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8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누가 참여했나
  • 김동인 기자
  • 호수 630
  • 승인 2019.10.0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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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를 통해 9월28일 서초동 촛불집회에 참여한 이들의 규모와 특징을 분석했다. 강남 인근에서 대규모 인파가 모였고, 4050 세대가 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9월28일 서초동 검찰개혁 집회에 참여한 인파.

9월28일 저녁, 서울 서초3동 일대에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대규모 인파가 몰렸다. 인파는 지하철 2호선 서초역을 중심으로 인근 교대역, 남부터미널역까지 뻗어나갔다. 서울중앙지검 인근 반포대로와 서초대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에 반발하며 ‘검찰개혁’을 외쳤다. 집회를 주최한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 측은 집회 참가 규모가 100만명이 훌쩍 넘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집계 숫자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갔다.

집회 규모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지만, 이보다 눈여겨볼 지점은 어떤 사람들이 모였는가 하는 점이다. 현장에 모인 시민들을 세대·지역·계층별로 분석할 수만 있다면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이들의 사회경제적 특징이 드러난다.

<시사IN>은 서울시 열린데이터광장(data.seoul.go.kr)에 공개되는 ‘생활인구’ 데이터를 통해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들의 규모와 성격 등을 분석했다. 생활인구란 ‘특정 시점(1시간 단위)’에 ‘특정 지역’에 존재하는 모든 인구 추계치를 의미한다. 여기서 특정 지역은 서울시 기준 25개 자치구, 424개 행정동, 1만9153개 집계구(최소 통계구역 단위)별로 추출할 수 있다.

ⓒ시사IN 김동인·최예린<시사IN>은 9월28일 검찰개혁 촉구 집회가 열린 서초역 사거리를 중심으로 인근 10개 집계구의 생활인구를 분석했다. 지도 속 음영 처리된 지역이 분석 대상이다.

물론 공개된 데이터가 만능은 아니다. 우선 생활인구를 추계하는 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생활인구는 서울시 공공 빅데이터와 서울시가 KT로부터 제공받는 LTE 시그널 데이터를 이용해 추계한다. 매일 열린데이터광장 홈페이지에 닷새 전 데이터가 올라온다. 9월28일 시위 현장 데이터는 10월3일 확인이 가능했다.

KT LTE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해서 KT 가입자만 추출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휴대전화 신호가 터지는 숫자를 센 것이 아니라, KT LTE 신호 데이터를 총 4차례 보정해 추정치를 만들어낸다. KT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LTE 가입률, 휴대전화 전원을 켠 비율 등을 이 과정에서 감안해 보정한다. 대중교통 이용량도 서울시 공공 빅데이터에 포함되어 활용한다.

분석을 위해서는 대조해볼 대상이 필요하다. 2018년 9월 1·8·15·22·29일, 총 5차례 토요일 생활인구 데이터를 추출해 산술평균을 냈다. 평상시 이 동네를 오가는 사람이 어느 정도인지 비교 기준을 잡기 위해서다. 즉 지난해 9월 토요일 평균치와 비교했을 때, 올해 9월28일 집회 현장에 얼마나 많은 인파가 모였는지 또 어떤 사람들이 모였는지를 추정해볼 수 있다.

우선 9월28일 몰린 인파가 어느 지역에서 온 사람들인지 따져보았다. 서울시가 공개하는 데이터는 O-D 분석이 가능하다. O-D(Origin-Destination) 분석은 특정 시점에 특정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원래 어느 지역에서 이동해왔는지 추정하는 분석법이다. 이날 집회가 열린 서초3동을 기준으로 주로 어느 지역(수도권은 시·군·구, 나머지 지역은 광역시·도)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강남, 송파, 관악, 분당 등에서 참여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인 오후 7시를 기준으로 분석해보았다(<그림 2> 참조). 원래 이 지역에 거주하는 서초구민을 제외하면, 이날 이 지역을 가장 많이 찾은 이들은 강남구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약 5203명이 서초3동을 찾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뒤이어 관악구(약 4189명), 송파구(약 3040명), 동작구(약 2122명), 경기 성남 분당구(약 3055명) 순이다.

ⓒ시사IN 김동인·최예린

 

이 순위는 평시와 다소 차이를 보인다. 주목할 점은 평시와 9월28일 수치 간의 차이다. 이른바 ‘격차 수치’다. 평소에 비해 얼마나 많은 인파가 모였는지 따지면 순위가 다소 바뀐다. 강남구를 예로 들면, 2018년 9월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평균 약 1775명이 서초3동을 찾았지만, 이날은 약 3428명(격차 수치)이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격차순으로 따지면 송파구(약 3040명), 관악구(약 2497명), 성남 분당구(약 2428명)로 이른바 강남 인근 지역이 높은 순위를 보인다. 물론 이는 ‘집회 지역이 상대적으로 가깝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날 서초3동에 모인 인파 가운데 강남 인근 자치구에서 많은 인파가 몰렸다’라고도 해석해볼 수 있다.

O-D 분석에서 하나 더 눈여겨보아야 하는 지점이 있다. ‘구성비 차’다. 구성비 차란 ‘집회 날짜 구성비’에서 ‘평시 구성비’를 뺀 %포인트를 의미한다. 가령 강남구에서 온 사람들을 예로 들어보자. 평시 이 지역에서 강남구민의 비율은 약 6.45%다. 이 구역에 있는 사람 100명 중 6~7명은 강남구에서 온 사람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이 비율은 집회가 열린 9월28일 오후 7시 기준, 4.65%로 줄어들었다. 평소에 비해 다양한 지역에서 이날 집회 참석을 위해 서초3동을 찾았다는 의미다.

유독 이날따라 구성비가 늘어난 지역이 눈에 띈다. 이날 서초3동을 여섯 번째로 많이 참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도 부천시 데이터를 살펴보자. 평시 데이터 기준, 부천시에서 온 사람의 비율은 0.98%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비율은 이번 집회에서 1.96%로 늘었다. 이 동네에 안 오던 사람들이 먼 거리를 감수하고 왔다고 볼 수 있다.

비슷한 경향(구성비 차가 높게 나온 지역)을 보이는 지역은 경기도 남양주시, 서울 은평구, 서울 노원구, 서울 마포구,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등이다. 이를 바탕으로 두 가지 추정이 가능하다. ‘이날 집회에 강남 인근 지역에서 많은 인파가 모인 것으로 추정된다’와 ‘부천, 마포, 은평, 남양주, 강서, 노원 등 멀리서 찾아온 사람도 많았다’로 볼 수 있다.

지역별로 이 같은 분포를 보인다면 성별·연령별 분포는 어땠을까. 앞선 O-D 분석(<그림 2>)과 달리 이번에는 분석 범위를 집회 핵심 지역으로 국한해보았다. 서초3동에서도 이번 집회의 핵심 지역인 서초역 사거리를 중심으로 총 10개 집계구를 선정해 이날 생활인구를 추출했다. 18쪽 <그림 1>이 이번에 분석한 지리적 범주다. 인근 서리풀 축제가 열린 지역은 이번 분석 범주에서 제외했다.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린 오후 7시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 생활인구를 따져본 결과가 <그림 3>이다. 각 막대그래프에 표시된 검은 선은 평시 생활인구, 즉 2018년 9월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평균 생활인구다. 단순 비교해봐도 엄청난 인파가 몰렸음을 알 수 있다. 성별로 따져보면 40대까지는 여성이, 50대 이상은 남성이 더 많이 집회 현장을 찾았다.

ⓒ시사IN 김동인·최예린

45~49세 여성 특히 많아

여기서도 평시와 집회 당일 간의 ‘격차’가 중요하다. 이 격차의 성별·연령별 차이를 통해 집회 성격을 간접적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그림 3>에서 격차가 가장 도드라지는 층위는 바로 45~49세 여성이다. 평시 생활인구는 약 1030명인 데 비해 집회 당일 생활인구는 약 1만642명으로 추계되었다. 평시에 비해 9612명이나 많은 인파가 모인 셈이다. 45~49세 남성 역시 평시에 비해 약 9157.4명 더 많은 인파가 이날 현장을 찾았다.

이날 집회의 핵심 연령층은 4050 세대였다. 50~54세 남성 생활인구는 평시에 비해 약 8328.2명이, 50~54세 여성은 평시에 비해 약 7090.4명이 더 늘었다. 반면 2030 세대는 그 비중이 확연하게 떨어진다. ‘격차 기준’으로 봤을 때 35~39세 여성은 약 4086.6명을, 35~39세 남성은 약 3382.6명을 기록했다.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격차는 더 줄어든다. 30~34세 여성이 약 2367명, 30~34세 남성이 약 1831명 수준이다. 20~24세 남성의 생활인구 격차는 약 909.4명으로 45~49세 여성의 10%도 안 되는 수치다.

데이터 전문가들은 전체 참석자 규모를 생활인구로 측정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패턴과 흐름이다. <그림 4>는 시간대별 집회 당일 생활인구와 평시(2018년 9월 토요일) 생활인구를 비교한 그래프다. 집회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5시부터 두 그래프의 격차는 5만명 이상으로 벌어진다. 집회 시작 시간인 오후 6시와 집회가 정점에 다다른 오후 7시에는 격차가 9만명으로 벌어진다. 평소에 비해 오후 9시까지 대규모 인파가 이 구역을 오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사IN 김동인·최예린

생활인구 데이터에서 오히려 중요한 것은 집회에 참석한 이들의 동질성이다. 서울에서, 특히 강남 인근 지역에서 대규모 인파가 몰렸고 다수는 40~50대였다. 현 국면에서 문재인 정부와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핵심 지지층이 누구인지, 검찰개혁과 언론의 악습 철폐에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누구인지를 간접적으로 추려볼 수 있는 자료다. <시사IN>은 같은 기준으로 10월3일 광화문에서 열린 범보수 성향 단체의 집회도 다음 호인 제631호에서 분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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