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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르 알바시르(75) 전 수단 대통령의 축출은 2019년 남반구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1989년 쿠데타를 일으킨 그는 30년간 집권해왔다. 대규모 시위 이후 군부 세력이 일으킨 쿠데타로 2019년 4월 사임했다.

지난 12월22일 수단 정부는 “2003년부터 자행된 범죄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알바시르 등 이전 정권 인사들은 정의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범죄’는 다르푸르 학살을 말한다. 알바시르의 지시와 묵인으로 20만명 넘게 죽고 250만명 이상이 난민이 됐다. 세계적으로 가장 악명 높은 독재자이자, ‘인종청소’에 가까운 학살의 책임자였던 알바시르는 대가를 치르게 됐다.

1944년생인 알바시르는 16세에 육군에 입대했다. 1973년에는 이집트 부대에서 복무하며 이스라엘과의 제4차 중동전쟁에 참전했다. 1989년 준장이었던 알바시르는 쿠데타를 일으켜 채 피지도 못한 수단의 민주주의를 뿌리 뽑았다. 알바시르가 중심이 된 혁명위원회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헌법을 정지했다. 모든 정당은 해산되고 언론도 통제당했다. 쿠데타 세력을 비판하는 정치인과 언론인은 수감되고 처형됐다.

‘일반적인’ 군사독재에 더해, 알바시르의 수단은 샤리아(이슬람의 율법)까지 시행했다. 쿠데타 후 알바시르는 “수단을 엄격한 이슬람 국가로 만들겠다”라고 공언했다. 1991년 그가 발의한 법의 가장 큰 특징은 혹형이다. 손을 자르고 돌로 쳐 죽이는 형벌이 부활했다. 절도나 간통을 처벌하거나 정치적 반대자를 탄압하는 데에도 이런 형이 쓰였다. 알바시르의 법은 코란을 가부장적으로 해석했다. 성폭력을 용인하고 여성의 사회 진출을 금기시하면서 수단의 여성 인권은 전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졌다.

무엇보다 알바시르의 악명을 높인 것은 다르푸르 학살이다. 반군을 진압한다는 명목으로 무자비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다. 특히 학살 피해자인 흑인들이 대부분 같은 무슬림이라는 점 때문에 아랍권 내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인종청소’ 성격이 짙다고 판단하고, 2009년 알바시르를 전쟁범죄와 집단 학살 등 10가지 혐의로 기소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ICC가 2002년 창설 후 처음으로 기소한 현직 정부 수반이다.

권좌에서 밀려났지만 알바시르는 아직 이름값에 어울리는 처벌을 받지 않았다. 수단 법원은 우선 지난 12월14일 비자금 조성 등을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핵심은 다르푸르 학살과 국내 반대파 탄압 처벌이다. 다시 군부가 권력을 잡은 수단이 30년 묵은 알바시르의 치세를 어떻게 청산할지 지켜볼 일이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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