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수고용직 산재보험료 헌법소원 제기됐다
  • 전혜원 기자
  • 호수 645
  • 승인 2020.01.1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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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자’의 권리 확보 과정에서 상징적인 소송이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지난해 11월26일 라이더유니온 관계자 등이 산재보험료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3200원.

‘배민 라이더스’ 라이더(배달원) 김형진씨(38) 수입에서 매주 빠져나가는 산재보험료다. 김씨가 배민 라이더스 운영사 우아한청년들에 한 달에 1만5000원가량을 내면, 회사 측도 약 1만5000원을 산재보험료로 낸다. 김씨가 요기요플러스 라이더로 일하던 시절에도 비슷한 금액이 수입에서 빠져나갔다. 산재보험을 회사 측과 반반 부담하는 것은 김씨에게 익숙한 일이다.

그러나 다른 종류의 노동자들은 산재보험료를 본인이 낼 필요가 없다. 사업주가 100% 부담한다. 김형진씨가 절반을 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씨 같은 배달 대행업체 라이더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간주되기 때문이다. 사업주인 것도 아니다. 이들은 현재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수고용 노동자)’로 분류된다.

ⓒ시사IN 신선영배민 라이더스 소속으로 일하는 김형진씨가 정산 내역 화면(위)을 보여주고 있다.

전통적 노동관계에서는 노동자와 자영업자를 가르는 기준이 ‘고용 여부’였다. 고용되어 있으면 종속적으로 일하고, 자영업자라면 자율적으로 일한다고 봐도 무리가 없었다. 이게 달라졌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노동자’ 혹은 ‘자영업자’라고 딱 잘라 부를 수 없는 집단이 확대되어왔다. 이들은 고용되어 있지 않지만(즉 자영업자 신분이지만) 노동자와 비슷하게 타인(사업주)에게 종속되어 일한다. 그러나 일에서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갖는다는 측면에서 전통적 노동자와는 다르다. 그래서 ‘특수고용 노동자’로 불린다.

산재보험료 절반을 내야 하는 근거

기존 노동법과 사회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등)은 노동자와 자영업자가 명확히 구분되는 단순한 세계에 머물러 있었다. 이런 가운데 노동 현실은 급격히 바뀌었다. 2000년대 초반

ⓒ시사IN 신선영배민 라이더스 소속으로 일하는 김형진씨.

부터 특수고용 노동자를 어떻게 보호할지 논의되었으나 좀처럼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노동조합들은 특수고용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간주하고 노동조합 관련 법률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업주 측을 대변하는 이들은 특수고용 노동자는 자영업자이기에 노동법을 적용해선 안 된다며 반대했다. 결국 정부 부처들이 논의한 끝에, ‘특수고용 노동자라도 일하다 다치거나 병들거나 사망하면 보호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합의만 도출했다. 이에 따라 2007년 산재보상보험법이 개정되면서 처음으로 특수고용 노동자가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길이 열렸다.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레미콘 기사 등 4개 직종이 그 대상이었다.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려면 보험료 징수 방법도 정해야 했다. 2007년 12월27일,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었다. 이 법률로 “산재보험료는 사업주와 특수고용 노동자가 각각 2분의 1씩 부담한다”라고 규정되었다. 김형진씨가 보험료의 절반을 내야 하는 근거가 탄생한 순간이다.

그런데 특수고용 노동자는 왜 다른 노동자들이 내지 않는 산재보험료의 50%를 내야 하는 것일까? 명확한 논리적 근거가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2007년 6월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김성중 당시 노동부 차관은 ‘50%의 근거가 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자영업자는 자기가 100%를 냅니다. (중략) 일반 근로자는 하나도 안 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그 대상자에 따라서 보험료 징수 방법도 다양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느냐….” 특수고용 노동자가 자영업자와 근로자의 ‘중간’이기 때문에 50%로 정했다는 이야기다. 김 전 차관은 “현 시점에서는 이렇게 단계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라며 이렇게 말한다. “최선의 안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마는 한강 물도 녹을 때 한쪽부터 살살 녹지 일시에 녹지는 않지 않습니까?”

산재보상보험법이 정한 특수고용 노동자는 ‘주로 하나의 사업장에, 타인을 이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상시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이들이다. ‘하나의 사업장’에서 ‘직접’ ‘상시적’으로 일한다면, 해당 사업장에 상당한 정도로 종속되어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 사이에서도 사업주의 지휘를 받는 정도(종속되는 정도)는 매우 다르다. 그 정도가 강하다면, 사실상 ‘고용된 노동자’이고,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동일하게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는 쪽이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을까? 2007년 12월27일의 입법자들도 이런 점을 부인하지 못했다. 그래서 당시의 개정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에 다음과 같은 단서를 붙였다. “다만, 사용종속관계(使用從屬關係)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경우에는 사업주가 (산재보험료를 100%) 부담한다.”

정부가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종속 정도를 평가해 그것이 강한 직종에 대해서는, 사업주에게 산재보험료의 100%를 부담시키는 시행령(대통령령)을 ‘만들어야 한다(의무)’는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2007년 12월의 법 개정 이후 1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대통령이 세 번 바뀌었다), 해당 시행령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종속 정도가 강한 직종의 특수고용 노동자를 가려내 다른 일반 노동자들처럼 산재보험료를 면제해주는 조치도 시행되지 않았다. 다만 ‘산재보험을 적용받는 특수고용 노동자 직종’을 당초의 4개에서 현재의 9개(보험설계사·건설기계 기사·학습지 교사·골프장 캐디·택배기사·퀵서비스 기사·대출모집인·신용카드 회원 모집인·대리운전기사)로 늘렸을 뿐이다. 이들은 물론 산재보험료의 50%를 부담해야 한다. 김형진씨 같은 라이더는 앞의 9개 직종 중 ‘퀵서비스 기사’에 해당한다.

ⓒ연합뉴스지난해 4월 특수고용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가 위헌적인 ‘행정입법 부작위’를 저질렀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이 1월16일 제기되었다. 여기서 ‘부작위’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사회적 불이익을 초래했다는 의미다. 만약 행정부가 개정법에 규정된 대로 시행령을 만들었다면 상당수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산재보험료의 절반을 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즉, 행정부가 법률을 제정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행정입법 부작위), 상당수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끼쳤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이다.

사단법인 노동법연구소 해밀이 공익소송으로 제기했다. 법무법인 원 소속의 김도형·이지현 변호사, 법무법인 지향의 김진·전다운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의 권창영 변호사, 법무법인 서정의 최지윤 변호사, 법무법인 위민의 안지희 변호사, 법무법인 송파합동법률사무소의 권석현 변호사, 천지선·정민준·민성진 변호사 등 법률가 11명이 대리인단으로 참여한다. 원고는 라이더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의 박정훈 위원장, 배민 라이더스 라이더 김형진씨 등 2명이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 확보 과정에서 상징적인 소송이 될 전망이다.

왜 헌법 위반인가? 원고들의 주장은 이렇다. 우선, 대한민국 헌법의 이념적 기초인 ‘사회국가의 원리’에 위배된다. 사회국가란 사회현상을 그저 방관하는 게 아니라, 국민 각자가 실제로 자유를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 조건을 마련할 의무가 있는 국가를 말한다. 헌법 제34조 제1항이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며, 제2항에서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라고 적고, 제6항에서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한 이유다.

국가가 모든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산재보험료 절반을 징수하는 현실을 방임하는 것은, 사회보장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국가의 의무에 역행해 사회국가 원리에 반한다. 따지고 보면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비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더 열악한 지위에 있는데도, 모든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사회보험료 부담 의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사정이 넉넉한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돕도록 되어 있는 사회보험의 취지, 곧 ‘사회연대의 원칙’에도 반하며, 특수고용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한다.

특히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산재보험 가입을 원하지 않을 경우 ‘적용 제외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최근 5년간 특수고용 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11.2%에 불과하다(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산재보험 가입을 회피하는 이유는 “보험료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며, “산재보험료 부담에 따른 제3자(사업주)에 의한 가입 방해 또는 탈퇴 강요”도 가입률이 낮은 원인이 된다.

법에 따르면 사업주가 산재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는 적용 제외 신청을 할 수 없다. 대통령이 산재보험료 사업주 전액 부담 직종을 정하는 것만으로 위와 같은 부작용을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산재보험과 관련한 행정입법 부작위는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라고 정한 헌법 제32조 제3항에 위반된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의 행정입법 부작위는 헌법 제11조 제1항에 규정된 평등권(“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을 침해했다고 원고들은 주장한다. 즉,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특수고용 노동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차별한다. 헌법재판소는 “평등의 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자의적으로 같게 취급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라고 판시했다. 해밀 부소장으로 대리인단에 참여하는 김도형 변호사(법무법인 원)는 “음식점에 고용되어 배달하는 사람과, 배달 대행업체에 소속되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여러 가게의 음식을 배달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배달이라는 노무 제공의 형태는 동일하다. 근로계약을 체결했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산재보험의 취지에 비춰볼 때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성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특수고용 노동자가 다르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시사IN 신선영헌법소원 대리인단 가운데 한 명인 김도형 법무법인 원 변호사.

게다가 2007년 12월27일 마련된 단서조항을 고려하면, “입법자들 역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똑같이 보호할 필요가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그 당시에도 존재할 수 있고 앞으로도 존재하리라는 것을 예정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를 위임받은 정부가 관련 조치를 했어야 한다”라고 김도형 변호사는 지적했다. “법 개정 이후 12년 동안 정보통신기술 발전으로 디지털 플랫폼 노동이 빠르게 확산되었는데도, 산재보험 적용 직종만 늘렸을 뿐 근본적인 보험료 체계는 정부도 국회도 방기했다. 특수고용 노동자가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면 사고가 났을 때 노동능력을 상실하거나 심지어 사망할 수 있다.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다.” 정부의 행정입법 부작위는 헌법 제23조 제1항이 규정한 ‘재산권’도 침해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근로자는 아무리 소득이 많아도 산재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데 비해,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해선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무조건 보험료의 50%를 납부하도록 강제하기 때문이다.

큰 회사 아니면 보험료 대부분 내기도

해밀 공익사업분과장을 맡고 있는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는 “자신이 노동해서 소득을 얻는 사람은 누구나 업무상 재해 등 위험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12년이 지나도록 국가가 그 시스템을 만들어주지 않았다. 전통적인 근로자 집단 이슈가 중심이 되고, 특수고용 노동자 문제는 뒤로 밀리는 경향이 있었다. 체계적으로 접근했다면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사회보험료를 부담시키지 않는 게 맞다. 결과적으로 국가가 근로자 집단과, 조직되어 있지 않거나 조직력이 약한 특수고용 노동자를 차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국군포로법이 2003년 등록포로 예우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했는데도 법 시행으로부터 약 5년이 지날 때까지 시행령을 정하지 않은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2018년). 국가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산재보험 관련 시행령을 12년이 지나도록 정하지 않았다. 그 결과 수많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가입하더라도 보험료 절반을 납부하고 있다. 심지어 이 절반조차도 지켜지지 않고 라이더 등 특수고용 노동자가 거의 다 부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별다른 처벌 조항도 없다.

경기 안산의 한 배달 대행업체 라이더 송서경씨(23)가 라이더 일을 시작할 때, 면접에서 회사는 물었다. “산재 할 거예요?” 오토바이 리스비만 하루 1만7000원인데 추가 비용은 부담스럽다고 생각했다. 산재에 가입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옆 차선에서 갑자기 우회전한 차 때문에 넘어졌다. 다리에 타박상을 입었고 이마에는 거대한 혹이 났다. 3주 가까이 수입을 얻지 못했다. 일하다 사고를 당했으니 ‘산재’였지만, 송씨는 병원비를 스스로 해결했다. 일하지 못한 기간에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고 이후 송씨는 산재에 가입했다. 그런데 하루 1000원씩 한 달에 3만원 산재보험료를 낸다. 회사에서 부담하는 것은 한 달에 1000원가량이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민 라이더스·배민 커넥트나 요기요플러스와 같이 (큰 회사와) 직접 계약하는 경우가 아니면 라이더가 산재보험료 전액 혹은 대부분을 부담하는 경우가 흔하다. 사업주가 산재보험에 가입시켜주지 않기도 한다. 사업을 벌이는 자가 산재보험료도 책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해밀은 특수고용 노동자가 산재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는 조항 자체의 위헌성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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