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그의 주변에서는 웃기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MBC 〈복면가왕〉에서는 너무 놀라 팔을 들어 올리는데 한쪽 팔은 위로, 다른 쪽은 아래로 향한 묘한 그의 자세가 밈(meme)이 되었다. “상상도 못한 정체” 또는 자세를 한글로 본뜬 “ㄴㅇㄱ”으로 잘 알려졌다. 채널A 〈특급주무관〉에서는 흔들다리 위에서 방정맞게 뛰다가 50m 아래로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곧이어 휴대전화가 파손되지 않은 걸 보고는 흥분한 모습이 화제가 되었다. 울림 엔터테인먼트(러블리즈 소속) 취향의 얼굴이라는 ‘확신의 울림상’이라는 별명도 팬들이 붙여준 것이다. 의도하고 웃기려 해도 쉬이 생기기 어려울 법한 사건이 그의 곁에서는 일어난다. 셀럽파이브의 멤버이자 개그우먼 신봉선이다.
마냥 웃기기만 한 사람은 아니다. 소상공인을 찾아 제품 생산을 체험하는 유튜브 채널 ‘비보TV’ 〈땡땡마켓〉에서 그는 곧잘 까불거리지만, 사실 팬이 아니라면 특별히 즐길 만큼 ‘빵빵 터지는’ 웃음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파격적인 소재와 자극적인 진행이 일상화된 웹 콘텐츠 세계에서 그는 슴슴해 보일 때가 많다. 그를 지켜보는 재미는 차라리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모습에 있다. 그는 뭐든 일단 하고 본다. 아기를 위한 애착 인형을 보고 의기양양하게 “나 이거 알아, 집착 인형!”이라고 외치거나, 뭔가 보여달라는 주문에 밑도 끝도 없이 옆돌기와 앞구르기를 하거나 말이다. ‘쓸데없이 고퀄리티’를 주된 코드 삼는 셀럽파이브에서 그가 빛나는 것도 그의 넘치는 의욕 덕분이다.
그가 슴슴할 때는 이유가 있다. 〈땡땡마켓〉이나 〈특급주무관〉은 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과 함께하는 포맷이다. 신봉선은 일반인을 공격하지 않는다. 그건 그가 공격할 때를 보면 안다. 간혹 장난기가 있는 게스트가 나오면 그는 곧잘 짓궂은 농담을 던지고, 송은이가 “못 배운 X 거둬 먹여줬더니…”라고 발끈할 정도로 동료들을 놀리며 웃음을 자아내니 말이다. 통속 드라마에서 영감을 얻은 우악스러운 연기나, 앙칼지게 쏘아붙이는 유행어 “뭐라 처씨부리쌓노”를 봐도 그는 잔잔한 캐릭터는 아니다. 다만 상대를 가리고 배려하는 것이다. 화제가 된 “ㄴㅇㄱ”도 옆자리 출연자에게 팔이 부딪칠 것 같아 급히 한쪽 팔을 내리면서 포착된 자세라고 한다.
춤추고 노래할 때 그는 글자 그대로 ‘신나 보인다’ ‘안 본 눈 삽니다’의 록 버전에서 흰 요정 드레스를 입은 채 팔뚝을 휘두르거나, AOA와의 합동 무대에서 파워풀하고 절도 있는 댄스 퍼포먼스를 할 때, 그의 몸은 리듬감으로, 얼굴은 흥으로 꽃핀다. 재능 있는 사람의 멋진 퍼포먼스를 보는 것이 공연예술의 감상 포인트라면 아이돌은 그것이 어떤 사람이냐를 함께 보는 세계다. 셀럽파이브에서 신봉선이 보여주는 것은 다정하고 천진한 사람이 의욕에 넘쳐 신나게 춤추는 모습이다. 우리가 아이돌에게서 보고 싶은 어떤 극의가 그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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