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SK와 LG는 특허침해와 기술 빼가기를 놓고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왼쪽은 전기차 충전소.

전기차 배터리 부문의 글로벌 강자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특허침해 문제를 둘러싸고 국내외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10월22일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을 상대로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어떤 ‘소(송)’를 취하하라는 것인가? LG화학이 지난 9월 말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 측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금지 청구’가 그것이다. 그 소송을 하지 말라는 소송이다. SK에 따르면, LG 측이 미국 법원에서 문제 삼은 특허 가운데 과거 양측이 ‘쟁송하지 않기로’ 합의한 배터리 분리막 기술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7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말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LG의 배터리 분리막 코팅 기술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 법원에서 수년간 이어진 1, 2심은 LG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재판은 결국 대법원 판결을 앞둔 2014년 10월29일, 양쪽의 합의로 마무리되었다. 최근 SK 측이 공개한 당시 합의문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2011년 이후 계속된 세라믹 코팅 분리막에 관한 등록 제775310호 특허와 관련된 모든 소송 및 분쟁을 종결”하며, 이 특허와 관련해서 “향후 직접 또는 계열회사를 통하여 국내/국외에서 상호 간에 특허침해 금지나 손해배상의 청구 또는 특허 무효를 주장하는 쟁송을 하지 않기로 한다.” 또한 이 합의는 ‘체결일로부터 10년간 유효’한 것으로 합의되었다.

SK이노베이션은 LG 측이 미국 법원에 특허침해 금지를 요구한 분리막 기술(미국 특허번호 US 7662517)이, 2014년 쟁송하지 않기로 합의한 그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LG가 당시 1, 2심에서 패소한 그 특허로 다시 소송을 제기한 데다 ‘10년간 유효’라는 약속까지 어겼다”라고 말했다. 소 취하 소송을 낸 이유다.

LG화학의 반응은 완전히 다르다. LG화학은 SK 측의 주장을 반박하는 설명 자료에서 “합의서 그 어디에도 ‘한국 특허 등록 제775310에 대응하는 해외 특허까지 포함한다’는 문구가 없다”라고 주장한다. 글로벌 차원에서 통용되는 ‘특허독립(속지주의)의 원칙’에 따르면, 어떤 기업이 어떤 나라에서 특허권을 취득한 경우 그 권리는 해당국 내에서만 보호될 뿐이다. 다른 나라에서 특허권을 주장하려면 그 나라의 관련 당국에서 따로 해당 특허권을 취득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LG화학은 “(2014년 당시) 합의서상 대상 특허는 한국 특허이고, 이번에 제소한 특허는 미국 특허다”라고 한다. 기술의 유사성 여부와 별도로, 그때와 지금은 다른 분쟁이라는 의미다. 지금 미국 법원에서 양사가 다투는 특허는 “과거 한국에서 걸었던 특허와 권리 범위부터가 다른 별개의 특허”인데 “이를 같은 특허라고 주장하는 것은 특허 제도의 취지와 법리를 (SK 측이)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선두주자인 LG화학은 지난 몇 년 동안 자사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관련 기술 인력들이 이직한 사례에 대해 ‘기술 빼가기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합의서에 명시된 ‘쟁송하지 않는’ 지리적 범위에 ‘국내’는 물론 ‘국외’도 포함되어 있는데도 ‘LG 측이 엉뚱한 소리를 한다’고 항변한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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