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양한모

지난해 방송된 엠넷 〈퀸덤〉의 한 장면이다. (여자)아이들의 소연은 ‘주술’을 콘셉트로 신곡을 구성하겠다며 멤버들의 얼굴을 살핀다. 멤버 우기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던 소연은 “너무 귀여워서 안 돼”라고 잘라 말한다. 장난스러운 장면이지만, 우기가 무척 귀여운 외모라는 점만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베이징 출신인 우기는 동그란 눈매의 강아지 상에 곱슬거리는 머리, 천진하고 장난기 어린 얼굴로, 데뷔 초부터 단번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예능에 출연한 우기를 보면 ‘귀엽다’는 세 글자에 그를 가두기는 조금 어렵다. 원더케이에서 공개되는 온라인 예능 〈유출금지〉가 그렇다. 그는 거의 안하무인에 가까운 제멋대로의 ‘천재 작곡가 우기’라는 콘셉트를 선보인다. 다른 작곡가 ‘젤리 님(소연을 지칭)’을 별로라고 깎아내리거나, 노래에서 중요한 파트니까 자신이 전부 부르겠다고 하는 식이다. 팀 멤버 중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는 작곡가 소연이 있기에 그의 막무가내는 더욱 유쾌하게 전달된다.

지난해 MBC 〈가시나들〉에서의 모습도 흥미로웠다. 한글을 배우는 할머니들과 짝을 이룬 이 예능에서 그는 한국어를 배운 외국인으로서 때론 틀린 답을 내면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훤칠한 키로 성큼성큼 걸어 다니며 다정하고 상냥하게 할머니들과 우정을 쌓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팬들 사이에서 그는 한국어를 잘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외국인으로서 한국어 말장난을 시원스레 던져대는 모습에서 그의 성격이 엿보이기도 한다.

말하자면, 주눅 들지 않는 호방함이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친화력을 발휘하는 그의 쾌활함에는 시시한 것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맞춤법이나 문법의 실수, ‘여자들의 기 싸움’을 보고 싶어 하는 시선, 여성 아이돌에 대한 통념 같은 것들 말이다. 주근깨가 가득한 메이크업이나, 형광색 끈으로 머리를 총채처럼 양 갈래로 길게 묶어 올리는 등 과감한 스타일링도 거침없이 소화해낸다. 그것은 (여자)아이들의 곡으로도 잘 연결된다. 이 6인조 걸그룹의 곡들은 멤버들의 음색을 잘 살려내기로 정평이 나 있지만, 때론 불길하게까지 들리는 우기의 중저음은 다른 어떤 걸그룹의 노래에서도 듣기 어려운 종류의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우기가 그런 음색을 갖지 않았다면 없었을 곡이기도 하다. 이를 그토록 두드러지게 사용하려는 소연의 결정과 실제로 수행해내는 우기의 호방함이 없었다면 역시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이돌 그룹은 기획에서 시작해 기획으로 완성되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쉽다. 곡과 콘셉트를 멤버들이 구성하는 경우에는 창작자로서 의미가 부각되기는 한다. 우리는 종종 아이돌도 결국 ‘사람의 일’이라는 사실을 놓치곤 한다. 멤버들이 어떤 틀 안에 들어가 데뷔하고 활동하든, 멤버 하나하나가 의미를 만들어가면서 그 틀마저 정의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느 아이돌이든 마찬가지지만 우기를 보며 새삼 생각한다. 지나치게 귀엽고 천진한 얼굴로 뭐든 과감히 해내는 우기는, 지금 케이팝에서 가장 진취적인 걸그룹 (여자)아이들을 이루는 불가결한 여섯 명의 하나임을 말이다. 이들의 노래 ‘라이언(Lion)’의 가사처럼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개척하는 길”을 걷는 (여자)아이들의 여정은 아직 2년도 되지 않았다.

기자명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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