대통령에 대한 이례적인 친서를 주목하는 이유다.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