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조남진경기도 성남의 한 스포츠 브랜드 매장. 수많은 박스 사이에서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과 사이즈를 최대한 빨리 찾아야 한다.

오늘도 닦는다. 바닥도 거울도, 내 땀도 얼굴도. 손님이 남긴 검은 때도 흔적 없이 닦는다. 오늘도 웃는다. 신발 열 켤레를 갈아 신어도, 툴툴거리며 나가도 짜증 없이 웃는다. 오늘도 오른다. 쪼개진 의자에 켜켜이 덧붙인 녹색 테이프가 닳도록, 까치발에 기대어 오른다. 오늘도 달리고, 오늘도 껴입고, 오늘도 미끄러지고, 오늘도 굽고, 오늘도 옮기고, 오늘도 쓸고, 오늘도 진열하고, 오늘도 포장하고, 오늘도 인사하고, 오늘도 죽는다. 오늘도 당신은 안녕하신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다음 겨울에도 당신이 일터에서 평안하기를, 나의 오늘이 당신의 오늘을 위해 기도한다.

ⓒ시사IN 조남진

 

기자명 사진 조남진·글 천주희(〈회사가 괜찮으면 누가 퇴사해〉 저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