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자료키즈 유튜브는 최근 몇 년 사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올랐다.

최근 몇 년 사이 유튜브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거대한 성장 일기장이 되었다. 부모의 사진첩에 간직되던 아이의 유년기는 이제 19억명(지난해 기준 한 달 유튜브 이용자 수) 시청자 눈앞에 공유된다. 수많은 시청자가 그들의 삶을 재생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구독하는 동안 몇몇 아이는 스타가 되었다. 키즈 크리에이터가 초등학생 장래 희망 1순위를 차지하고 동네 문화센터에 키즈 유튜브 강좌가 생겼다.

아이들이 유튜브 스타 그 자체를 선망한다면 어른들은 유튜브 스타가 벌어들인 수익에 더 관심이 많다. 국내 한 어린이 유튜브 채널이 벌어들인 돈이 구체적인 숫자로 알려진 뒤 키즈 유튜브는 어른들 사이에서 일종의 재테크 키워드로 등극했다. 도대체 얼마를 벌었을지, 그 부모가 산 건물은 얼마짜리인지, 수익은 아이 몫일지 부모 몫일지, 내 아이도 혹시 스타가 될 수 있을지… 숱한 사람들이 계산기를 두드렸다. 그사이 진짜 중요한 질문이 묻혀버렸다. 바로 유튜브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안전·행복·권리에 관한 질문이다.

지난 9월30일 서울시 한 카페에서 열한 살 초등학생 루피나(유튜브 별명)는 아빠가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럼 여러분~ 재밌었으면 ‘구독’과 ‘좋아요’ 꾹꾹 눌러주세요~.” 어제 촬영한 ‘오락실 인형뽑기’ 영상에 붙일 마무리 멘트 장면이다. 감기 기운에 처져 있던 루피나는 녹화 버튼이 켜지자 금세 쾌활해졌다. 영상은 아빠의 도움으로 편집을 거쳐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다.

루피나가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한 지는 2년쯤 됐다. 학교 친구가 유튜브에 자기가 찍은 영상을 올려 ‘좋아요’를 3개 받고 구독자를 2명 모았다고 자랑했다. “나도 할래.” 루피나의 요청을 영상·IT 분야에 능숙한 아빠가 들어줬다. ‘아빠와 딸의 즐거운 놀이공간’으로 콘셉트를 잡고 〈마인크래프트〉 게임 같이 하기, 계곡에서 아이스크림 먹기, 킥보드 타고 키즈카페 가기 같은 소소한 놀이 일상을 영상으로 찍어 올렸다. 2년 동안 업로드한 동영상은 모두 500여 개, 이제 루피나는 길 가다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의 인기 키즈 크리에이터가 되었다.

아동학대 혐의로 운영자가 체포된 미국의 한 키즈 유튜브 채널.

가정 내에서 촬영된다는 게 맹점

루피나뿐 아니라 다른 많은 아이들이 자발적인 놀이로 유튜브 채널을 시작한다. “만우절이라고 네이버 웹툰 그림이 바뀐 게 신기해서 그걸 유튜브에 올렸어요(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 A).” “그림 그리는 거를 녹화해서 배속 필터로 빠르게 돌리고 노래 넣고 해서 올려요(6학년 여학생 B).” “농구 경기 분석한 영상을 올려요(6학년 남학생 A).”(김아미, 〈초등학생의 유튜브 경험 및 인식에 대한 탐색적 연구〉에서 인용) 전문적인 지식이나 영상 기술 없이도 요즘 아이들은 자기의 관심사와 일상을 영상에 담아 유튜브를 통해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

다만 유튜브 놀이에는 특별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첫 번째가 개인정보 노출이다. 어린이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면 아이의 실명, 거주지, 소속 학교, 생년월일 등을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다. 학교 반·번호·이름이 적힌 학용품, 주소를 유추할 수 있는 촬영 공간, 소속을 드러내는 교복과 명찰 등을 통해 아이는 불특정 다수 앞에서 ‘특정’되어버린다. 딸과 함께 키즈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송태민씨는 “‘어느 동네인지 다 알아냈어요’ 이런 댓글을 보고 섬뜩한 적이 있다. 영상을 찍을 때 일부러 다른 동네에서 찍고 거주지를 노출하지 않으려 애쓴다”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그 위험을 간과하는 부모가 많다. 아이의 입학식, 졸업식, 운동회는 물론이고 등굣길, 하굣길을 ‘밀착 중계’하면서 아이의 정보를 노출하는 부모도 있다. ‘책상 털기’ ‘일기장 털기’처럼 아이의 내밀한 사생활을 유튜브 콘텐츠 소재로 삼기도 한다.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유튜브의 가능성도 때로 아이들에게 독이 된다. ‘뼈때리는 아재’라는 정보 공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호야토크(유튜브 별명·37)는 원래 키즈 콘텐츠로 유튜브 활동을 시작하려 했다. ‘키즈 채널이 돈이 된다’는 소문에 부모들이 자기 아이 영상을 유튜브에 우후죽순 올리던 시기였다. 호야토크도 컴퓨터 하드를 뒤져 세 살 아들의 귀여운 영상을 찾다가, 조금 욕심이 생겼다. “솔직히 돈을 벌고 싶었다.” 당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인기였다. 아들에게 청바지와 러닝셔츠를 입히고 수염 소품을 사서 아이 코 밑에 갖다 댔다. 까칠하다며 고개를 젓는 아이를 붙잡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그는 ‘아차’ 했다. “내가 뭔 짓을 하고 있나 싶었다. 유튜브로 돈을 벌고 싶으면 차라리 나를 팔든지 해야지 이건 하지 말아야겠다 결심했다.”

ⓒSave the Children세이브더칠드런이 벌이는 아동 유튜버 보호 캠페인 광고 영상.

‘놀면서 찍은 영상’이라고 자신하는 영상일지라도 아이들이 진짜 노는 것인지, 노는 흉내를 내는 것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키즈 유튜버들의 놀이 종류를 분류해보면 막상 다양하지 않다. 먹방, 인형뽑기, 동생 돌보기, 엄마 몰래 ~하기, 몰카 시리즈 등 몇몇 대형 키즈 채널에서 ‘터진(히트 친)’ 놀이 소재와 형식을 그대로 답습한다. 어른이 짜놓은 극본과 대사를 외우며 노는 흉내만 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이보다 시청자의 재미를 위한 놀이도 많다. 아이가 아빠 지갑에서 돈을 훔치고, 도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고, 강도로 분장한 아빠가 엄마를 잡아가겠다며 아이를 울리는 영상들이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당하고 사회적 비난을 받은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이 물건을 몰래 숨겨놓아서 울리고, 뀌지 않은 방귀를 뀌었다고 놀려서 울리고, 매운 불닭볶음면과 신 레몬사탕을 먹여 아이를 울리는 영상들이 여전히 유튜브에 올라오고 인기를 끈다. 속상하고 토라져서 “하지 마” “찍지 마”라며 고개를 파묻는 아이의 모습 옆에는 “ㅋㅋㅋㅋ” 자막이 붙고 영상 밑에는 “우는 모습도 귀여워” 유의 댓글이 달린다.

이 모든 찜찜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깊은 생각 없이 아동이 출연하는 유튜브 영상을 감상하는 이유가 하나 있다. 바로 그 영상의 기획·제작자가 대개 아이의 부모라는 사실이다. 누구보다 그 아이를 아끼고 사랑할 게 분명한 부모가 허용하고 주도한 것이니 아이의 삶에도 무해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 안전장치는 때로 덫이 된다. 아이는 싫어도 ‘부모라서’ 더 표현하기 어렵다. 박영의 세이브더칠드런 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 부장은 “아이가 부모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 혹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힘들거나 하기 싫은 촬영이라도 괜찮다고 말하는 건 아닌지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가정 속이라는 촬영 환경은 아이를 보호하는 울타리인 동시에 제3자의 감시를 막는 고립망이다. 아동·청소년 연기자 노동인권 개선운동을 벌이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의 진재연 사무국장은 “아동 유튜브는, 사적 영역이라고 인식되는 가정 내에서 촬영이 이루어지기에 오히려 드라마 등 방송 촬영보다 인권 문제가 공론화되기 더 어려운 조건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3월 미국의 한 인기 키즈 유튜브 채널 운영자가 입양 자녀 7명을 학대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80만여 명이 구독한 이 채널 속에서 아이들은 슈퍼히어로의 모험을 떠나고 여러 가지 게임을 즐기며 놀았다. 카메라 뒤 아이들 삶은 참혹했다. 아이들은 집에 감금돼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어머니는 아이들이 지시대로 영상을 찍지 않으면 때리고 굶기고 화장실 입구를 막고 성기에 후추를 뿌렸다.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이 발견되면서 아동권리 옹호 기관이 나서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세이브더칠드런이 10월 중순부터 아동 유튜버 권리 보호를 위한 ‘아이가 행복한 유튜브’ 캠페인을 시작했다. 관련 토론회를 열고 텔레비전 광고도 할 계획이다. ‘영상을 잘 뽑는 것보다 안전이 우선입니다’ ‘아이에게도 사생활이 있고, 초상권은 보호되어야 합니다’ 등의 내용을 담은 유튜브 촬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고, 취지에 공감하는 키즈 유튜브 채널이 캠페인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아이들의 일상이 상품으로

유튜브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유튜브는 아동보호 정책을 위반한 15만2011개 채널을 폐쇄하고 156만3886개 동영상을 삭제했다. 유튜브 측은 “특히 올 초부터는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동영상 중 약탈적 행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동영상의 댓글 기능 사용을 중지했고, 어린 미성년자의 단독 라이브 스트리밍을 제한했으며, 위험 수위의 경계에 있는 콘텐츠에 대한 추천 제한 등 미성년자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계속해서 업데이트 중이다”라고 밝혔다. 내년 초부터는 어린이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키즈 콘텐츠에 개인 맞춤 광고(사용자의 과거 구글 제품 및 서비스 사용 데이터를 토대로 사용자를 타기팅하는 광고)가 더 이상 붙지 않게 할 방침이다. 바뀐 정책이 적용되면 아동이 출연하는 영상을 포함한 모든 키즈 콘텐츠의 유튜브 광고 수익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아동 유튜버 인권침해의 위험도 낮아진다.

수익 급감으로 키즈 유튜브 전성시대가 막을 내리면 모든 문제가 사라질까? 문제의 싹은 이미 틔어 있었고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떠나도 계속 자랄 토양이 충분하다. 유튜브가 뜨기 이전에도 각종 SNS 공간에서 ‘셰어런팅(sharenting, 부모가 아이의 일상을 기록하고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현상을 나타낸 신조어)’ 위험이 이미 쌓이고 있었다. 유튜브가 하나 더 얹은 위험은, 평범한 아이들의 일상이 큰 수익을 내는 하나의 ‘상품’이 되는 장면을 전 세계 사람들의 눈앞에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김아미 경기도교육연구원 부교육위원은 “부모는 ‘우리도 한번 해볼까?’ 생각하게 되었고, 시청자들은 ‘어차피 얘들도 돈 벌려고 하는 건데 내가 어떻게 보든 무슨 상관이야’ 식의 소비하는 양상으로 아이들의 삶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제충만 아동권리옹호 활동가는 “유튜브 아동인권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유튜브 밖으로 벗어나 질문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확장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아이의 귀여움은 사고팔아도 되는 대상인가? 아이의 유년기를 부모가 어느 정도까지 결정할 권리가 있는가? 아이들의 유년기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지킬 것인가?” 제 활동가는 또 물었다. “그 대상이 만약 성인이라면 지금 아이들에게 그러하듯 일거수일투족을 담아 온라인 공간에서 마음껏 공개하고 퍼나를 수 있을까?”

유튜브 속 아동인권 문제의 씨앗은 우리 사회 전반에서 아동이 가진 권리와 처한 위치에서 자라났을지도 모른다. 많은 경우 부모의 권한으로, 아이가 의사표현에 서툴러서, 혹은 아이가 원한다 해도 그것의 의미와 영향을 잘 모르는 채로 아이의 삶이 ‘구독’되고 있다. 아이를 한 사람의 온전한 권리 주체로 인식하지 않는 우리 사회 인식이 이 현상의 토양일 것이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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