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경영권 분쟁까지 벌이고 있다니 정말 입맛이 쓰다. 지난해 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집을 방문했다가 경영권 문제 때문에 난동을 부렸다는 기사가 나왔다. 모친 앞에서 벽난로 불쏘시개를 휘두르며 가재를 부쉈다고 한다. 보도된 사진으로는, 그릇이나 도자기였을 것으로 보이는 유리 조각들이 난무한다. 이명희 고문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팔에 생채기가 생겼고 너머의 바닥엔 핏자국까지 관찰된다.
어떻게 보면 내밀한 가정사인데도 그 전개 과정이 사진까지 첨부되어 비교적 상세히 언론에 흘러나온 것도, 어떻게 보면, 매우 신기한 일이다.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일가의 수치’를 무릅쓰고 조원태 회장을 공격하는 방법으로 경영권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노렸다는 의혹을 비켜 갈 수 없다. 혹은 조 회장의 폭력성을 현실적 위협으로 느낀 다른 가족들이 사회적 호소의 수단으로 폭로를 선택했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근대적 ‘가족신화’를 신봉하는(혹은 신봉하는 척하는)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겐 무섭게까지 느껴질 수 있다.
그동안 ‘한진 일가’는 자신들의 공격성을 외부인들에게 유감없이 표출해왔다. 2014년 말의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 이후 일가 구성원들의 난행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가족 전체가 사회적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공전절후(空前絶後)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 덕분에 억제되었던 공격성이 가족 내부에서 폭발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좌절된 욕망이 이런 식으로 표출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문제는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한진그룹의 위상이다. 재계 서열로 13~14위쯤 된다. 이 정도의 기업집단을 좌지우지하는 혈족이 통상적 의미의 ‘착한 사람’이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자신의 충동을 잘 다스리는 사람들이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가 아닐 터이다. ‘경영자 리스크’ 때문에 작게는 소속 노동자와 주주 같은 이해관계자들, 크게는 국가경제 전체에 갑작스러운 충격이 발생하는 사태를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조원태 회장의 연임 여부와 상관없이 한진 가족은 이해관계자들과 시민들의 신뢰를 이미 상실했다. 가족적 차원의 ‘대결단’ 이외에 어떤 대안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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