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명 안쪽으로 유지되던 독일의 확진자 수는 2월25일을 기점으로 치솟아 3월5일 현재 300명에 근접했다. 독일의 질병관리본부인 로베르트코흐 연구소(RKI)에 따르면, 확진자 가운데 상당수가 하인스베르크 지역 카니발 행사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또 하나의 주요 감염 경로는 이탈리아다. 2월25일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가 발생한 뒤 이탈리아 방문자들과 관련해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2월24일 옌스 슈판 보건장관은 이미 이탈리아 북부 지방의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관련해 공식적인 브리핑을 했다. 그는 유럽의 코로나19 상황이 유행 수준에 이르렀고, 특히 이탈리아의 바이러스 확산 경로가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독일에서도 바이러스가 퍼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알렸다. 독일에서는 감염병 발생 시 필요한 조치를 결정할 권한이 지자체에 있고, 감염보호법 역시 작동한다.
의료진이 사용할 방호복과 마스크 부족
슈판 장관은 코로나19 확산 단계에 따라 대형 행사 취소, 휴교나 육아 시설 휴원 등 상황에 알맞은 적절한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염자의 신원 파악과 격리 조치, 그리고 손 세척 같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월27일 RKI가 코로나19 관련 독일 상황에 대한 공식 언론 브리핑을 했다. 로타 빌러 RKI 소장은 기침 예절 등 개인행동 수칙이 중요하다고 했다. 일반 독감 예방접종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일반 독감과 코로나19에 같이 감염되면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빌러 소장은 의심 증상이 나타났을 때 바로 병원을 찾아가면 다른 환자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며, 지역 보건청이나 가정의에게 전화해서 문의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현재 목표는 바이러스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확산 속도를 느리게 해 시간을 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일부 품목의 공급이 중단되며 병원은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필요한 마스크와 방호복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환자가 아닌 일반인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고, 20분 이상 착용 시 효과가 사라진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약국에서는 더 이상 마스크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공급량 자체가 적은 데다 마스크를 쟁여두는 이들까지 생겨난 탓이다. 자가격리 지침을 받았을 때를 대비해 연방 재난구호청에서 추천하는 10일치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늘기도 했다.
한국이 중국 다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곳이 되면서, 독일 언론도 한국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독일 주요 언론은 한국의 코로나19가 신천지예수교를 통해 크게 확산되었으며 대구·경북 지방에서 확진자 대부분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상세히 전했다. 주간지 〈슈피겔〉은 2월25일자 기사를 통해 확진자가 급증한 이탈리아와 한국 정부의 대응방식을 비교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바이러스 확산 지역을 강력히 봉쇄한 반면, 한국의 경우 정부가 바이러스 확산 지역을 봉쇄하지 않고 시민들에게 자발적인 행동수칙 준수를 요청하고 있다.’ 〈슈피겔〉은 강제적 봉쇄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음에도 시민들이 대부분 집에서 나오지 않는 대구의 풍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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