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탐방기가 있다. 여행을 기록한 기행문은 가장 고전적인 형태이고, 순례기도 역사가 오래되었다.

그러니 공장을 대상으로 쓴 탐방기도 있을 법하건만, 김중혁 소설가가 신문에 연재했던 ‘메이드 인 공장’을 처음 접했을 때 신선한 충격이었다. 오랜 로망을 충족해줄 글을 만나 반갑기도 했다.

이 세상을 채우고 있는 물건 대부분이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과장을 보태자면, 공장은 현대 문명에 젖과 꿀을 대는 기원인 셈이다. 저자가 탐방한 공장 목록만 봐도 웃음이 난다. 제지, 맥주, 라면, 가방(김중혁 작가는 가방 중독자다)부터 초콜릿, 콘돔, LP, 브래지어, 지구본까지. 간장 공장 섭외는 저 유명한 ‘간장 공장 공장장’ 농담에서 시작됐다. 직접 만난 간장 공장 공장장은 1980년대 연구원으로 입사해 상무 자리에 오른 이로, 본인의 코 점막을 이용해 일본 간장 공장의 특급비밀이었던 ‘균’을 한국에 가져온 전설의 주인공이었다.

브래지어 공장의 작업 지시서에 자주 나오는 문장은 “시작과 끝이 일치하도록 한다”이다. 지구본 공장에서 가장 싫어하는 나라는 “심심하면 수도를 옮기는 나라들”이다. 초콜릿 공장은 실제로 팀 버튼의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오는 공장과 비슷하며, 의외로 서울 한복판인 영등포에 있다. 작가 특유의 유쾌한 문체를 따라가다 보면 무채색의 삭막한 이미지였던 제조업 공장은 어느새 고유한 이야기를 갖게 된다.

이 책을 통해서만 갈 수 있는 공장도 있다. ‘김중혁 글 공장’이다. 5개 작업장으로 이루어진 이 공장은 글감 분류실, 숙성 창고 그리고 생산 라인(소설·수필·그림)으로 구성된다. 공장이니 당연히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표어도 있다. “멍하니, 바라보자, 오랫동안, 바라보고, 끈기 있게, 바라보고, 깊이 생각하자, 모든 게 끝났으면 빠른 시간에 쓰자.”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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