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11월 스푸트니크 2호에 개 한 마리가 실려 지구궤도까지 올라갔다. 그 개의 이름은 라이카다. 고열과 스트레스로 인해 임무 수행 수시간 만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련의 우주훈련센터가 있던 모스크바 외곽 스타시티에 세워진 우주개발 기념비에는 라이카 이름이 새겨져 있다. 2008년에는 인근 군사연구소에 라이카를 기념하는 동상도 세웠다. 그 후에도 소련은 우주 실험에 개를 많이 사용했다. 개 외에도 소련은 달 탐사에 거북이를 투입했다. 무중력 상태에서 별도 장비가 필요 없었고, 오랫동안 안 먹고도 생존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달 탐사 실험에서 거북이는 살아 돌아왔다.
미국은 어땠을까? 원숭이를 주로 이용했다. 1958년 12월 다람쥐원숭이 고르도(Gordo)를 로켓에 처음 태웠다. 고르도는 오랜 기간 생존했다. 착륙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남대서양에 추락해 숨졌지만 말이다. 미국은 이후에도 다양한 원숭이종을 우주에 올려 보냈다.
고양이들, 두 달간 우주비행 훈련받아
우주로 간 동물 중에는 고양이도 있었다. 고양이를 우주에 보낸 나라는 프랑스였다. 프랑스는 1958년 드골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우주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했고, 1963년 고양이를 태워 올려 보낼 계획을 세웠다. 여러 동물 중에서 고양이를 선택한 이는 당시 프랑스 군 의무사령관인 로베르 그랑피에르였다. 쥐를 로켓에 올려 보내는 실험에 성공한 뒤, 그는 쥐가 성공했다면 고양이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부하들에게 고양이 14마리를 잡아오도록 지시했다.
프랑스 군은 고양이들을 데리고 강도 높은 우주비행 훈련을 시작했다. 과학자들이 고양이에게 애착을 가져 실험에 영향을 줄까 봐 일부러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다. 다만 실험에 투입되지 않아 입양된 고양이에게는 이름이 주어지는 예외가 있었다(그 이름은 ‘스쿠비두’였다).
고양이들은 약 두 달간 로켓 소리와 그 밖의 소음에 적응하는 훈련을 받았다. 원심분리기에 들어가거나, 뇌파 반응을 알기 위해 머리에 전극을 연결하기도 했다. 고양이 14마리 중 훈련을 통과한 6마리가 선별된다. 제일 침착했던, 검은색과 흰색이 섞인 고양이가 1등에 올랐다. 이 고양이에게는 〈검은 고양이 펠릭스〉(1919) 만화의 캐릭터를 본떠 펠릭스의 여자형 ‘펠리세트(Félicette)’라는 이름이 붙었다.
펠리세트의 우주여행은 성공적이었다. 뇌 신호를 계속 우주센터로 보내왔다. 펠리세트는 살아 돌아왔다. 다만 세부적인 연구를 위해 두 달 뒤 안락사당했다. 펠리세트가 돌아온 지 이틀 후 두 번째 고양이를 실은 로켓이 발사되었다. 이 실험은 실패했고 고양이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그 뒤 다른 고양이들은 모두 임무 해제되었다.
펠리세트 이야기는 우주개발사에서 거의 잊혔다. 우주개발이 미국과 소련(러시아) 위주였기 때문이다. 우주개발에 정력적이었던 드골 대통령이 물러나고, ESA(유럽우주국)가 설립되면서 프랑스의 우주개발이 다른 유럽 국가들과 합쳐진 탓도 컸다.
2017년 뒤늦게 펠리세트를 기념하자는 운동이 작게나마 일어났다. 킥스타터에 등장한 ‘펠리세트 동상 만들기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5만7000달러를 모금하며 펀딩에 성공했고, 동상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국제우주학교 내, 개척자 홀에 세워졌다. 이 공간에는 유리 가가린의 흉상도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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