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계획이 있다. 이름하여 ‘일억총활약 플랜’은 인구 감소에 맞서 50년 후에도 인구 1억 명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쟁 시기를 연상시켜서 좋은 어감은 아니지만 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전쟁만큼이나 비상사태라고 할 만하다.
출산율 하락 문제는 일본보다 한국이 더 심각하다. 한국의 2018년 합계출산율은 0.98명, 2019년 3분기는 0.8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선진국 최저로 일본은 약 1.4명, OECD 평균은 1.7명이다. 한국의 신생아 수는 2016년 약 40만6000명에서 2018년 32만7000명으로 줄어들었다. 해외 언론은 한국을 보며 ‘베이비붐’의 반대인 ‘베이비 버스트’라 부른다.
정부도 출산율 저하에 놀라서 지난해 3월 장래인구 특별추계를 실시했는데 한국인은 이미 같은 해 하반기부터 자연 감소가 전망되었다. 그나마 외국인 유입으로 총인구는 2028년 5194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67년에는 3929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인구가 줄면 소비와 투자 등 총수요가 둔화되어 성장이 정체되고, 공급 측면에서 생산요소인 노동이 줄어들어 잠재성장률이 하락한다.
정부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저출산 관련 예산 총액이 2006~2019년 180조원이 넘는다. 목표와 무관한 예산도 꽤 있지만, 출산과 양육을 지원하기 위해 난임 부부 지원, 아동수당이나 어린이집 지원, 신혼부부 주거 지원 등 그 목록도 길다. 또한 육아휴직이나 배우자 출산휴가를 촉진하는 정책도 도입되었다. 그 예산이 이제 신생아 1인당 약 1억원에 이를 정도로 많지만 아이들은 점점 적게 태어나고 있으니 정부 대책이 효과가 없다는 비판이 높다. 유배우 출산율(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출산율)은 그래도 높아졌으니 청년들이 결혼을 안 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도 지적된다. 사실 예산이 늘어났다고는 해도 여전히 모자란다. 2015년 한국의 아동·가족 복지 공공지출 비중은 GDP 대비 1.2%로 OECD 평균 2.0%보다 훨씬 낮고 36개국 중 32위를 기록했다.
단지 돈을 더 쓰는 차원을 넘어 훨씬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는 모자라고 집값은 비싼데 결혼이 어찌 쉽겠는가. 30대 남성 중 소득 하위 10%의 혼인율은 상위 10%의 4분의 1에 그치며 10년 전에 비해서도 3분의 1로 떨어졌다. 결혼을 한들 주변의 사교육과 입시 전쟁을 보고 나면 아이 여럿을 낳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전히 출산이나 육아를 위해 약 40%의 기혼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는 현실이다.
일본 정부의 계속되는 출산율 제고 노력
일본은 어땠을까. 1989년 출산율이 1.57명으로 하락하자 일본 정부는 이에 대응하여 1995년부터 보육 중심의 에인절 플랜, 2000년부터는 포괄적인 양육을 지원하는 신(新)에인절 플랜을 도입했지만 출산율 하락을 멈추지 못했다. 2007년부터는 새로운 저출산 대책으로 일과 가정을 양립하고 청년실업을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2016년 2단계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제시된 일억총활약 플랜은 희망 출산율 1.8명을 목표로 보육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비정규직을 위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힘겨운 청년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한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 돈이 많이 드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지만 인구는 경제와 재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거시경제학자들은 일본의 경우 장기 성장을 촉진하는 재정정책 중에서도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현재의 출산율이면 2060년 실질국내총생산은 약 650조 엔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출산율이 1.8명으로 높아지면 실질국내총생산은 720조 엔이 되어 성장과 재정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2040 세대의 삶의 질 개선으로 출산 대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구체적 정책들은 과거와 별다르지 않아 보인다. 더 많은 아이가 태어나도록 하는 데는 묘수도 지름길도 없다. 복지 지출 확대와 함께 사회구조 및 노동시장을 바꾸고 주거 문제를 해결하며 소득과 젠더의 불평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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