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관계가 다시 험악해지고 있다. 북한이 최근 동창리 미사일시험장에서 모종의 시험을 성공리에 마쳤다고 발표하자 성급한 진단이 마구 쏟아진다. 크리스마스에 고체연료를 베이스로 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 가능성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언한 ‘새로운 길’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주장 등 흉흉한 얘기뿐이다.

요즘 회자되는 ‘새로운 길’이란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사실상 중단하고 핵무장력 강화에 더해 ICBM 능력까지 겸비한 핵 강국의 길을 걷는 것을 말하는 듯싶다. 이런 추정에는 어폐가 있다. 비핵화 협상을 포기하고 핵 강국의 길을 걷는 것은 지난해 4월 북한이 성공적으로 종료했다고 선언한 ‘핵·경제 병진 노선’의 길을 말한다. 북한은 이 선언에 앞서 2017년 11월에는 핵무력 완성 선언을 한 바 있다.

그런 북한이 이제 와서 비핵화 회담을 포기하고 핵무력과 ICBM 강화의 길로 다시 가겠다? 그렇다면 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 선언은 무엇인가? 이미 성공적으로 종료했다고 선언한 핵·경제 병진 전략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떻게 ‘새로운 길’이 될 수 있는가? 최근 몇몇 논자들이 주장하는 새로운 길에 대한 얘기는 북한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본인들의 추론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평양-조선중앙통신

북한의 현재 지도 노선은 ‘경제 집중 노선’이다. 새로운 길이란 이 지도 노선에서 전술적 변화 정도를 의미하는 수준일 수밖에 없다. 큰 틀에서는 이 노선을 벗어날 수 없다.

연말의 작은 소동은 북한과 미국 사이 내년에 좀 더 잘해보자는 차원에서 벌이는 기 싸움 정도로 읽힌다. 내년에 잘하려면 1월1일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멋지게’ 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북·미가 서로 만나야 한다. 기왕 만나는데 선물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얘기다. 미국과의 협상에 경계감을 갖는 북한 정권 내부를 달랠 선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선물을 그냥 달라면 미국이 안 줄 테니 ‘시끄럽게’ 할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비핵화 협상을 하지 않고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다면 북한은 벌써 그 길로 갔을 것이다. 그런 길은 없다. 경제 집중 노선 외에 새로운 길은 있을 수 없다.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