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조남진자유한국당과 범보수 단체가 2019년 10월3일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 하야와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종북·친북 세력”이 거짓 증거 조작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 대한민국 정권을 접수했다고 주장한다. 그의 인식대로라면 ‘공산화’가 멀지 않았다. 그가 특이한 사고방식의 소유자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있는 법. 이른바 보수 우파 세계에서는 조 대표를 ‘친중파’ 심지어 ‘중국 간첩’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파워 우파 유튜버인 변희재 미디어워치 고문은 2018년 초, 조원진 대표는 “ 나라를 완전히 중국의 식민지로 만들 수 있는” 친중파라는 내용의 동영상을 여러 차례 올렸다. 근거는 다양했다. 변 고문이 올린 유튜브 동영상에 따르면, 당시 조 대표는 중국 정부 관계자들을 매주 만났다.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반부패 정책’을 선전하는 세미나를 국회에서 열었다. 중국에 법인을 만들어 사업을 벌였다.

심지어 조 대표는 2017년 대한애국당(우리공화당의 전신) 비공개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북폭(미국의 북한 폭격) 반대’ 발언을 늘어놓았다. “북폭은 원래 15분 만에 끝나는 전쟁인데, 30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북한 200만, 남한 100만 등 300만에 달하는 인명 피해가 발생한다.” 이에 대해 변 고문은 “(친중파인 조원진 대표가) 북폭에 대한 공포감을 조장해서 북폭 여론을 잠재우려 했다”라고 해석한다. 물론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동영상에서 변 고문은 당시의 대한애국당 최고 간부들에게 빨리 탈당하라며 경고한다. “대한민국 반역자(명단)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조 대표에 대한 국정원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정도면 국정원이 수사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에요? (…) 중국 간첩 잡아야 하지 않습니까.”

보수 우파 시청자들 사이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세간에서 ‘극우’로까지 불리는 조원진 대표가 친중파인 데다 심지어 중국 간첩일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니까. 더욱이 변 고문만큼 조 대표를 잘 아는 사람도 드물 터였다. 그는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조원진 당시 후보의 전략기획본부장이었다. 2017년 7월에는 조 대표와 함께 대한애국당을 창당하면서 정책위 의장 및 당 최고위원으로 활동했다. 5개월 뒤인 2017년 12월, 변희재 고문은 당내 분란에 휩싸이면서 제명당한다. 그 직후부터 ‘조원진=친중파’ 시리즈로 ‘우파 유튜버 세계’에 일대 풍파를 일으킨 변희재 고문은 2018년 5월 구속되고 만다. ‘최순실 태블릿 PC를 조작했다’며 JTBC 및 손석희 사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였다.

2019년 5월, 변 고문이 보석으로 석방될 당시 우파 유튜브 세계는 ‘친미 반중파’로 넘실거리고 있었다. 이들은 정부·여당은 물론 조원진 대표까지 ‘대한민국을 중국식 사회주의로 전복하려는 자들’이라고 지목했다. 중국과의 단교를 촉구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관점의 확산에 일익을 담당한 변 고문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YouTube 갈무리지난해 6월 태블릿 PC 조작 기자회견을 연 변희재 미디어워치 고문(왼쪽)과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

그러나 변희재 고문은 2019년 6월 초에 열린 ‘태블릿 PC 관련 특검 추진 기자회견’에 나온 조 대표와 약간 멋쩍지만 뜨겁게 포옹한다. 11월엔 조원진 대표가 변희재 고문의 유튜브에 출연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과시했다. 미디어워치는 이 영상의 제목을 ‘〈조원진 의원 특별출연〉 반갑다! 변희재’로 붙였다.

이런 변희재 고문마저 ‘좌익’ ‘종북’으로 불린다. 그는 2012년 6월 “이석기 의원님 변희재입니다. 저는 당신 편입니다”라고 트위터에 썼다. 이석기 전 의원이 소속된 통합진보당이 당내 ‘비례대표 후보 부정 경선’ 의혹으로 당권파(이석기 전 의원 등 경기동부 계열)와 비당권파(유시민 작가 등 국민참여당 계열)로 나뉘어 싸울 때였다. 변 고문이 트위터에 올린 글의 목적은 명확하다. 유시민 등 국민참여당 계열에 대한 공격이다. 이 짧은 문장이 최근 다시 부활하면서 문맥도 맥락도 없이 ‘변희재는 이석기를 지지한 종북’이라는 논리로 활용되고 있다.

우파 유튜버인 강수산씨는 지난 12월3일 올린 동영상에서 “변희재는 좌익”이라고 단언한다. 근거는 이렇다. 변 고문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는데(사실이다), 전향서를 쓰지 않았다. 변 고문의 미디어워치가 초청해서 ‘한국-타이완 국교 정상화’ 강연을 한 뤼슈렌 타이완 전 부총통은 성평등·탈원전 등을 추진한 바 있는 “빨갱이”다.

강씨는 수년 동안 “변희재만이 진실을 추구하는 대한민국 최고 논객”이라며 사실상 추종해온 조력자다. 그가 좌우를 가르는 기준은 ‘사회·경제 시스템’ 따위가 아니라 ‘진실’이라고 한다. 그가 보기에 ‘진실하면 우파, 진실하지 않으면 좌파’다.

강수산씨마저도 다른 우파 유튜버인 최길갈씨에겐 ‘친중파’로 불렸다. 강씨가 김정민이라는 ‘반중 유튜버’계의 ‘거두’에게 20여 건의 고소장을 냈다는 이유다. 대한애국당 당원으로 경주시장에 출마했던 최길갈씨는 한때 조원진 대표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만고의 충신”이라고 불렀다. 당에서 제명된 뒤엔 조 대표의 호칭을 친중파·좌파 등으로 바꿨다. 최씨 역시 적대적 유튜버들한테 ‘좌파’라는 비난을 듣는다.

ⓒYouTube 갈무리유튜버 ‘강수산’은 “전향서를 쓰지 않은 변희재는 좌익”이라고 말했다.

우파 유튜버 업계에서는 ‘좌파’ ‘친중’ ‘종북’ 등이 본래의 의미와 크게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 민주·진보 계열 인사들의 발언을 맥락 없이 따와서 종북으로 몰아가는 수법을 ‘동지’들에게도 즐겨 사용한다. ‘토순’이라는 우파 유튜버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조롱할 목적으로 “지금 김정은 수령님께서”라는 표현을 썼다. ‘이PD&전략TV’라는 유튜버가 냉큼 그에게 “내적 사상으로 공산당이 몸에 배어 있는 이념 좌파녀”라는 딱지를 붙였다.

우파 유튜버들을 진지한 이념 집단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 자유주의의 토대를 구축한 선구자 중 한 명인 토머스 홉스는 세상의 자연적 상태를 “만인은 만인에게 야수다”라는 문장으로 표현했다.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는 우파 유튜버들은 홉스를 이해한다기보다 실천하는 사람들로 보인다. 우파 유투버에게 다른 우파 유튜버는 야수(좌파)다.

이념적으로 우파 유튜버들은 하나같이 자유(민주)주의자를 자처한다. 동시에 과격한 국가주의자(이른바 ‘애국자’)다. 제주 4·3사건, 광주민주화운동 등에서 ‘개인’들에게 자행된 국가폭력을 서슴없이 긍정한다. 자유주의와 국가주의는 그 성격상 자연스럽게 섞이기 힘든 이념이다. 상당수의 우파 유튜버들이 자유주의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우파 유튜버 ‘팩맨’은 지난 12월 중순 올린 동영상 때문에 논란에 휩싸여 있다. 발단은 이 업계에서 ‘대기업’인 가로세로연구소가 제기한 ‘인기 가수 김건모씨의 유흥업소 종업원 성폭행 의혹’이다. 팩맨은 김건모씨를 옹호했는데 그 방법이 좀 기괴했다. 김씨의 성폭행 의혹(입증된 사실이 아니다)을 기정사실로 전제하면서 성매매(혹은 유흥업소의 성폭행) 자체를 정당화해버렸다. “룸빵(유흥업소)은 성을 사고팔기 위해 조성된 시장”이므로 성폭행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는 이런 사건에 분개하는 대중을 이해할 수 없다. 남성의 본능이라는 ‘팩트’를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는 위선적 태도이기 때문이다. “이걸 소화시킬 수 있어야 진정한 자유 우파 시민. 저는요, 개인주의자(이며) 자유주의자. 이 두 개(가) 진정한 우파라고 말할 수 있는 거죠.” 팩맨의 구독자는 35만명에 달한다.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팩맨’은 가수 김건모씨의 성폭행 의혹에서 김씨를 옹호하며 성매매를 정당화했다.

국가폭력 긍정하는 자유주의자?

자유주의의 자유는 ‘개인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맞다. 개인들은 자신의 욕망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평등’하다. 다만 제각기 자유를 추구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타인의 자유를 침해한다. 그래서 자유주의는 법률(국가)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자유주의에서 개인의 자유는 법률의 범위 내에 있는 자유다. ‘본능이라는 팩트를 솔직하게 인정’하다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자유의 평등성이 훼손된다면), 그 행위는 자유주의나 개인주의가 아니라 반사회적 비행(非行)일 뿐이다. 한국에서 성매매는 불법행위다.

국가폭력을 긍정한다는 측면에서도 우파 유튜버들은 자유주의와 거리가 멀다. 자유주의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인 법치주의는 기본적으로 국가라는 ‘레비아탄(거대 괴물)’으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장치다. 법치주의에 따르면, 국가는 설사 공익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도 개인의 자유·재산·생명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국가의 개인권 침해(범죄자의 자유나 생명 박탈, 도시개발로 인한 개인 재산 침해 등)는 오직 ‘사전에 정해놓은 법률’로만 정당화될 수 있다. 타인에게 명백한 피해를 끼쳐도 그 행위가 해당 시기의 형사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으면 형사처벌할 수 없는 시스템이 바로 법치주의다. 제주 4·3사건,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희생된 개인들을 조롱·매도하는 우파 유튜버들의 행태는 결코 자유주의적이지 않다.

최근 한 우파 유튜버는 “동성애자에 대한 공격을 본격화하겠다”라고 예고했다. 보수 우파 세계에서는 여성·동성애자·소수인종 등 마이너리티에 대한 혐오 발언이 일상적으로 통용된다. 동성애를 “더러운 좌파”라고 부른다. 자유주의는 법률의 범위 내라면 개인의 욕망 추구와 권리를 무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쪽을 지향한다. 경제 부문에서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치·사회·문화 부문에선 오랜 세월 이어져온 전통적 관습(가족, 종교, 성별 역할, 심지어 자살 금기)으로부터 개인을 해방시키려 한다. 관습 파괴(동성애, 기존 가족제도의 형태 변화, 여성해방 등)가 좋은 결과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선 다양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평가나 결과와 상관없이 ‘법률(국가) 이외의 관습으로부터 개인을 해방시키려는 지향’은 자유주의의 보편적 요소 중 하나다. 마이너리티에 대한 공격은 자유주의와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우파 유튜버 내부의 구성원들에게까지 큰 상처를 입힌다.

우파 남성 유튜버들이 우파 여성 유튜버들을 성적 비속어와 헛소문까지 동원해서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사례가 빈발하다. 그 여성 유튜버들이 ‘안티 페미니즘’을 강력하게 표방해왔다는 점이 공교롭다. 호남 출신 우파 유튜버들은 ‘동지’들로부터 “전라도라서 믿을 수 없다”라는 발언까지 듣는다. 인종차별 발언도 예사롭다. 혐오의 욕망은 자유주의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우파 유튜버들의 혐오 발언은 거론 자체가 민망할 정도로 과격해서 인용할 수 없었음을 미리 밝혀둔다.

대다수 우파 유튜버들은 ‘경제적 자유주의(국가의 시장 개입과 복지를 반대하는 극단적 시장주의)’를 강력히 표방한다. 다만 경제 시스템에 대한 무지를 너무 노골적이고 공공연하게 드러내곤 해서 경제적 자유주의자로 봐도 될지 모르겠다. 반국가주의(anti-statist) 색채를 띠기 마련인 경제적 자유주의는, 국가폭력까지 정당화하는 극단적 국가주의와 어울리기 힘든 이념이다. 해외의 포퓰리즘 정당들 가운데서도 두 이념을 함께 표방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 희귀한 사례 중 하나가 독일 연방의회에서 제3당의 지위로 부상한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다. 김주호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 박사가 2018년 5월 〈독일과유럽연구 아시아저널(Asian Journal of German and European Studies)〉에 발표한 논문 ‘독일 대안당의 급진적 시장 지향 정책과 비혜택 집단의 지지’에 따르면, AfD는 국가의 경제 개입(최저임금, 세금, 복지, 정부 보조금, 무역장벽, 은행 구제금융)을 반대하는 급진적 시장주의와 국가·민족주의(national conservative)를 동시에 표방한다. AfD의 국가·민족주의자들은 유럽연합(EU)이 독일의 국가 주권과 민족 정체성을 훼손한다며 강력한 반(反)이민·반난민 노선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우파 유튜버들과 달리 AfD의 급진적 시장주의자들은 극단적 국가주의를 주장하지 않는다. 같은 당내의 다른 그룹이다. AfD는 양대 정치세력의 동맹체다.

ⓒEPA2018년 5월27일 독일 베를린에서 ‘독일을 위한 대안(A fD)’이 주최한 반(反)난민·반메르켈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념적으로 어울리기 힘든 두 세력이 동맹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김주호 박사의 주장을 요약하면, 시장주의자들은 국가의 시장 개입과 복지정책을 반대하는 정책으로는 저소득층의 지지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국가·민족주의자들을 끌어들였다. 국가·민족주의자들은 파시즘을 연상케 하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시장주의자들이 필요했다.

이념적 접점이 발견되기도 한다. 김주호 박사에 따르면, AfD의 경제적 자유주의자들은 독일의 경제적 성공이 독일인들의 ‘선천적(innate) 우월성’ 덕분이라고 믿는다. 독일인들의 민족성이 남유럽인들과 달리 본질적으로 근면하고 생산적이기 때문에 독일이 국제시장의 승자로 떠오를 수 있었다는 논리다. 이념상 이질적인 경제적 자유주의와 국가·민족주의가 인종주의(독일인의 선천적 우월성)를 매개로 AfD라는 극우 정치연합체를 탄생시킨 것이다.

독일 AfD를 참조하면, 한국의 우파 유튜버들은 ‘극우’도 아니다. 시장주의와 국가주의를 잇는 매개(예컨대 한국 민족 우월주의)가 없다. 오히려 어떻게든 ‘민족’ 개념을 경시하려는 색채가 강하다. 상당수의 유명 우파 유튜버들이 “한국은 거짓말의 나라”이며 조선 시대의 정체된 사회·경제적 발전이 일본 제국주의의 강점 덕분에 가능해졌다는 내용의 〈반일종족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파워 유튜버 팩맨은 동영상에서 “일제시대의 삶의 질이 조선 시대의 삶의 질보다 월등히 나았죠. 일제시대가 없었다고 생각을 해봐”라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우파 유튜버들이 ‘한국 민족의 선천적 우월성’을 믿지 않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일 수 있다. 한국에선 극우 세력이 크게 성공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우파끼리 종북으로 몰며 ‘과당경쟁’

지난 수년 동안 유튜브에서 우파로 자처하며 가짜 뉴스와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는 경우가 크게 증가한 것이 사실이다. “가짜 뉴스를 지옥(헬, hell)으로 보내’기 위해 ‘우파 유튜버 세계’를 연구한 바 있는 헬마우스 측은 ‘이윤 동기’를 주된 원인으로 본다. 정치와 여론이 양극화되면서, ‘믿고 싶은 이야기’를 ‘사실’로 간주하려는 충동이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크게 강화되었다. 이런 충동은 야권 지지층에서 훨씬 강력하기 마련이다. 일부 야권 지지층은 지금의 정부·여당을 ‘주사파 공산주의자’로 믿고 싶어 하며 그런 상태를 ‘욕망’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유튜브라는, 형식적 팩트체크마저 어려운 뉴미디어가 등장했다. 가짜 뉴스를 돈과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우파가 우파를 종북으로 몰아붙이는 ‘불공정 과당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상당수의 우파 유튜버들이 보편적 가치나 감정, 선의(善意) 등을 경멸하고 부정하는 언행으로 엄청난 구독자 수와 공감을 얻어내고 있는 것은 우려할 만한 현상이다. 약자에 대한 연민, 이웃과의 연대감, 사자(死者)에 대한 존중, 애국심, ‘시민의 삶과 자유에 대한 궁극적 보호자로서 국가의 기능’ 등이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의도적으로 그런 언행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우파 유튜버들은 “애국자”로 자처하지만, 대한민국이란 국가가 ‘보호자’가 아니라 ‘억압자’인 경우에만 사랑한다. 국가폭력을 찬양하고 애써 변호하는 반면 복지제도는 격렬하게 성토한다. 애국심은 대한민국에 대한 사랑이라기보다 북한에 대한 증오와 경멸을 의미하는 단어가 되었다. 시장주의자들은 국가의 경제 개입과 복지정책을 비판할 때 흔히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라는 서양 속담을 인용한다. 그렇다고 해서 설마 악의로 포장된 길이 천국으로 가는 지름길일까?

ⓒ연합뉴스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19년 9월24일 ‘청년 유튜버, 세상과 通하다’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우파 유튜버들의 영향력은 젊은 세대를 넘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까지 미칠 기세다. 2019년 말, 황교안 대표가 ‘총체적 국정 파탄’에 항의하는 장기 농성 중에도 외롭지 않았던 이유는 단연 우파 유튜버 덕분이었다. 그의 주변엔 항상 우파 유튜버들이 상주하며 실시간 생중계 서비스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했다. 젊은 우파 유튜버들을 당사로 불러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그중엔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를 옹호하거나 ‘문재인 정부가 일부러 한국 경제를 망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북한과 격차를 줄여 통일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유튜버까지 끼어 있었다. 황 대표는 최근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유튜버들에게 입법 보조원 자격을 줘서 (상시적으로 국회에) 들어올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우파 유튜브 사랑도 지극하다. 2019년 10월엔 여러 우파 유튜버들을 국회로 불러 “조국 전 장관을 낙마시킨 건 첫 번째가 국민의 힘이었고, 두 번째가 유튜버들의 힘이었다”라고 치하했다. 우파 유튜버들의 동영상에 대한 구글 측의 노란 딱지를 정치 탄압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자유한국당과 우파 유튜버들의 밀착이 제1야당의 우경화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의 우파 유튜버들은 자유주의자가 아니며 시장경제 시스템을 온전히 이해하지도 못한다. 극우 민족주의자도 아니다. 유튜버라는 새로운 미디어 시장에 ‘혐오라는 독점 상품(일반 언론사에서는 감히 제공하지 못하는)’으로 일시적 블루오션을 누리다가 최근에는 과당경쟁까지 벌이며 서로를 국가안보 저해자로 몰아가는 집단일 뿐이다. 우파 유튜버들이 자유한국당에 초래할 결과는 ‘오른쪽으로 끌어당기는’ 우경화가 아니라 밑으로 추락시키는 ‘하향화’일 것이다. 그들은 ‘반(反)사회주의’라기보다 ‘반(反)사회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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