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나라’ 부탄의 두 얼굴
  •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 호수 629
  • 승인 2019.10.0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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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Photo부탄 한 사원의 모습.

북한 여행을 한 유튜버들의 영상을 언제든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시대다. 1994년이었나, 한총련 출범식을 기념해 평양 거리를 모형으로 만든 대학생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긴급 구속되던 시대가 있었음을 상기하면 상전벽해다.

외부인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나라들은 신비로울 수밖에 없다. 요즘 같은 SNS 시대에 ‘나만 가봤다’라는 과시를 할 수 있기에 매력적이다. 요즘 미국, 유럽이나 중국에서는 북한 단체여행팀 모객 광고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렇게 폐쇄적인 정책과 관광을 연계시킨 나라 중에 부탄이 있다. 꽤 많은 한국인이 ‘행복한 나라’라며 동경해 마지않는 곳이다. 요즘 들어선 한국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부탄을 다녀와서 이런저런 상찬을 늘어놓기도 한다.

여행작가인 내가 보는 부탄의 이미지는 좀 다르다. 우선 부탄은 개인의 자유여행이 불가능하다. 부탄을 여행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여행부(Tourism Council of Bhutan)에 들어가 정부 인증 ‘투어 오퍼레이터’를 찾는 데서 시작된다. 부탄은 하루 250달러(비수기 200달러)로 여행 요금이 정해져 있는데, 여기에는 외국인에게만 징수하는 악명 높은 관광세(하루 65달러)를 비롯해 교통, 숙식, 가이드 요금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투어 오퍼레이터가 내 취향을 반영해 코스를 짜주면 여행은 무조건 이대로 진행해야 한다. 여행 가이드도 내내 여행자를 따라다닌다.

부탄 내 가이드 수는 3000명 정도다. 정부는 관광 수요가 늘고 있음에도 가이드 숫자를 늘리지 않으면서 외국인 여행자 수를 통제한다. 가이드가 없으면 여행이 불가하니 결국 가이드 숫자에 비례해 외국인 입국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여행 일정이 정해진다는 것도 답답하다. 부탄의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에서 일정 내내 트레킹만 해보고 싶다는 나의 바람은 그저 바람에 그친다. 내 취향만 전달할 뿐 코스를 짜는 건 전적으로 투어 오퍼레이터의 몫이다.

무엇보다 피곤한 건 시도 때도 없는 체제 선전이다. 북한 단체관광에서 혁명 유적지를 빼놓을 수 없듯, 부탄 여행에서는 불교와 왕가에 대한 찬양이 이어진다. 계속되는 찬양에 궁금증이 생겨도 별 도리가 없다. 가이드들은 어떤 질문을 해도 체제 선전으로 답한다. 그들이 찬양해마지 않는 왕가, 국민행복지수, 무상의료 등의 실효성에 대한 궁금증은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  

부탄이 자랑하는 무상의료의 현실

부탄이 자랑하는 국민 무상의료 역시 의아한 점이 있다. 부탄 보건부의 자료에 따르면 부탄에는 병원이 약 32개, 기본건강시설이 205개 있다. 의사 244명과 간호사 957명이 있는데 대부분 서양의학이 아닌 대체의학에 의존한다. 수도의 서양식 병원을 제외하고는 맥을 짚고, 황금으로 만들었다는 침을 놓고, 허브를 배합해 만든 약을 처방하는 게 치료의 전부다. 부탄의 도시화 비율은 2017년 현재 40.17%인데, 전체 32개 병원이 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마을 단위는 우리네 보건소 같은 205개의 기본건강시설이 관리한다. 의사 1인당 환자 수는 3278명이나 되며, 도시 말고는 의사를 볼 일이 없다. 이게 부탄이 자랑하는 무상의료의 현실이다.

가이드는 부탄이 행복한 나라임을 설파하지만, 부탄의 자살률이 세계 20위라는 점을 말하지는 않는다. 사망자에 대해 부검을 하지 않는 이 나라의 특성상 실제 자살률이 더 높을 거라는 점, 자살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가정폭력이며, 남녀평등 지수가 세계 117위(2018년 유엔개발계획 발표)라는 이야기는 들을 수 없다. 당연히 부탄 사람들 역시 모르는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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