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 PHOTO2월6일 확진자가 탑승하고 있는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일본 요코하마 항구에 정박하고 있다.

인권의식 강조한 초등학교 안내문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에 주목하던 2월1일, 일본에서 이런 뉴스가 흘러 나왔다. 중국 우한시에서 일본 정부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사람들이 머물던 사이타마현의 국립 보건의료과학원에서 자살자가 나왔다는 뉴스였다. 사망한 이는 내각관방 소속(내각관방은 내각총리대신을 직접 보좌하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비서실)의 남성 직원(37)이었다. 그는 경찰에서 내각관방에 파견되어 과학원에 묵으며 우한에서의 귀국자 수용 업무에 종사하고 있었다. 7층 숙소 건물에서 뛰어내린 직원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신종코로나 감염과 더불어 다양한 사회적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신종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국가와 지방정부의 적절한 대책, 그리고 개개인의 주의가 필요하지만, 본질에서 벗어난 과도한 반응은 사회 전체에 새로운 공포를 가져오게 된다. 한 초등학교 안내문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다. 손 씻기, 양치질을 호소하는 안내문에는 “뉴스나 인터넷상의 정보 확산에 따라 중화인민공화국과 우한시, 그 지역과 관련된 사람들에 대한 근거 없는 차별 발언 등이 우려됩니다. 가정에서는 학생들이 올바른 인권의식을 키우도록 배려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얼핏 평범한 이 안내문이 화제가 된 것은 트위터에 올린 어느 여성의 글 때문이었다. “지금 친구가 보내온 초등학교 안내문 사진(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아님)임. 평화를 의심하지 않는 좌익 사상. 그러니까, 모두 함께 감염되어요 라는 건가? 역시 일교조(일본 학교 교직원들의 노동조합)는 무너뜨려야지.” 널리 확산된 이 글을 두고 “차별을 하지 말라는 것과, 함께 감염되자는 말은 확실히 다른 의미다” “학교 공지 내용과 일교조는 전혀 관계없다” 등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여성이 올린 글에 찬성하는 이들도 많았다. 실제로 혐오나 공포감을 부추기는 누리꾼도 적지 않다.

일본 정부는 우한에 보낸 전세기에 일본인과 가족관계에 있는 중국인(배우자 및 어린이)도 탑승을 허락하기로 결정했다. 관련 뉴스 댓글에는 “일본 세금으로 왜 중국인을 살려야 하느냐”는 등 반대하는 의견들이 많이 올라왔다. 중국 정부는 중국 국적자의 출국을 허용하지 않았다. 정부가 교섭해 중국 국적 가족들의 출국을 이끌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반응이 거셌다. 지바현의 한 학교에서는 감염자가 입원한 병원에서 부모가 일한다는 이유로 학생이 왕따를 당하는 일이 일어났다.

ⓒAFP PHOTO전세기 편으로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일본인들을 태우고 하네다 공항을 나서는 버스.

정부의 감염 예방 대책이 한국이나 미국 등에 비해 약하다고 비판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우한에서 귀국한 자국민들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2주간 격리 조치를 했다. 반면 일본에서는 기침 등의 증상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일단 격리 조치를 취하지만, 증상이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2주간 자택 대기만 시켰다. 귀국자들의 검사도 개인이 거부하면 강제하지 않았다. 정부 전세기로 귀국한 인원 중 2명이 검사를 거부하기도 했다. 며칠 뒤 2명은 자발적으로 검사에 응했다. 그래서 한국이나 미국처럼 모두 검사를 받게 하고 시설에 격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당초 귀국자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격리 대책을 세우지 않았던 데에는 일본의 독특한 문화가 얽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보건위생상 자택 대기로 예방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바탕에 깔려 있지만, 일본인은 원래 공적인 기관의 방침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강제로 격리하지 않는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수위가 낮은 대책이라도 국민들의 혼란은 덜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일본 국민은 일상생활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혼란스러워하는 경향이 강하므로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쪽으로 대책이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

2월6일 현재 일본 후생노동성(한국의 보건복지부에 해당)은 ‘감염력이 강해지면 널리 공개해야 할 수도 있으나 지금은 그런 상황에 있지 않다’며 확진 환자의 동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처럼 학교 행사 등이 취소되는 일도 없다. 다만 오사카에서는 여행 가이드가 신종코로나 확진 환자로 판명된 뒤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그의 대략적인 동선을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있다. 오사카 외에 미에현에서도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확진 환자의 동선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신종코로나를 ‘지정감염증’으로 분류했다. 2월1일부터 강제입원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2월6일 현재 일본의 확진 환자는 45명이다. 확진자는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요코하마항 앞바다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확진자가 늘고 있다. 일본 당국은 이 크루즈선에서 홍콩인 감염자와 접촉한 이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 중이다. 승객과 승무원 등 3700여 명은 신종코로나 잠복 기간을 고려해 2월19일까지 선내 대기로 격리된다.

물론 일부 매장에서도 마스크가 품절되어 1장에 1000엔인 고급 마스크만 남은 상태이기도 했다. 방송은 연일 신종코로나 상황을 보도하고, 해외여행을 자제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일본 국내 상황은 한국보다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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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도쿄·김향청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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