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독 지역 도시인 할레에서 발생한 극우 테러로 독일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지난 10월9일 슈테판 B(27)라는 남성은 유대교 최대 명절을 맞아 유대교 회당에 사제 폭발물을 던졌다. 회당 진입에 실패한 그는 미리 준비한 총으로 행인들과 케밥 가게에 총격을 가했다. 범인의 차량에서는 사제 폭발물 4㎏이 발견되었다. 이 테러로 두 명이 사망하고 두 명이 다쳤다.
독일 사회를 더욱 충격에 빠트린 건 범인의 테러 생중계였다. 전 과정이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인 트위치를 통해 약 35분간 생중계된 것이다. 슈테판 B는 이날 낮 12시 렌트한 차량 내부에서 휴대전화로 방송을 시작했다. 그는 어눌한 영어로 페미니즘과 이민자들에 대한 혐오 발언을 하며 “유대인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유대교 회당을 향해 차를 몰았고 “아무도 인터넷 나치 친위대를 예상하지 못했을 거야”라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준비한 헬멧에 카메라를 장착한 뒤 차에서 내려 테러를 시작했다. 시청자들은 슈테판 B의 시점에서 테러 현장을 목격했다. 5명이 슈테판 B의 방송을 라이브로 시청했고, 사건 직후 2200여 명이 이 영상을 보았다. 아무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테러 일주일 전 슈테판 B는 자신의 계획을 극우 커뮤니티에 공유했다.
게임하듯 테러에 점수와 순위 매겨
테러 사건 직후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백인 극우주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해 심층 보도했다. 〈슈피겔〉에 따르면 온라인 극우주의자들은 자신의 신념과 행위를 초국가적으로 공유한다. 슈테판 B는 올해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처치에서 총기를 난사해 51명을 살해한 브렌턴 태런트처럼 범행을 생중계했으며, 2011년 노르웨이에서 77명의 목숨을 앗아간 안드레스 브레이비크처럼 군인과 유사한 전투복을 입고 헬멧을 착용했다. 극우 인터넷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18~30세의 남성이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 그들은 커뮤니티에서 자기들만의 언어를 사용하고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주의, 여성 혐오, 반유대주의 등의 사상을 공유한다. 그들은 게임을 하듯이 테러에 점수와 순위를 매긴다. 그리고 테러 행위를 축하하고 기념한다. 슈테판 B는 이런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의 신념과 계획을 키웠다. 〈슈피겔〉은 슈테판 B가 경찰과 정보기관의 감시 대상 명단에 없었다며 인터넷상의 극우 커뮤니티가 감시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일간지 〈디벨트〉는 11월4일 ‘새로운 극우 범죄자 유형’이라는 기사에서 테러 전문가인 페터 노이만 영국 킹스칼리지 교수의 발언을 실었다. 노이만 교수는 “단독으로 테러를 계획하고 실행한 범인들도 사회에서 고립된 것이 아니다. 인터넷을 통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전 세계의 사람들과 생각을 교환한다”라고 분석했다.
할레시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 이외에도 독일은 극우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6월2일, 기독민주당 소속 정치인 발터 뤼브케가 극우주의자에 의해 자택에서 살해당했다. 그는 메르켈 총리의 난민정책을 지지하던 이들 중 한 명이었다. 최근에는 녹색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네오나치 조직으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아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미국의 극우주의 단체 ‘아톰바펜(독일어로 핵무기)’의 독일 추종자들은 쳄 외츠데미어 전 녹색당 대표의 사무실에 협박 이메일을 보냈다. 그들은 외츠데미어 전 대표가 자신들의 살해 명단 최상단에 있으며 클라우디아 로스 연방의회 부의장이 두 번째라고 위협했다. 독일 내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극우주의자들이 저지른 범죄 건수는 8605건에 달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00건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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