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조남진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체는 3중으로 포장돼 검사실로 옮겨진다.

불과 두 달 전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은 인류가 알지 못했던 감염병이었다. 지난해 12월31일 중국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폐렴 환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었고, 1월 초에는 그 원인이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국내에서는 1월20일 신종코로나 첫 확진자가 나왔다.

신종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는 검사법 구축부터 시작해야 했다. 중국 상황을 모니터링하던 방역 당국은 국내에 신종코로나가 유입되기 전부터 준비에 나섰다. 1월13일 질병관리본부(질본)는 신종코로나 검사법 개발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2월7일부터는 새로 개발된 진단키트가 배포돼 검사실을 갖춘 50여 개 민간 병원까지 검사가 확대됐다. 질본과 18개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에서만 검사를 할 때보다 신속하게 확진자를 선별해낼 수 있게 됐다. 신종코로나 확산이 지역사회 전파 단계로 들어가고 중국 이외 국가에서 감염된 확진자들이 나오면서 진단검사 망을 넓고 촘촘하게 깔아놓는 일은 더더욱 중요해졌다.

미지의 바이러스를 판별하는 검사법은 어떻게 개발하는 것일까. 확산 초기만 해도 신종코로나만 콕 짚어서 판별할 수 있는 검사법은 없었다. 1월30일까지 질본은 ‘판코로나바이러스 검사법’을 이용해 확진자를 찾아냈다. 코로나바이러스인지를 우선 확인한 뒤 양성이 나오면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와 비교하는 방식이다. 이미 알려졌던 코로나바이러스는 총 6가지 종류로 사스와 메르스도 포함된다. 이 중 일치하는 바이러스가 없으면 신종코로나로 판정했다. 판코로나바이러스 검사법은 2단계 절차를 거쳐야 하는 탓에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1~2일이 걸렸다.

1월31일부터는 검사 방법이 훨씬 간편해졌다. 신종코로나를 바로 잡아내 6시간 안에 검사를 끝낼 수 있는 ‘실시간 유전자 증폭검사(Real Time RT-PCR)’가 도입됐다. PCR은 유전물질에서 원하는 유전자를 증폭시키는 기술로 메르스 때는 물론 기존에도 의학계에서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 검사법을 이번에도 이용하기 위해서는 신종코로나용 진단시약이 필요했다. 진단시약의 핵심은 ‘프라이머’라는 요소로 신종코로나가 가진 특정 유전자에만 달라붙도록 만들어졌다. 이 프라이머가 결합해야 증폭 반응이 일어난다. 진단시약을 주입하고 유전자 증폭장비를 돌렸을 때 해당 검체(검사체)에서 일정 값에 이르는 수준까지 증폭이 일어나면 신종코로나가 존재하는 것(양성)이고, 반대의 경우 음성이다.

ⓒ시사IN 조남진분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핵산에 진단시약을 주입하는 모습.

WHO 검사법을 국내에 맞게 보완

PCR을 이용해 새로운 바이러스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진단시약이 개발돼야 했다. 1월 초 신종코로나 유전자 염기서열이 공개된 뒤 각국은 이 진단시약 개발에 착수했다. 1월17일 세계보건기구(WHO)는 검사법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질본은 WHO 방법을 국내에 맞게 보완해 검사법을 만들었다. 전세기로 우한에서 입국해 격리된 이들이 빠르게 판별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이 덕분이다.

진단키트(진단시약)를 개발한다고 해서 곧바로 일선 병원에 보급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진단키트를 대량으로 생산할 시약 제조업체를 선정하고, 검사를 정확하게 할 수 있는 병원을 선별해야 한다. 진단검사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무엇보다도 바이러스가 퍼지는 속도에 맞춰 이 모든 과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방역 당국은 이 일을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17일 만에 해냈다. 이혁민 교수(연세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교실)는 “유전자 증폭검사법(PCR)은 다른 나라에서도 하고 있다. 그런데 방법을 개발해도 진단키트 양산까지는 굉장히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처럼 단시간에 민간에서 검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건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라고 말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가 쓴 약이 됐다. 당시 질본은 메르스 진단법을 미리 개발해 국내 유입에 대비하고 있었지만, 폭발적인 확산에는 대비가 부족했다. 질본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에 검사가 밀려 일주일씩 지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감염병 확산 방지에서 신속한 진단은 매우 중요하다. 황승식 교수(서울대 보건대학원)는 “진단 결과가 빨리 나와야 확진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통해 접촉자를 찾아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후 질본은 감염병 위기가 발생했을 때 진단키트를 대량생산해 신속히 진단검사를 확대할 수 있도록 방역 시스템을 정비했다. 이에 따라 2017년 ‘긴급사용 승인제도’가 도입됐다. 민간업체에서 새로운 시약을 만들어 사용하려면 평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통상 1년 정도 걸린다. 긴급사용 승인제도는 감염병 대유행이 우려돼 긴급히 진단시약이 필요할 경우 질병관리본부장의 요청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조·판매·사용을 한시적으로 승인하는 제도이다. 2월7일부터 일선 병원에서 쓰이는 진단키트는 민간 시약 제조업체인 코젠바이오텍에서 생산하며, 2월4일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연합뉴스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맨 오른쪽)이 2월4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민원기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 회장, 권계철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이사장, 유천권 질병관리본부 감염병분석센터장(왼쪽부터).

2017년 질본은 진단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감염병분석센터를 신설하기도 했다. 특히 센터 내 감염병진단관리과는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등 민간 전문가들과 협력하는 창구 역할을 꾸준히 맡아왔다. 그 덕분에 신종코로나가 유입되는 위기 상황이 오자 민간 전문가들의 역량을 끌어와 검사법 개발과 진단키트 제조, 검사 의료기관 확대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2월7일부터 신종코로나 진단검사를 시행하게 되는 병원들은 2월5~6일 치러진 정확도 테스트를 통과한 곳이다. 테스트를 위해 시험물질과 진단키트를 각 의료기관에 보내는 프로세스는 민간 전문가 집단인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가 맡았다. 권계철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이사장(충남대 진단검사의학과)은 “메르스 때 경험이 있고 질병관리본부와 저희 민간이 역할을 나누어서 준비했기 때문에 빨리 진행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신종코로나가 의심돼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2월7일부터는 중국 이외에도 신종코로나 감염 국가에 다녀온 뒤 14일 이내에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거나 원인불명의 폐렴 증상 등이 있을 경우 의사 재량에 따라 의심환자로 판단해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2월4일 브리핑에서 “사례 정의 확대를 계획하고 있어 이와 연동해 검사에 대한 증가 수요를 대비하기 위해 (진단검사 확대가) 추진된 것”이라고 밝혔다.

진단검사가 활발해지면 확진자 수가 가파르게 늘어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이혁민 교수는 한 가지를 당부했다. “진단키트가 보급돼서 지역사회 검사를 하면 예상하지 못한 환자가 나올 수도 있을 겁니다. 이때 불안해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미리 잡은 것이니 긍정적으로 봐야 합니다.”

 

 

진단검사 현장 관찰기

 

ⓒ시사IN 조남진 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검사실에 있는 유전자 증폭장비.

 

진단검사는 의심자로부터 검체를 추출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상기도(코와 입, 기도 등)와 하기도(폐)를 모두 검사한다. 상기도에서는 검체로 콧물을 사용하는데 잘 휘어지는 긴 면봉을 이용해 코 뒤쪽 벽에서 검체를 채취한다. 하기도는 가래를 이용한다. 8번이나 20번 확진자처럼 최초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재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는 경우는 검체에 바이러스가 들어 있지 않아서일 가능성이 크다. 잠복기에는 바이러스가 몸 전체로 퍼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신종코로나 진단검사는 임신 테스트기나 독감 신속 진단키트와는 다르다. 병원이 유전자 증폭장비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검사실 내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역설비를 갖춰야 한다. 〈시사IN〉은 2월7일부터 보급된 진단키트로 진단검사를 시행하는 의료기관 중 한 곳인 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실을 찾았다.

채취한 검체는 3중 포장이 돼 검사실로 이송된다. 진단검사를 위해서는 검체에서 유전물질(핵산)을 뽑아내야 한다. 보호복을 착용한 임상병리사들이 음압장비가 갖춰진 방에서 핵산을 추출한다. 핵산을 추출할 때까지는 검체를 통한 감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핵산 추출에는 1시간30분 정도가 걸린다.

이 핵산에 진단시약을 주입한 뒤 유전자 증폭장비에 넣어 돌린다. 신종코로나 특이 유전자들 가운데 N 유전자와 RdRP 유전자를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검사법 개발에 참여한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변이가 쉽게 일어난다. 분석하는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하면 진단이 잘못된다. 변이가 잘 생기지 않는 부분을 고려해서 타깃 유전자를 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유전자 증폭장비는 한 번 돌릴 때마다 최대 48명을 검사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검사실에는 이 유전자 증폭장비가 4대 있고 하루 2~3회 돌릴 수 있다. 이후 검사 결과를 분석해 보고하는 시간까지 합해 검사 종료까지 총 6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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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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