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것은 이미 여러 해 전의 일이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0 미만으로 곤두박질하면서 말 그대로 절박한 과제가 되었다.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심각한 수준으로 출생률이 낮아지면서 사회 전체에 위기감이 감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어린이나 젊은이가 계속 빠져나가는 중소도시 지역은 머지않아 지역 소멸을 염려하는 상황에 이를 것이다.

지역 균형발전은 모두가 바라는 바이지만 현실은 기대와 다르다. 사람들이 계속 중소도시를 떠나 대도시로 몰려들고 있다. 도시 안에서도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곳이 있는가 하면, 사람들이 떠난 후 황폐화되는 곳도 있다. 사람들이 떠나고 몰려드는 것을 결정하는 중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교육’이다. 좋은 학교가 많은 곳, 교육 여건이 좋은 곳으로는 사람이 몰리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교육을 이유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개인은 물론이고 지역에도 교육은 중요한 문제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지역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좋은 학교를 유치하려고 나서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연합뉴스7일 오후 청주시 흥덕구 한국교원대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교육자치 콘퍼런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8.7

이제까지 지역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주민은 주로 수동적 처지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자치단체가 좋은 학교를 유치하면 학부모는 그 학교에 아이를 입학시키려고 노력했다. 학부모의 학교 봉사 외에, 주민들이 직접 지역 교육을 위하여 함께 어떤 일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또한 학교와 지역의 거리가 그리 가깝지도 않았다. 학교 교사들이 지역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것도 아니었고, 지역 주민들이 학교와 어떤 일을 도모하는 경우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근래 여러 지역과 학교에서 의미 있는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교과서 속의 지식을 전달하는 일을 넘어서 학생들이 살아가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학교 담장을 열고 학생의 배움터를 마을로 확장시키는 교사들이 등장했다. 학교 교육활동이 마을로 확장되고 있다. 또한 지역 주민들이 공동체를 만들고 교육의 주체로 나서서 학교 교육 활동을 지원하고, 나아가 지역을 살리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지역 문제를 전국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다. 아래로부터 변화의 힘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지방자치를 시행하면서 지역에서는 여러 모범 사례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시도 교육감들도 지역의 교육 문제에 책임 있게 대응하려 노력하고 있다.

오는 10월23일부터 일산 킨텍스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가 개최된다. 이 행사는 OECD 등과 함께 2030년 전후 10년을 아우르는 우리 미래교육의 방향과 과제에 대한 구상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자리이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교육 자치분권과 교육 거버넌스’ 세션을 통해 교육자치와 교육주권, 마을교육공동체와 교육주민자치, 일본 커뮤니티스쿨 정책의 현황과 과제 등이 논의된다. 이번 논의가 다양한 한국의 실천사례들을 성찰하면서 주민을 교육 주권자로 세우는 교육자치를 새롭게 설계할 방안에 관하여 유의미한 논의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기자명 김용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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