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켈 그림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의 인재 영입 발표가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장애 여성인 최혜영 교수, 청년인 원종건씨를 발표했고 설 연휴까지 10여 명을 더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인재 영입의 콘셉트가 평범한 사람들의 상식을 대변할 수 있는 신선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고난을 이겨낸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그 과정에서 얻은 지혜와 용기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보여주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직업 정치인’이 되어 정치권을 바꿔내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많은 이들의 오해와 달리 소수집단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되지 않는 건 그들의 사연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권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치 경험이 없는 사람이 정당 안팎과 정치권의 내밀한 소통방식 및 권력관계를 이해하는 데만 해도 수년은 걸릴 것이다. 그간 장애인, 청년 등 소수집단을 대변하는 국회의원들이 성실하고 의미 있는 의정 활동을 했지만 여전히 그들의 목소리는 다시 원점이다. 의미 있지만 통과되지 않을 법안 몇 개를 내고, 대선 때 관련 단체 간담회를 주재하는 걸로 그 역할을 다할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도 장애인위원회·청년위원회· 대학생위원회 등이 있다. 이들 각 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이들은 신선하지 않은 인물로 여겨진다. 당을 대표할 공직 후보가 당내 위원회와 무관하게 누군가에게 ‘간택’된다. 결국 당내 권력이 정당 공식위원회가 아니라 간택한 누군가에게 있음을 보여준다.

당내에 마땅한 인물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정당은 소수자 집단에게 어떤 정치적 기회를 부여했는가? 각 부문과 지역에서부터 성과들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어떤 노력을 했는가? 선거 목전에 영입한 인재 몇몇을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내는 것보다, 기초의원 50% 여성 할당, 30% 청년 할당, 10% 장애인 할당을 실현하는 것이 소수집단 정치세력화를 위해 더 혁신적이고 효과 있는 방법이다. 기초의원 공천은 현역 국회의원들이 지역구를 관리하는 핵심 수단이기 때문에 쉽게 내놓지 않는다. 국민들로서는 기초의원보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훨씬 중요해 보이지만, 당내 권력자들은 어차피 거수기가 될 비례대표 몇 자리는 내어줄 수 있어도 재선을 위해 필요한 기초의원 공천권은 포기하지 못한다.

일부러 정치 경험 없는 이들을 뽑는 건 아닐까

미디어화한 현대 대의민주주의는 ‘특별한 개인’이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 삶의 과제를 잘 해결한 누군가가 국가적 과제도 잘 해결할 것이라는 환상이다. 정주영·문국현·안철수 등 자기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이들이 정치권에서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져갔는지 모두가 지켜보았다. 조직화한 집단과 그들의 연대로 뒷받침되지 않는 정치인 개인은 언제든 다른 인물로 대체될 수 있다. 이를 바꿔내려면 당사자 집단을 조직화하기 위한 정책, 집단 경험, 대표자 선발 체계가 필요하다. 민주당이 그간 방치해온 역할이다.

음식에 빛과 모양을 더하기 위해 얹는 것을 고명이라고 한다. 고명이 올라가면 음식이 예쁘고 정성스러워 보이지만 실상 맛은 크게 못 바꾼다. 영입 인재들의 감동 스토리를 들으며 일부러 정치 경험이 없는 이들을 소수집단의 대표로 뽑는 건 아닐까 의심이 든다. 386·이성애자·남성·비장애인 중심의 민주당 정치를 유지하려고 말이다. 이런 정치가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은 실질적 평등이 아니라 ‘당신도 극복하라’는 메시지일 수 있다.

기자명 황두영 (자유기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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